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4 (토)

(장태민 칼럼) 신트라 포럼

  • 입력 2023-06-27 14:17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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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페나 팰리스 홈페이지

출처: 페나 팰리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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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신트라는 유명 관광지다.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북서쪽으로 20km 남짓만 가면 만날 수 있는 이 역사 도시는 포르투갈이 세계에 자랑하는 유적지다.

이 곳 산 봉우리들 사이에 유명한 페나 궁전과 무어 성(城)이 있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은 신트라를 '찬란한 에덴'이라고 칭송했다.

신트라의 페나 궁전은 무어(이슬람), 르네상스, 고딕 양식에 포르투갈의 전통 건축법이 결합돼 건축 기술의 화합을 과시하고 있다.

건축 기술이 향연을 벌이던 이 곳을 중앙은행가들도 탐을 냈다. 다양한 지역에서 온 중앙은행업 종사자들이 이 로맨틱한 도시에서 별로 로맨틱하지 않은 통화정책 방향을 논하곤 한다.

중앙은행가들은 각자가 사용하고 있는 통화정책 기술을 교류하면서 날씨가 더 무더워지기 전에 이 도시를 즐긴다.

미국이 잭슨홀에서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화두를 던지는 것처럼, 유럽은 신트라에서 종종 정책방향과 관련한 중대 메시지를 내놓곤 했다.

■ 신트라에서 다양한 '인플레' 이슈 논의

신트라 포럼의 주최자는 유럽중앙은행이다.

올해는 6월 26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특히 28일 정책 패널 행사엔 ECB 총재 라가르드, 연준 의장 파월, 영란은행 총재 베일리, 일본은행 총재 우에다 등이 동시에 참석한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지난해 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한 뒤 최근엔 인상 강도를 줄였지만, 중앙은행가들은 아직도 인플레이션의 위험성이 크다고 본다.

따라서 올해 신트라 포럼의 주제는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행사에선 고물가 환경에서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공급 충격에 대한 통화정책적 대응, 인플레이션 비용, 통화정책 정상화 등이 논의된다.

최근까지 금융시장의 기대와 달리 중앙은행가들은 금리 인상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이러다보니 다시금 신트라가 인플레이션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매파들의 합창 공연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22년의 신트라는 매파들의 합창 장소...유로존 본격적 금리인상 예고

지난해 신트라에선 연준과 ECB 관계자들이 매파로 일치 단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분위기는 이후 미국 잭슨홀로 이어졌다.

당시 신트라의 ECB 연례 정책포럼에선 중앙은행업 관련 종사자들이 강도높은 금리인상 목소리를 냈다.

미국과 유럽에서 참석한 중앙은행가들은 단호한 인플레이션 제어를 주장했다.

ECB 내 대표적인 매파로 평가받던 피에르 분쉬 벨기에 중앙은행 총재는 "인플레에 명확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우리의 메시지는 25bp 이상의 금리인상에 대해 여지를 남기는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미국 측 인사들도 유럽중앙은행 행사에 매파 합창단의 일원이 돼 이를 거들었다.

미국 연준은 지난해 3월 25bp 인상을 시작으로 5월 50bp, 6월·7월·9월·11월 75bp를 올렸다. 이후 12월 50bp로 인상폭을 축소한 뒤 올해 들어선 2월·3월·5월 25bp씩 올려다. 그러다가 이달 들어 11번째 회의만에 '연내 2번 추가인상을 전망하면서' 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미국이 먼저 금리 인상을 시작한 뒤 ECB는 신트라에서 결의를 다진 뒤 본격적으로 인상에 나섰다.

작년 6월 신트라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억제되지 않는 등 필요할 경우 더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후 유로존의 금리 인상은 빅스텝으로 시작됐다.

ECB는 작년 7월 50bp 인상을 시작으로 9월·11월엔 자이언트스텝(75bp)을 밟았다. 이후 12월·2월·3월엔 금리인상폭을 50bp로 축소했으며, 5월·6월엔 25bp씩 올렸다.

■ IMF의 훈수로 시작된 신트라 행사

ECB 연례 포럼엔 신트라가 탐난 국제기구 사람들도 많이 방문한다.

행사 시작 시점에 IMF 관계자가 먼저 통화정책 관련 훈수를 뒀다.

지타 고피나스 IMF 부총재는 현지시간 26일 중앙은행들의 실수도 지적하면서 메시지를 전했다.

중앙은행들이 1년반 동안 열심히 금리를 올렸지만 물가 압력을 계속해서 과소평가했다고 했다.

IMF 부총재는 일단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유지하는 게 낫다는 훈수를 두면서도 예상치 못한 사태 발생 가능성도 우려했다.

고피나스는 상당수 유럽 국가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거론했다. 물가 제어와 금융 안정을 동시에 이루는 일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피나스는 "중앙은행들은 금융위기를 피하려면 고물가 장기화를 견뎌야 할 수도 있다"면서 "정책가들은 금융시장 붕괴를 피하는 일과 고물가를 낮추기 위해 차입비용을 늘리는 일 사이에서 냉혹한 선택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고물가 해결을 위해 강도 높은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경우 금융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그렇다고 금리를 더 안 올리면서 물가가 안정되길 바라는 일 역시 쉽지는 않다.

고피나스는 "높은 부채 수준 때문에 유럽내 다수 국가들이 또다른 금융위기에 빠지기 쉬운 취약성을 갖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까지 낮추는 데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임을 인지해야만 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고 했다.

정부의 재정 여력이 부족하다면 중앙은행들은 금융 스트레스 해결을 위해 통화정책을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23년 신트라 이벤트 입장 표명을 대기하며

지난해 신트라에 모인 미국과 유로존, 영국 등의 중앙은행 총재들은 하나같이 저금리·저물가 시대가 끝났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이들은 코로나19, 러-우 전쟁을 거치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통화정책 환경을 마주하게 됐다고 했다.

인플레이션이 상수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제 각국이 금리를 올리는 또 다른 뉴노멀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당시의 선언 이후 다시 1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중앙은행들은 물가를 걱정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둔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근원물가가 생각만큼 내려오지 않자 인플레를 잡는 데 계속해서 신경을 쓰고 있다.

IMF는 올해 신트라에서 일단 고물가 상황이 길어지면서 인플레는 중앙은행들의 목표치로 끌어내리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은 인플레와 더 싸워야 한다고 독려했다.

중앙은행가들 역시 최근까지 계속해서 인플레와 싸우겠다는 다짐을 했다.

다만 올해 3월 미국 은행사태 등에서 봤지만, 고금리는 금융안정이나 경기 측면에서 상당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걱정도 커지고 있다.

중앙은행업자들이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신트라를 즐긴 뒤 올해는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 받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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