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20 (월)

(장태민 칼럼) 외국 의사 수입

  • 입력 2024-05-09 14:4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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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의대 증원 문제로 의료계와 정부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급기야 정부는 전날 '외국 의사면허자 의료행위도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의정 갈등이 해결점을 못 찾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의사들을 더욱 압박하는 강공책을 제시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의대 증원 2천명에 천착해 온 뒤 현재는 이 문제와 관련해 의료계와 법적인 공방까지 벌이는 중이다.

이 와중에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에 의료의 문을 개방하겠다고 한 것이다.

■ 급기야 '외국 학위 의사' 수입?

외국 의사면허 소지자들이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자 일단 의심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의심이 많은 필자의 한 친구는 한국어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외국인이 의료 행위를 하느냐고 잠시 의심하다가 "아하, 국내에서 의대에 못가 해외 의대에 간 고관대작들의 자식들에게 문을 열어주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다른 지인은 "비교적 손쉽게 의대에 들어갈 수 있는 다른 나라에서 학업을 마친 사람들이 누굴까. 그건 머리 나쁜 권력층 자제거나 돈 많은 집 애들 아니겠는가"라고 의심했다.

의대 증원 문제로 갈등을 빚은 뒤 그 해결책으로 의사 숫자도 늘리고 자녀들에게도 좋은 직업을 '구해주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은 것이다.

대체 정부는 무슨 일이 있어서 이렇게까지 의사들과 원수를 지려고 하는 것일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검사처럼 의사들도 동일체 관행이 있어 모든 수술이나 의료 행위가 일관성을 가진다는 것인가.

아니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엄연한 지식과 기술 차이가 있다. 대체 왜 이런 정책이 그냥 불쑥 나올 수 있는 것인지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 박민수의 중국과 의료협력 강화 발표 후 나온 이상한 발표

얼마 전인 4월 25일 보건복지부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왕허성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부주임(차관급) 겸 국가질병통제예방국장과 만나 글로벌 공중보건 위기 공동 대응을 포함한 보건의료분야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국가질병통제예방국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한 뒤 2021년 5월 설립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와 공중보건 사업 총괄 기관이다.

중국 우한지역에서 발발한 폐렴으로 인해 2020년부터 세계경제는 큰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웃 국가인 한국은 예민한 시기에 이런 중국과 의료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국 측은 작년 12월 체결한 한·중 보건의료협력 양해각서에 따라 감염병 팬데믹 등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정기적으로 양국 정부 당국 및 전문가 간 교류 협력을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중국은 한국의 제안을 환영하는 제스추어를 취한 뒤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양국의 협력체계를 구체화해 나가자"고 답했다.

하지만 세계 주요국들이 중국발 코로나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고 중국 의료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양국의 '의료 협력 강화'가 뜬금없다는 주장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면허 의사 수혈'을 거론하자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필자의 지인인 한 의료계 관계자는 "가지가지 한다. 의사집단을 범죄인 취급하는 것도 모자라 외국 면허까지 들여오겠단다. 중국과는 또 무슨 의료 협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며, 중국 의사를 데려와 또 한국 기술을 거기에 넘겨주겠다는 것인가"라고 맹비난했다.

중국과의 의료 협력 강화 발표 이후 '외국의사 면허자 수혈'을 발표했기 때문에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는 지경이 된 것이다.

■ 의대 증원 안 늘려도 붕괴 안한다...계속 혹 붙이는 정부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의 전문가들은 은퇴를 잘 하지 않는다.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거기에 매년 3천명의 젊은 의사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다.

이러다보니 당장은 한국의 의사 증가속도가 다른 나라 대비 상당히 빠른 게 '팩트'다.

그런데 마치 정부는 지금 당장 의대 증원을 하지 않으면 의료 시스템이 망가질 것처럼 분위기를 호도했다.

필요한 것은 필수과목 의사였다.

이 문제는 미용 등 비필수 쪽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혜택을 줄이고 필수 과목 메리트를 높이는 식으로 접근하는 게 우선이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미래 얼마나 의사가 필요할지 아는 게 불가능하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가 먼저 이뤄지는 게 상식이다.

