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6-16 (일)

(장태민 칼럼) 야당 원내대표의 '똘똘한 한 채' 밀기

  • 입력 2024-05-13 14:27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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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사진: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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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8일 "1주택이면서 실제 거주한다면 종부세 과세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밝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박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국민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념적 틀에서 부동산 세제를 밀어붙여 실패를 경험했다"면서 이같이 말해 놀라움을 안겼다.

실거주 목적으로 1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에게까지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판단한 듯했다.

현재 1주택자는 공시가격 12억원이 넘는 주택을 보유할 경우 종부세를 낸다. 부부 공동명의면 공시가 기준 18억원 주택까지 종부세를 면제 받을 수 있다.

■ 최근 수년간 종부세 대상, 급증 뒤 급감

이 발언의 논란이 커지자 거대 야당에선 '개인 의견'이라며 논란 확산을 막으려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선거 승리 뒤 새롭게 뽑힌 '원내대표'의 의견이어서 이를 일개 국회의원 개인의 의견으로만 보기도 쉽지 않다.

종부세는 2005년 노무현 정권 때 투기방지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재산세와의 이중과세 문제 등으로 계속 논란이 돼 왔다.

이후 문재인 정권 때 집값이 폭등하면서 1주택자들 상당수가 이 세금을 내야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선 공시가를 낮추고 대상이 되는 주택 금액을 올리면서 종부세 대상이 줄어들었다.

최근 수년간 종부세 흐름을 보면 그 대상은 집값 급등과 맞물려 증가했다.

문재인 정권 초기인 2017년엔 대상이 3.6만명 수준이었으나 2020~2021년 아파트값 폭등을 거친 뒤 2022년엔 23.5만명으로 6~7배 늘었다. 그 정도로 주택가격 급등세가 가팔랐던 것이다.

이후 윤석열 정부 들어 공시가 하향, 대상금액 상향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대상자는 11만명 수준으로 대폭 축소됐다.

이런 상황에서 '친명계' 야당 실력자로 부상한 박찬대 원내대표가 1주택자 종부세 면제를 들고오자 야당 내에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최근 시세 25억원 정도인 30평대 은마아파트는 부부 공동명의시 공시가가 낮아 종부세를 내지 않았는데, 굳이 이런 정책을 밀고 나갈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 야당 원내대표의 '똘똘한 한채' 밀기...형평성 문제 일으키면서 양극화 더욱 부추길 것

박찬대 원내대표의 최근 발언은 문재인 정권의 '똘똘한 한 채' 붐을 떠올리게 한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들을 압박해 사람들이 '좋은 집 한 채'에 몰리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민간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투자자들, 다주택자들의 수는 줄어 들었다. 결과적으로 공급 사이드가 흔들리면서 임차인들의 상황은 더욱 불안해졌다.

다주택자들을 투기꾼이라고 몰았으나 없는 사람들의 주거 환경이 더 팍팍해졌던 것이다.

작금의 한국 주택시장 현실에서 '똘똘한 한 채' 지원책은 형평성 논란도 부를 수밖에 없다.

예컨대 2억원 짜리 빌라 10채를 갖고 있더라도 강남 아파트 1채도 못 사는 상황에서 이런 정책이 나오는 의도가 무엇이냐는 비난도 나올 수 밖에 없다.

부동산 정책은 잘못 쓰면 그 피해가 엄청나다.

빌라 얘기가 나온 김에 얘기하자면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소위 '빌라왕 사태'는 없는 사람들을 더욱 궁지로 몰았다.

빌라 사기가 확실하다면 범죄 여부에 따라 처리하면 될 일이었지만, 원희룡 전 장관이 일을 키운 측면이 컸다. 빌라 사기를 '빌라왕 사태'로 키워 결국 성실한 빌라업자들 마저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어 빌라 수급을 망가뜨리고 말았던 것이다.

아무튼 현재 강남 집값이 전고점 대비 90% 이상으로 올라와 있는 상황에서 '1가구 종부세 면제'로 '있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의 집값을 더욱 자극할 경우 부동산 심리 양극화 뿐만 아니라 가격 자극 위험도 있다.

■ 똘똘한 한 채 밀기...자칫하다간 집값 상승세 확산시킬 수 있어

사실 전세가격 불안엔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아 임대 가능물량이 줄어든 영향도 크다.

상당수 사람들은 '실거주'가 무조건 옳은 방향이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진실은 이런 믿음과 괴리를 보인다.

투자자가 보유한 주택을 실수요자가 꿰찬다면 임대 가능 물량은 줄어들게 된다. 이는 전세가격 불안으로 귀결된다. 이후 전세가 급등이 매매수요를 자극해 매매가 급등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만들어진다.

현재 서울에선 전세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중이며, 매매가격도 상승 전환 기미를 보이고 있다.

똘똘한 한 채 지원책으로 강남과 같은 상급지 집값이 급등하면 다른 지역도 자극을 받을 수 있다. A급지 물량이 부족하면 B급지로 수요가 옮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부동산 세금전가 부작용 이미 여러 번 확인했다

노무현 정권 때 다주택자 과세, 종부세 과세, 실거래가 과세 등 각종 '신규 세금 규제'가 도입됐다.

하지만 그 세금은 결국 없는 사람들에게 전가되고 말았다.

노무현 정권 후반부 서울 아파트 값이 폭등해 없는 사람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으며, 권력도 야당으로 넘어갔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실패를 거울 삼기는 커녕 같은 정책을 반복해 집값을 폭등시켰다.

늘어난 조세는 임차인에게 부과된다. 이는 경제학 교과서의 상식이다.

세금이 늘어나면 늘어난 세금분은 공급자와 수요자에게 나뉘어 부담으로 돌아간다. 문제는 재화의 성격이다.

부동산은 사치재가 아니라 누구나 이용해야할 필수재다. 필수재에 세금을 부담하게 되면 결국 그 부담은 수요자 쪽으로 넘어간다.

다만 지금 주택시장의 수급은 워낙 꼬여 있어 세금 정책을 쓸 때도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한 쪽' 방향으로만 혜택을 줄 때 그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로를 세심하게 점검해야 한다.

■ 다주택자 죄악시 하는 프레임 벗어나야

굳이 종부세를 부과하겠다면 세대수가 아니라 총액 기준으로 부과하는 게 맞다.

빌라 10채 갖고 있어도 강남 30평대 아파트 1채도 사기 어려운 상황에서 '1주택만 우대하는' 정책은 맞지 않다.

고가주택 한 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보유세 부담만 낮춰주면 2~3억짜리 여러 채 가진 사람들은 납득할 수 없어 조세 저항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

1주택자에게만 혜택을 확대하면 전세와 월세를 공급하는 다주택자들을 징벌하게 되는 셈이다.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민간 공급주체들에게 회초리를 가하면 임대주택 공급을 더욱 위축시키면서 고가주택 매수만 자극할 수 있다. 주택 간 양극화가 더욱 커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택 수급 균형이 깨져 있는 상황에서 이미 누더기가 돼 버린 한국의 부동산 세제는 시장 정상화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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