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5 (수)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파월 연속 인상 위협에도 크게 긴장하지 않는 채권시장

  • 입력 2023-06-29 11:16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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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포르투갈 신트라에 모인 주요국 중앙은행가들, 출처: ECB

사진: 포르투갈 신트라에 모인 주요국 중앙은행가들, 출처: E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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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8일 ECB의 신트라 포럼 패널 토론에서 "필요시 연속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연준이 7월과 9월 연속해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파월은 금리 추가인상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인플레를 더 낮추고 놀라운 회복 탄력성을 보이는 노동시장을 둔화시켰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 파월, 경기하강 가능성은 인정...그러나 완화기대 일축하며 매파성 과시

미국 연준은 6월 11번째 회의만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이는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신호가 아니었다.

연준이 그간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한 데 따른 효과 점검, 그리고 3월 은행 사태 이후 은행권 위기의 경기 영향력 점검 등을 위한 것이었다.

시장은 6월에 쉬었지만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파월은 ECB 행사에서 연속 인상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완화기대를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파월은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미국경제는 회복 탄력성을 보이면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다만 경기가 하강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미국이 4분기, 1분기 역성장을 하면서 침체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파월은 경기가 악화되더라도 한계가 있으며, 물가를 계속 신경써야 한다는 데 무게를 두는 발언을 했다.

파월은 "경기 하강 가능성이 높지만 침체 가능성은 낮다. 물가가 목표수준까지 가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근원 CPI는 2025년까지 연준 목표치인 2%까지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자들의 예상보다 더 오랜 기간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하는 등 매파적인 면모를 과시했다.

파월은 "만약 인플레이션이 더욱 빠르게 둔화하는 가운데 연준이 2% 경로에 확신할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투자자들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생각하기 시작할 수도 있지만 거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완화정책은 현재로선 연준이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 파월의 경기낙관 vs 금융사들의 경기비관

파월은 연준이 2회 연속 금리인상에 나설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다수 위원들이 '적어도' 연내 2회의 금리인상을 예상하는 중이라고 했다.

현재 제약적인 통화정책을 구사하는 중이지만 아직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CME 페드와치툴은 파월의 매파적인 발언 후 7월 25bp 인상 가능성을 80% 넘게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파월의 통화정책 완화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발언에도 불구하고 내년 1월엔 25bp 인하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을 유지했다.

파월 의장이 특히 경기가 침체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미국 금융사 애널리스트들의 경기 침체 믿음을 꽤 강하다.

일단 금융사 애널리스트들은 4분기와 1분기에 각각 마이너스 성장률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평균적으로 금융사들은 4분기와 1분기 모두 1%에 가까운 0%대 후반의 마이너스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기의 기술적인 침체가 나타나더라도 과거 침체 시기와 비교하면 침체 강도와 시기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내년 1분기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뒤 2분기부터는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파월은 침체까지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채권시장의 연준에 대한 불신

연준의 경기관은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관적이고, 물가관은 비관적이다.

따라서 시장은 향후 통화정책 완화 시기에 대해서도 연준보다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전망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다보니 시장이 파월 의장이나 연준 발언을 곧이곧대로 믿어주지 않는 것이다.

맥쿼리는 "디스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하면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간밤 미국채 시장은 파월의 매파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강해졌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28일 5.42bp 하락한 3.7107%, 2년물은 5.38bp 떨어진 4.7118%를 기록했다.

미국 시장은 파월 발언에 크게 긴장하기 보다는 이탈리아 인플레 둔화에 따른 유로존 금리 하락 등을 추종했다.

아울러 2차례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발언은 파월이 이미 했던 얘기여서 채권 투자자들을 압박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미국장이 파월 말을 안 믿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미국 시장의 중앙은행 불신도 대단한데, 한국은 내부사정 때문에 금리를 올리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딜러는 "금리인상 사이클 끝무렵에도 중앙은행의 매파적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으나 시장은 이미 할인해서 듣는 중"이라며 "매파적 발언들에도 상당한 내성이 생긴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를 대비했던 채권 투자자 상당수가 이미 손절을 경험했으며, 침체가 현실화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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