또 의대 증원이 당장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전문의 한명 양성하는 데 10년 이상이 걸리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을 뚝딱 늘리면 작금의 필수 의료나 노인 의료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 정부, 필수의료 분야 상황 더 악화시켰다

사실 정부가 무작정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면서 젊은 의사들은 오히려 '필수 과목'을 더 기피하게 돼 버렸다.

세계가 부러워 하던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젊은 전공의들이 헌신적이면서도 값싼 노동(근무시간과 노동강도, 전문지식 등에 비하면 제대로 돈도 못 받았던 게 진실이다)에 상당히 빚지고 있었다.

또 필수과목 쪽은 의사들이 더 높은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분야였지만 정부가 이 생태계를 파괴했다.

뼈를 갈아 병원들의 수익을 맞춰주던 젊은 의사들은 거친 정부를 맞아 자신들이 노예상태(?)였다는 점을 자각해 버린 것도 안타깝다.

사실 이들이 미래에 더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젊은 시절의 노예 노동(!)을 감수해줬기 때문에 한국인들도, 병원들도 혜택을 입었다.

하지만 오로지 돌진만 하는 정부 때문에 이 젊은 전공의들은 돈도 제대로 못 받았는데 돈만 밝히는 파렴치한이 돼 버렸다.

김윤이라는 의료 현장을 전혀 모르는 서울대 의대 교수가 정부 인사들을 세뇌시킨 뒤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내뺐다는 한탄도 들려온다. 김윤은 방송에 나와 30대 중반 의사가 4억씩 받는다는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한국 경제의 중대한 시스템을 떠받치고 있던, 그리고 많은 나라 사람들이 부러워하던 의료 시스템은 어쩌면 붕괴될 수도 있는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예상된 대통령의 '직진'

윤석열 대통령은 '외국면허 의사 도입' 발표 다음날 취임 2년 기자 감담회를 열어 다시금 '직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은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의료수요를 감안할 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국민도 대부분 공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계를 비판했다.

대통령은 "어느날 갑자기 의대 증원 2천명이 발표한 것 아니다"라며 "의료계 쪽에선 통일된 의견이 나오긴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왜 이리도 의대 증원에 진심일까. 도무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 의대 증원 문제는 '법적 분쟁 중'

정부는 지난 2월 의대 2천명 증원 확정을 발표하면서 보건의료정책심의회와 산하 전문위원회 등을 통해 심도 있는 검토와 사회적 논의를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서울고등법원은 의대교수·전공의·의대생과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 등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정원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정부에게 5월 중순까지 증원 승인을 보류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

의료계가 지금과 같이 의대 증원을 강행할 경우 국민 건강과 보건의료 질서에 심각한 위해가 가해질 것이 명백해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더 이상 강행되지 않도록 재판부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한 뒤 나온 조치다.

의사단체는 정부가 투명하고 공정하며 과학적인, 그리고 수 없이 많은 의료 전문가가 검토하고 참여해 만들었다는 자료와 배정위원회 회의록 등을 사법부에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또 최근 의대 정원을 논의한 법정기구는 보정심위 등 3곳이지만 법적 의무사항인 회의록이 작성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법원은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 결정과 관련해 인적·물적 시설 조사를 제대로 하고 증원분을 배정한 것인지, 차후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예산은 있는지 등 현장 실사자료와 관련 회의록 등을 5월 10일까지 법원에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이를 바탕으로 오는 13일~18일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최근 고발인 측 이병철 변호사는 "복지부는 의무사항으로 돼 있는 회의록이 없어 녹음된 것을 요약해서 내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이것은 모두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의협 등은 이번 의대 증원 논의 과정에 절차적 위법성이 있다면 관련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가장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인물이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이다.

그가 현재 자신의 역할을 즐기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각에선 그를 '역대 정부 가장 힘센 차관'이라고 부른다. 의사들은 여러차례 박 차관의 해임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그는 '이 싸움'의 의연한 선봉대다.

차관은 법적 분쟁 사항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피력하면서 이번 사태 정부의 강공 정책을 이끌고 있다.

박 차관은 의대 2000명 증원 관련 회의록 등 현행법이 요구하는 작성 의무를 모두 지켰다고 7일 밝혔다.

