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5 (수)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7월보다 도비시해진 8월 의사록

  • 입력 2023-09-13 10:4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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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8월 금통위의사록이 7월보다 도비시해졌다.

지난 7월 금통위의사록에선 모든 금통위원들이 '추가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면서 추가 긴축 가능성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었던 반면 8월엔 신중해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8월 금통위에서도 "금통위원들이 모두 금리 인상 룸을 3.75%까지 열어놓은 상황"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하지만 전날 오후 4시에 공개된 의사록에선 금통위원들이 이전보다 꽤 신중해졌다는 점을 노출했다.

■ 7월의 금통위원들, 금리 추가인상 열어두는 이유에 초점 둔 발언

7월 금통위의사록에선 모든 위원들이 '추가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면서 추가 긴축 가능성에 적극적이었던 반면 8월엔 신중론이 강해진 게 특징이다.

7월 당시 금통위원들은 '성장과 물가 경로, 금융시장 상황, 내외금리차 확대와 환율, 금융불균형, 가계부채 추이' 등을 보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것을 주문했다.

당시 이런 의견에 별다른 예외는 없었다. 7월 의사록엔 금통위원들이 금리 추가 인상을 열어둬야 하는 이유들이 많이 담겼다.

하지만 8월 회의는 이전보다 상당히 신중해졌다. 유상대 부총재가 처음 금통위원으로 금리결정회의에 합류한 가운데 고금리 효과를 평가하면서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할 때라는 평가들이 늘어났다.

여전히 금리 추가인상 필요성을 거론하는 시각은 유지됐지만, 의사록 지면에선 신중한 접근이 강조되기도 했다.

■ 8월의 금통위원들, 인상 계속 열어두되 '신중한 접근' 강조

금통위원들의 금리 추가인상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은 유지되고 있지만, 위원들간 의견차이는 다소 벌어졌다.

A 위원은 "주요국 통화정책의 추이에 따른 외환시장의 움직임,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의 목표대로의 안정 경로 등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으므로 향후 필요시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B 위원은 "근원물가 흐름, 원/달러 환율 등 금융시장 동향과 가계부채 증가 정도, 부동산 시장을 포함한 실물경제의 회복 속도,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결정 내용 등을 점검해 가면서 추가로 금리인상을 할 지 여부를 포함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은 그러나 "기준금리 결정을 둘러싼 여건은 상하방 요인이 혼재하고 있다. 물가는 하락 추세이나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부동산PF 등 취약부분 리스크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면서 "경기는 부진이 다소 완화되고 있으나 본격 회복 국면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가계부채는 증가 추세에 있다"고 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두되 면밀한 점검이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제기됐다.

C 위원은 "전망경로 대비 향후 성장과 물가, 그리고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기준금리에 대한 추가 조정 방향 및 크기를 신중히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D 위원은 "향후 통화정책 운영방향도 주요 지표가 물가의 하향 안정 및 금융불균형 해소를 시사하는 수준인지를 면밀히 점검해 가면서 필요시 추가 금리 인상 등을 통해 정책 긴축의 강도를 조정하며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책목표가 서로 부딪히고 있어 정책결정이 힘든 국면이란 평가도 보였다.

E 위원은 "물가는 대체로 당초의 전망경로를 유지할 것이나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커진 반면 금융불균형은 확대됨에 따라 정책목표간의 상충관계는 심화됐다"면서 "앞으로 성장 및 물가경로, 금융안정 상황, 주요국 통화정책 및 경기변동 등 대내외 여건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 위원의 재정정책 영향에 대한 언급도 눈길을 끌었다.

F 위원은 " 민간부문의 부채 감소와 더불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은 통화정책 운용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우리는 코로나 기간 동안 불가피하게 늘어난 대규모 재정지출이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명히 체험했다"면서 "중앙은행의 금리 및 통화정책은 재정정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오랜 역사가 보여줬다"고 했다.

그는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 경제가 앞으로도 그러한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저물가를 동반한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교역 확대와 세계화 추세 또한 국제정치·경제 환경 변화로 그 모멘텀이 다소 주춤한 상황"이라며 "그동안 지속해온 고금리 정책의 효과를 점검하면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경제의 체질 개선에 노력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 한은 스탠스 변화에도...결국 중요한 것은 연준의 스탠스

지난 8월 금통위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원들이 기준금리를 3.75%까지 열어두는 첫 번째 이유는 연준의 통화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내 채권 투자자들 사이에선 금통위가 통화 긴축에 대해 더 신중해진 것을 우호적으로 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연준의 결정이 핵심이라는 평가들은 여전하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금통위는 이제 중립 수준에 가까워진 것 같다. 인상 여지를 열어 두는 정도의 입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국내 통화정책과 관련해 가장 중요하는 것은 연준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금통위의사록에서 위원들이 더 신중해진 것은 긍정적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한은도 인정하듯이 미국 상황이 핵심이며, 당장 CPI와 FOMC 등을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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