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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로 오른 WTI...유가가 키운 긴축종료에 대한 의구심

  • 입력 2023-09-06 13:41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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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2022년 이후 WTI 선물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2022년 이후 WTI 선물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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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유가가 8일 연속 쉬지 않고 오르면서 연중 최고치 경신 흐름을 보이고 있다.

향후 물가 흐름과 관련해선 유가가 가장 큰 변수가 됐다.

최근 유가 움직임과 관련해선 OPEC+의 감산 의지와 일부 산유국의 정정불안 등이 강세를 지지할 수 있다는 견해와 미국 등의 증산 가능성과 중국 수요 둔화 등이 상방을 제약할 것이란 전망이 맞서 있었다.

수요 측면에선 최근 중국 위기가 현실화하느냐 여부도 유가 향방과 관련해 큰 관심사였다.

이런 가운데 일단 사우디가 일평균 100만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러시아도 일평균 30만배럴의 수출량 축소를 연말까지 연장한다고 밝히면서 수급적으로 유가 상승을 후원했다.

유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작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왔다.

이자율 시장에선 유가가 재차 하향되는지에 따라 추가적인 통화긴축 여부가 달려 있다는 평가들도 제기되곤 했다.

■ 다시 재개된 유가 고공행진..작년 11월 이후 최고치로

WTI 선물은 8월 24일부터 쉬지 않고 올라 이달 5일엔 86.69달러로 올라왔다.

올해 들어 유가는 60불대 중후반을 하단, 80불대 초중반을 상단 삼아 움직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레인지 상단을 뚫고 오르려는 기세가 강해져 다시금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WTI 선물은 종가기준으로 작년 6월 8일 122.11달러를 기록하면서 이중천정을 형성한 뒤 하락 전환했다. 작년 하반기 유가는 가파르게 떨어졌으며 올해 1분기에 저점을 찍었다.

유가는 올해 3월 17일 66.74달러까지 내려가면서 저점을 형성한 뒤 추가 하락이 막혔다.

저점을 형성한 뒤 WTI는 5~6월 70달러를 중심선에 두고 등락하다가 7월부터 상승 기세를 강화했다. 이후 다시 80불대 초중반에서 막히는 듯하더니 최근 연일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작년 11월 15일(86.92달러) 이후 최고치 기록했다.

■ 유가와 금리·환율의 시소게임...한은, 유가는 물가의 가장 큰 불확실성

지난 8월 국제유가는 중국 경제 불안과 미국채 금리 급등, 달러 강세 등으로 월 중반까지 약세 흐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이후 금리가 하향 안정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달러화도 반락하자 상승 압력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미국 허리케인 등이 수급적으로 부담을 줬다.

8월 한달간 WTI 선물은 전반기 상승과 하반기 하락을 반복하면서 전체적으로 2.2% 상승했다. 하지만 8월이 끝나기 전인 24일부터 상승 흐름을 재개하면서 빠르게 올라왔다.

그리고 최근 며칠 사이엔 유가도 뛰고 금리도 뛰는 현상이 빚어졌다.

최근 금리 인상을 거의 끝냈다는 평가를 받는 통화당국들도 유가 움직임을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통화당국도 유가 움직임과 관련한 상·하방 리스크 요인을 모두 열어두고 지켜보는 중이다.

전날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물가점검회의에서 "10월 이후에는 개인서비스물가 오름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농산물가격도 계절적으로 안정되면서 4분기 중 물가는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이라면서도 "향후 국제유가 추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한은 물가팀장은 현재 하향안정되고 있는 기조적 물가를 보라면서도 유가 관련한 불확실성은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당장은 유가에 영향을 받는 석유류 가격 때문에 물가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박창현 물가동향팀장은 "9월 CPI 상승률이 8월 수준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아질 수 있다"면서 "이는 석유류 가격이 작년 9월 전월대비 하락해 기저효과가 남아 있는 데다 최근에는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유가 고공행진과 美 휘발유 가격에 대한 불안한 시선

연준에선 유가 상승 속에 휘발유 가격이 뛰자 물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고용 관련 지표들이 둔화되면서 노동시장이 균형점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에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지만, 원유 관련 품목 가격이 오르는 모습은 통화 긴축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5일 "휘발유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다. 우리는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금리는 더욱 높은 수준에 가야할 수도 있다고 본다. 기준금리를 좀더 높여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메스터처럼 연준 내 매파로 평가받는 월러 이사가 "최근 경제지표들이 인플레이션의 지속적 완화를 보여주고 있어 정책결정자들이 긴축을 신중하게 진행할 수 있다. 급하게 긴축할 이유는 줄었다"면서 꽤 도비시해진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유가 고공행진은 연준 스탠스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낮춘다.

미국 휘발유 소매가격(평균)은 7월초 이후 7주 연속 상승하며 8월 28일 갤런당 3.813달러(배럴당 $160.15)로 전년말 대비 23% 상승했다. 러-우 전쟁으로 국제석유시장이 패닉에 빠졌던 작년 6월을 제외하면 2012년 9월 이후 10년 남짓만에 최고치였다.

작년에는 전쟁 발발 전후로 3.53달러(2월21일)에서 5.01달러(6월13일)까지 대폭 상승한 뒤 연말엔 3.09달러(12월26일)로 가파르게 하락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다.

이는 WTI의 변동성을 크게 웃도는 것이며, 위발유와 WTI선물의 스프레드는 연초 20달러 수준에서 7월말엔 40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 금융사들에서도 통화긴축이 끝났다는 확신을 갖기 위해선 휘발유를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기도 했다.

BOA는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이 1회에 그치기 위해선 인플레가 진정돼야 한다. 인플레 진정을 위해선 휘발유 같은 원자재 가격이 안정돼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국채 금리가 다시 오를 수 있다"고 했다.

미국 휘발유 가격 급등 이유로는 예상치 못한 정유공장 가동 중단, 정유능력 정체와 생산비용 증가, 재고 부족 등 공급 측 요인이 주로 꼽힌다. 허리케인과 같은 돌발변수도 우려요인이다.

국제금융센터의 황유선 연구원은 "물가지표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한 미국 휘발유 가격의 강세가 이어질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면서 "데이터 디펜던트를 강조하는 연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눈여겨 봐야 하다"고 조언했다.

■ 유가 움직임에 긴장하는 금융시장

최근 유가의 거듭된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부담이 커지자 미국채 금리는 속등했다.

역사적으로 성과가 가장 부진한 달인 9월을 맞이한 주식시장도 금리 급등세에 긴장하면서 다소 하락했다.

간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7.90bp 급등한 4.2627%, 2년물은 9.16bp 뛴 4.9576%를 기록했다.

국내시장도 이런 흐름에 긴장하고 있다.

국내에선 통화당국이 8월 물가의 예상보다 높은 상승세에도 '기조적 물가 둔화 흐름'을 거론하기도 했고 미국에선 '고용 데이터 둔화에 따른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다만 아직 원유나 휘발유 등 원유 관련 품목들이 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는 떨쳐내지 못한 상황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유가가 박스를 벗겨내고 더 오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약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 계속 전진한다면 금리를 더 올리면서 채권시장을 추가적으로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금 채권시장을 박스장이라고 보고 있지만 만약 유가가 여기서 한 단계 더 높아진다면 금리 레벨도 상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한은이 어제 물가의 기조적 둔화를 거론하기도 했는데, 그들 역시 유가 불확실성을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금리 레벨 메리트가 커졌지만 최근 분위기는 상당히 찜찜하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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