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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유럽 통화당국의 예상보다 강한 긴축의지...그리고 '미국 2번=한국 1번'이라는 도식

  • 입력 2023-06-23 11:0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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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영국 기준금리 추이, 출처: BOE

자료: 영국 기준금리 추이, 출처: B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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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영란은행의 빅스텝, 파월 연준 의장의 50bp 추가 인상 전망이 합리적이란 평가 등이 국내 채권투자자들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각국이 자국 상황에 맞춰 정책 차별화를 꾀하고 있기도 하지만, 주요국 통화긴축이 마치 근원물가처럼 끈적끈적한 모습을 보여주자 국내 투자자들도 이를 경계하고 있다.

연준이 작년 3월부터 기준금리를 500bp나 올린 데 따른 누적효과가 시간을 두고 계속 발현될 수 있지만 좀더 올려보겠다고 하자 이자율 시장이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 영국은 결국...'더 긴축적인' 선택지 집어들어

영국은 22일 기준금리를 5.0%로 50bp 높였다.

정책회의 직전 발표된 CPI 지표에서 근원물가가 30년 남짓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지만 그래도 25bp 아니겠느냐는 의견이 강했다. 하지만 영란은행은 7:2의 여유 있는 분위기로 빅스텝을 선택했다.

영란은행은 경기가 심하게 망가지는 것은 원치 않지만 지금 인플레를 잡는데 좀더 신경쓰지 않으면 향후 더 어려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앤드류 베일리 BOE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리세션을 바라지는 않지만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까지 낮추기 위해서 필요한 일을 할 것"이라며 "대출자들이 금리를 올리는 것을 걱정하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지금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상황은 이후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을 2% 목표수준까지 낮추는 데 전념할 때라고 주장했다.

다른 유럽 내 선진국들도 금리를 올렸다.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22일 기준금리를 50bp 인상했다. 노르웨이는 2021년 9월 이후 11번째 금리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3.75%에 맞췄다. 고착화된 높은 인플레이션과 노르웨이 크로네화 가치 약화에 대응한 조치였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8월에도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면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4.25%로 상향 조정했다.

스위스는 기준금리를 1.75%로 25bp 인상한 뒤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 미국은...파월의 50bp 추가인상 긍정

파월 연준 의장은 하원에 이어 상원 증언에서도 2차례 인상 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비록 목적지에 가까워졌다고 평가했지만 2차례 정도 더 올린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인 예상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금리 인하가 빨리 단행되지는 않을 것이며, 인플레이션이 2%로 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2번 정도 올리면 물가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파월은 통화정책 보고에서 "연내 추가 금리인상이 적절할 것"이라며 "아마도 두 차례가 될 것 같다"고 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도 22일 "지난주 FOMC 회의에서 동결 결정을 지지했지만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까지 낮추기 위해서 추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믿는다"면서 "비록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경제활동이나 인플레이션에 일부 영향을 미치고는 있지만 근원 CPI는 지난해 가을부터 높은 수준에서 머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연준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충분히 제약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물론 연준 내 의견은 나뉘어져 있다. 상대적으로 덜 매파적인 쪽에선 1번이면 될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점도표 등을 보면 연준 관계자들 사이에선 2번 인상 예상이 높다.

■ 추가 인상룸 제한적...중앙은행 의지보다 '역사적 경험'을 믿으라?

당연한 얘기지만 금리 인상이 경기나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시차를 감안할 때 지금 수준의 금리만 유지해도 경기, 물가 모두 하향 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일단 최근 시장은 연준의 2번 추가 인상보다 1번 인상이 더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CME의 페드와치툴은 연준이 7월엔 25bp 인상하지만 더 올리긴 어렵고 내년 초 정도면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아울러 연준의 인상 '의지'보다 역사적 경험, 즉 과거 사례가 더 믿음직해 인하 시점도 고려하면서 대응하는 게 낫다는 훈수도 보인다.

윤인구·박미정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지금은 금리인하 시기를 가늠해 볼 때"라고 제안했다.

연구원들은 "지난 30년간 미국엔 4차례 금리인상 사이클이 있었고 최종금리 도달 후 금리인하까지 고점 유지기간은 최소 5개월에서 최대 15개월로 평균 9개월이 소요됐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1995년 이후 4차례 정책금리 '고점 유지기' 동안 고용은 둔화됐고 PMI 등 생산지표와 대출 증가율 등 신용여건 지표들도 전반적으로 악화됐다고 했다.

하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금융시장은 정책금리 고점에서 달리기를 시작한다고 했다. 주식, 채권 가릴 것 없이 정책금리 고점에서 유동성 장세를 기대하면서 움직인다는 것이다.

연구원들은 "S&P500은 금리인하 기대를 반영해 4차례 중 3차례 20% 가까이 상승했으며 장기금리는 4차례 모두 하락했다"면서 "4차례 고점 유지기 중 3차례에 주가상승과 금리하락이 병행됐던 점을 감안할 때 고점 유지기의 장기금리 하락은 금융여건 긴축에 의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아니라 금융여건 완화를 선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 '미국 2번=한국 1번, 미국 1번=한국 0번'이라는 도식

국내에선 얼마 전까지 사실상 한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은 끝났다는 평가가 대세였다. 아울러 여전히 이런 관점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최근엔 미국이 두 번 더 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한은이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늘어났다.

A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국내 채권시장은 미국이 2번 올리면 한국은 1번 올리고 미국이 1번만 인상하면 한국은 동결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그는 "파월은 2번, 미국 금융시장은 1번인데, 한국 플레이어들은 연준 금리인상이 최소화되길 기대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글로벌 통화정책의 큰 흐름과 각국의 내부 사정을 동시에 감안할 때 미국이 복수로만 올리지 않으면 한국은 이 수준에서 금리를 더 올리지 않고 향후 인하 시기 도래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B 증권사 딜러도는 "미국 2번=한국 1번, 미국 1번=한국 0번이라는 도식이 만들어져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재는 미국 시장처럼 국내 시장도 미국 1번, 한국 0번을 기대하고 있어 이 분위기가 바뀌면 경계감이 재차 높아질 수 있다는 평가도 보인다.

C 증권사 딜러는 "미국 2번=한국 1번, 미국 1번=한국 0번 시나리오 중 두 번째가 아직은 우세하게 인식되는 중"이라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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