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6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영란은행의 결정이 주목받는 이유

  • 입력 2023-06-22 15:4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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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영국 길트채가 연일 급변동을 이어가고 있다.

금리인상 관련한 경계감, 금리 급등에 따른 저가매수, 재차 강화된 경계감 등으로 금리가 급등락을 나타내고 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영국 국채2년물 금리는 지난 19일 14.59bp 오른 5.0720%를 기록했다.

하지만 금리가 과도하게 오른 영향 등으로 다음날엔 14.32bp 급락한 4.9288%로 내려갔다.

그 다음날엔 물가가 예상을 웃돈 것으로 나오자 9.57bp 뛴 5.0245%에 거래를 마감해 재차 5%를 넘겼다.

■ 영국 금리, 다른 나라도 긴장시켜...한국 매매자들도 영국 데이터에 예민한 반응

최근 영국 금리는 인근 유로존, 그리고 미국 금리에 영향을 미쳤다.

각국이 영국의 끈적끈적한 물가 상황을 보면서 자국의 통화당국의 결정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날엔 한국 시장 후반부에 있었던 영국 물가지표 발표에 국내도 큰 영향을 받았다. 당시 국내 채권가격은 강세분을 상당폭 반납한 뒤 긴장했다.

영국 물가가 예상보다 더 크게 오르면서 통화정책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영국 5월 CPI는 전년 동월보다 8.7% 상승했다. 이는 예상치(8.4%)를 상회했고 전월(8.7%)과 같은 수준이었다.

특히 5월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7.1% 상승해 예상치(6.8%)를 상회했다. 이는 전월 실적치(6.8%)를 웃도는 상승률로 통화긴축에 대한 경계감을 높였다.

근원 CPI의 연간 상승률 7.1%는 31년 만에 기록한 최고치다.

투자자들은 수십년만에 가장 높은 근원 물가를 구경한 뒤 영란은행의 금리인상 폭을 주시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전날 국내시장에선 영국 물가가 나오면서 저가매수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던 시장이 주저앉았다"면서 "영국이 금리를 얼마나 올릴지, 또 얼마나 매파적인 발언을 할지에 따라 주변 시장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 최근까지 이어졌던 영국의 기이한 모습은...브렉시트 후유증

영국은 지난해부터 선진국 중에서도 물가는 상대적으로 높고 성장률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수년간 각국은 코로나 사태로 경기에 타격을 입었고 이후 정상화 과정에서 금리를 올렸지만 영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더 부진했던 것이다.

이런 현상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브렉시트였다.

영국이 브렉시트 결정에 따라 EU에서 탈퇴한 뒤 생필품 공급에 차질이 나타났다. 결국 구입 비용이 늘어나고 기업 투자는 줄었다. 금융 중심지 영국에서 글로벌 금융사들의 이전도 이어졌다. 여기에 몸 값이 싼 이민자들도 영국에서 발을 붙이기 어렵게 되자 사회 전체적으로 비용이 높아졌다.

브렉시트로 인해 물가를 둘러싼 환경이 어려워졌던 것이다.

브렉시트에 따른 교역 축소가 경기를 악화시키면서 물가는 더 높은 상태로 유지하게 만든 측면이 컸다.

이에 따라 아직도 영국의 위기 가능성을 예상하는 시각이 남아 있다.

영국이 물가 압력을 제어하지 못해 추가적으로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는 데다 이 부분이 금융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은 이미 지난 가을에 한 차례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작년 9~10월의 영국 국채시장 불안은 결국 트러스 총리의 사임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우려는 깔끔하게 걷히지 않았다. 영국 금리가 추가로 더 올라 은행이나 보험사, 기금 등의 손실이 커지면 재차 위기 시즌2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 있다.

국제금융센터의 김위대 경제리스크분석부장은 "브렉시트 초기 시점에는 팬데믹, 러·우전쟁,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이 겹침에 따라 그 경제적 피해를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2023년까지 이어지는 영국의 상대적인 고물가·저성장 현상은 브렉시트 영향인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 예상보다 나아진 경기와 5% 넘어선 국채2년물 금리..영란은행 결정에 쏠린 눈

올해 영국 경기는 예상보다 양호하다

지난해 가장 경기가 좋지 않은 선진국이 영국이었으며, 영란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1.5%라는 역성장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존 예상보다 현재 경기 상황이 낫다. IMF는 지난 4월 영국 경제 전망치를 -0.3%로 제시하더니 5월엔 +0.4%로 대폭 수정하기도 했다.

양호한 고용시장 상황, 그리고 에너지 가격 하락이 영국 경제에 버틸 수 있는 힘을 줬다.

우선 천연가스 가격은 작년 8월 이후 급격히 떨어지면서 에너지 비용을 크게 줄이면서 영국을 지원했다.

최근엔 고용시장도 타이트한 모습을 보였다. 4월 상여금 제외 명목임금 증가율이 전년비 7.2%에 달해 팬데믹 이후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이 부분은 물가 압력을 제어하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영국의 강한 고용시장은 임금의 상방 서프라이즈를 높인다. 경기를 받쳐주는 힘이 고용시장에서 나온다면 임금도 빠르게 둔화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럴 경우 수요측면 인플레이션도 유발되지만 동시에 비용인상 인플레이션도 올라가면서 근원 물가의 경직성을 높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물가-임금간 슬파이럴(spiral)에 대한 우려는 통화정책 긴축 부담으로 이어진다. 영국의 노동 수요가 아직도 과도한 상황에서는 단기물 중심으로 국채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최근 영국 국채2년물 최근 5%를 넘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이 올라갔다.

금리가 수십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뛴 데는 좀체 제어되지 않는 고물가, 이에 따른 영란은행의 추가 긴축에 대한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

이에따라 영란은행 결정에 많은 사람들이 시선이 모아져 있다.

전날 국내시장도 영국의 5월 CPI를 확인한 가운데 이 지표 발표 이후에도 일단 25bp 인상 전망엔 변함이 없다. 다만 일부 정책위원들이 빅스텝을 주장할 가능성도 상당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영란은행이 금리결정 후 어떤 스탠스를 보일지 많은 글로벌 투자자들도 주시하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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