차관이 최근 논란이 된 '회의록 미작성'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차관은 "의대 증원 관련 회의록, 공공기록물관리법상 작성 의무가 있는 회의록 등을 모두 작성했다"면서 "서울 고법의 요청에 따라 회의록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관은 "정부는 협의 내용을 숨길 아무런 이유 없다. 의협은 의사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만 반복했다"면서 의사집단을 비난했다.

하지만 정부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회의론자들의 의심이다.

정부는 왜 2천명이 필요한지 제대로된 '방정식'을 공개한 적이 없다. 심지어 정부가 인용한 사람들마저 자신들이 2천명 증원 주장자는 아니라고 했다.

정부는 2035년까지 총 1만 5천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부족한 1만명은 2천명 증원으로 메우고 나머지 5천명은 의사 인력 재배치, 은퇴 의사 활용, 기술 발전, 정책 등으로 메우겠다고만 했다.

정부가 그렇게 '과학적 근거'를 좋아한다면, 깔끔하게 2천명이 나온 산식을 공개하고 각종 전문가들이 검증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게 아니고 그냥 '2천=과학'이라고 주장한다면 이것은 샤머니즘에 불과하다.

정부의 이런 판단이 주먹구구라는 게 진짜 이 나라 의료시스템을 걱정하는 '전문가 집단'의 판단이다.

정부의 공격, 공격...또 공격

정부는 외국 의사면허 소지자가 국내에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자국 의사들을 다시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상황이 악화된 국면에서 다시 채찍은 든 것이다.

굳이 국내 의사들과의 갈등을 더욱 증폭할 이런 카드를 빼들 필요가 있었을까?

필자는 걱정스럽다. 이러면 국내 국내 의료 시스템이 더 혼란에 빠지면서 환자들을 더욱 위기로 몰 수 있다.

냉정하게 말해 한국 의사는 우수하다.

어떤 나라에서 어떤 유능한 의사를 데려올지 모르겠지만 필자를 앞으로 한국에서 일하는 '우수한 외국 의사들'마저 의심하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

수련을 받는 외국 의사들의 1/3 정도만 한국 의사국가고시를 통과한다.

한국에선 최고의 두뇌를 가진 젊은이들이 의대에서 교육을 받고 그들의 대부분 의사고시를 통과해 자기 직분을 이행하고 있다.

정부는 우수한 실력을 갖춘 자국 의사는 내치면서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는 외국 의사를 수입해 '실력 검증'도 없이 국민 건강을 돌보도록 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정책을 쌍수 들고 환영하는 대다수 국민들은 '모든 의사는 동일하다고 보니' 될 수 있으면 용한 의사 따위는 찾지 않길 바란다.

한국인들은 그러지도 못하면서 매우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 의사들을 쓰레기라고 가정하더라도...그래도 이렇게 해선 안된다

정부 말대로 의사들이 돈벌레라고 치자.

그래도 문제를 이런 식으로 해결해선 안된다.

지금 대학병원들이 하나, 둘 도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

병원이 무너지고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받는다.

정부 주장대로 의사들이 '이기심' 때문에 이번 개혁(개악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에 반대하더라도 초가삼간을 태우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선 안 되는 법이다.

논리로 풀어야 할 문제에 대해선 '확증 편향'을 버리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정부와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계산이 틀렸을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필자로서는 쓸데없이 낭비된, 그리고 낭비될 엄청난 세금에 가슴이 답답하다.

한국의 위대한 공무원들은 수천억, 수조원의 피같은 국민 세금을 허공에 마구 뿌리는데도 전혀 걱정스럽지 않은 모양이다.

걱정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무지하거나 도덕성이 결여된 금치산자에 해당한다. 대체 왜 이러는가.

영국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필자의 한 금융권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영국은 수술 하나 받으려고 해도 수개월,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나라에 비하면 한국은 의료 천국입니다. 제발 지금의 한국 의료 시스템도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문제가 있으면 그 부분을 전문가와 함께 차근차근 해결하면 됩니다. 굳이 의료 후진국 영국을 따라하면서 국내 의료 시스템을 망가뜨릴 필요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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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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