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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日 화이트리스트 복원과 한국의 中 소부장 의존 심화 (2)

  • 입력 2023-06-29 14:44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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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계속)

4년 전인 2019년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서 소부장에 대한 일본 의존도는 감소했다.

일본 소부장 수입 비중은 2013년만 하더라도 21.3%로 20%를 넘었다.

하지만 이후엔 한번도 20%를 넘긴 적이 없다. 한국 정부는 계속해서 소재, 부품에 대한 일본 의존을 줄이는 것을 정책 방향으로 삼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뒤 일본 의존도는 눈에 띄게 줄었다.

2017년과 2018년 각각 19.5%, 18.3%에 달했던 소부장 일본 의존 비중은 한일 관계 악화, 국산화 진척 등과 맞물려 더욱 축소됐다.

일본 수입의존 비중은 2019년 17.0%, 2020년 17.2% 수준으로 한단계 더 축소됐다. 다음 해인 2021년엔 15.8%로 대폭 줄더니 2022년엔 15.0%까지 줄었다.

■ 최근 수년간 일본으로부터의 '독립' 흐름...그러나 중국엔 '종속' 심화

최근 수년간 일본 소부장 수입 비중이 빠르게 줄어드는 대신 중국산 수입 비중은 늘어만 갔다.

중국 소부장 수입 비중은 2020년 27.4%에서 2021년 28.6%, 2022년 29.9%로 늘었다.

최근 수년간 일본 비중을 줄이는 데 성공하는 듯했으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올라간 것이다.

특히 금액으로 보면 한국의 대중국 소부장 의존이 상당히 두드러진다.

일본으로부터의 소부장 수입액은 2020년 340억달러, 2021년 393억달러, 2022년 395억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542억달러, 710억달러, 788억달러로 더욱 빠르게 늘었다.

이제 대중국 수입액이 일본의 두 배가 된 것이다.

■ 일본 비중 줄고 중국 비중 늘었지만 대중국 흑자 축소

한국 경제는 성장과정에서 오랜 기간 핵심 소재나 부품을 일본에 의존했다.

한국이 열심히 수출해 돈을 많이 벌면, 일본의 소부장 업체들도 덩달아 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소부장에 대한 일본 의존은 만성적인 대일 적자의 중대한 이유였다.

하지만 세상사엔 양면성이 있다.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한 질 좋은 소재나 부품을 활용한 제품은 한국의 수출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었다.

이후 좀더 시간이 흐른 뒤 한국의 기술력이 올라오면서 일본 비중은 줄었다.

그러나 그 사이에 중국에 대한 의존은 심화됐다. 동시에 한국의 중국에 대한 소부장 흑자규모도 점차 축소돼 갔다.

■ 한국은 소부장 강국...그러나 일본엔 계속 적자, 대중국 흑자는 가파르게 축소

한국은 여전히 소부장 강국이다.

최근 무역수지가 적자를 지속하는 과정에서도 소부장 수출입에선 플러스가 났다.

하지만 대일본 적자는 유지되는 상황에서 대중국 흑자가 매우 빠른 속도로 축소되고 있다.

우선 일본에 대한 소부장 적자 규모는 2018년 231억달러에서 2019년 187억달러로 축소됐다. 하지만 2020년 적자 규모는 213억달러로 재차 확대됐으며 2021년엔 244억달러, 2022년엔 249억달러로 더 커졌다.

대중국 소부장 '흑자 축소'는 계속되는 대일본 적자보다 더욱 두드러졌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선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대중 수출 흑자 축소, 그리고 전체 무역적자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냉정한 경제 현실을 호도하는 정치적 레토릭일 뿐이다.

최근 수년간 중국과의 무역에선 전분야에서 흑자가 줄어들거나 적자가 커지는 흐름이었다. 소부장 쪽에선 흑자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2018년만 하더라도 대중국 소부장 흑자는 55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컸다. 하지만 흑자규모는 2019년 378억달러, 2020년 363억달러, 2021년 355억달러, 2022년 254억달러로 가파르게 줄어들었다.

■ 소부장 교역 다변화와 안정적 공급망 재구축은 필수

지난해의 대일, 대중 소부장 수출 규모는 2018년보다 적었다.

중국에 대한 소부장 수출은 2018년 1139억달러에서 2022년 1,042억달러로 축소됐다. 같은 기간 일본에 대한 수출은 150억달러에서 146억달러로 줄었다.

한국의 전세계 대상으로 소부장 무역수지가 줄어든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국가는 중국이다.

지난해 대세계 소부장 무역수지는 1,098억달러 흑자였다. 이는 전년에 비해 53억달러 감소한 것이다.

대일본 소부장 무역수지는 5억달러 감소한 -249억달러(적자), 대중국 무역수지는 101억달러 감소한 254억달러였다. 즉 대중국 흑자가 줄면서 소부장 무역흑자 규모가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작년말까지 5년 동안 중국과 일본에 대한 소부장 수출은 연평균 2.2%, 0.7% 줄었다. 대신 중국과 일본에 대한 소부장 수입은 각각 7.6%, 0.9% 늘었다.

오랜기간 한국의 애국심 강한 경제 관료들은 일본에 대한 소부장 적자를 줄이는 것을 중대한 목표로 삼아왔다.

하지만 그 사이에 중국에 대한 의존이 심화됐으며, 중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줄어들었다.

지금은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자신들이 지닌 큰 시장을 활용해 교역 국가를 압박하는 일을 심심찮게 해왔다. 글로벌 교역 질서의 룰보다는 중국 고유의 룰을 강요하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국은 요소수 사태 등을 통해 특정국에 대한 높은 소부장 의존도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절대적인 을의 위치로 자리매감하는 순간 이용당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국내 재벌 중엔 롯데가 중국 진출의 '정치적 위험'을 잘못 계산해 회사 전반적으로 큰 위험에 빠지는 일도 있었다.

소부장 수입의 중국 비중이 30%까지 올라온 상황에서 한국은 독특한 룰을 가진 나라와 교역할 때 마주할 수 있는 '을의 위험'을 계산해야 한다.

소부장 교역 다변화는 필수적이다. 안정적인 소부장 공급망 체계를 재구축하는 일은 한국경제의 안정적인 생태계 구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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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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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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