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5 (수)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대규모 세수부족 속에 그어진 여와 야의 추경 대치전선

  • 입력 2023-06-20 13:36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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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4월까지 정부 총수입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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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번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여·야 대표들은 추경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다.

야당 대표는 대규모 추경 편성을, 여당 대표는 추경 중독에서 벗어날 필요성을 거론했다.

여야 대립이 격화된 가운데 강력한 추경 대치전선이 그어졌다.

■ 야당대표 이재명의 '35조 추경' 주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민주당부터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겠다. 첫째 민생과 경제회복을 위해 35조원 규모의 추경편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고금리로 절벽에 몰린 서민을 구하는 데 필요한 돈 12조원, 높은 물가와 에너지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한 돈 11조원, 주거안정을 위한 돈 7조원, 경기회복을 위한 SOC 인프라 구축을 위한 돈 4.4조원을 거론했다.

이 대표는 "경제 침체상황과 국민의 고충,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고려한다면 국채를 다소 늘려서라도 재정이 경제회복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재정건전성 문제와 관련해 야당은 '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선진국의 국가채무비율을 근거로 한국도 빚을 더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는 "21년 기준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은 51%로 진국 평균 117.9%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미국 128.1%, 일본 262.5%, 안정적 경제를 자랑하는 독일도 70%에 달한다"면서 한국은 양호한 재정상황을 바탕으로 빚을 더 내야 한다고 밝혔다.

■ 여당대표 김기현의 '추경중독' 위험 경고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추경을 강력하게 주장한 가운데 이날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야당의 '추경중독'을 비난했다.

김 대표는 "한 때 남미의 보석이라 불릴 정도로 잘 살았던 베네수엘라가 세계 최빈국으로 추락한 이유는 포퓰리즘 정치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정부 1년 예산이 200조 원이나 늘었다"고 지적했다.

건국 이후 70년 동안 문재인 정권 출범 전까지 쌓인 국가채무가 660조원이었지만 문재인 정부 5년만에 국가채무가 무려 400조원 넘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13년만에 '긴축예산'에 나서 재정지출이 가져다주는 반짝 효과의 유혹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정준칙 도입에 야당이 협조하라고 다그쳤다.

김 대표는 "민주당은 재정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단 쓰고 보자는 무책임한 정치에 대한 제어장치가 필요하다"면서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쟁,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 등 예외적인 경우 외에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고 국가채무비율이 GDP 대비 60%를 넘는 경우에는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금은 추경 중독을 끊어야 하고 정치권은 더 이상 조삼모사로 국민을 속여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획일적이고 무차별적인 현금 살포는 복지가 아니다. 헬리콥터 타고 돈 뿌리듯 하면 부익부 빈익빈만 가중될 뿐"이라며 "엉뚱한 곳에 쓸데없이 막 퍼주는 돈을 아껴서 정말 복지가 필요한 분들을 넉넉하게 지원하는 족집게식 '맞춤형 복지'로 리모델링해야 한다"고 밝혔다.

■ 추경, 정부가 편성하는 것...부총리는 아직 '여유'

추경은 정부가 편성한다.

정부가 법의 '추경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따진 뒤 예산편성권에 기초해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다.

정부는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국회는 예산안에 대한 심의확정권을 갖고 있다.

​추경예산안이 국회에 접수되면 각 상임위에 회부해 예비심사를 거치게 된다.

이후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종합적인 심사를 한 후 의결한다.

예결위에서 의결한 수정안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이 본회의에서 마지막으로 의결되면 추경예산안이 확정된다.

국회의 승인을 받아 확정된 추경예산은 다시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되고 정부는 추경을 집행하게 된다.

따라서 향후 추경 편성을 지휘하게 될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판단도 중요한 상황이다.

추경호 부총리는 최근까지 추경을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장 최근인 주말에도 방송에 출연해 이런 입장과 함께 추경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 일요일 추 부총리는 "민생이 어렵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추경이 아니어도 방법은 있다"고 했다.

그는 "한쪽에선 국세수입이 수십조원 부족하다고 우려하면서 35조원 상당의 추경을 하자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야당을 비판했다.

■ 역대급 세수부족 속에 그어진 여와 야의 추경 대치전선

다만 최근까지 세수 흐름을 보고 있으면, 예산 강제불용 등을 거치지 않고 어떻게 나라살림을 살지 의문스럽다는 진단들은 여전하다.

야당은 안 그래도 추경이 절실한 상황에서 세금마저 크게 펑크가 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국회 연설에서 "역대급 세수 펑크가 예상되는데 근로소득세는 4월까지 전년보다 1천억 넘는 등 서민·직장인 (세금) 부담만 늘었다"고 했다.

이런 이려운 세수환경에서 한국 경제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어서 빠른 시일 내에 추경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월간재정동향 6월호에 나와 있는 4월까지 총수입은 국세와 세외수입이 감소해 전년동기보다 34.1조원 감소한 211.8조원이다. 총지출은 코로나 대응사업 축소 등으로 전년대비 25.5조원 감소한 240.8조원다.

지출이 줄었음으로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아 통합재정수지는 29조원 적자다. 다만 사보기금수지 16.4조원 흑자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전월보다 8.6조원 개선돼 누적 적자가 전월 대비 축소(△54.0→△45.4조원)됐다.

어려운 나라살림과 현실을 감안해 야당도 '전국민이 아닌' 특정 계층을 위한 현금지원 등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증권사 사장 출신으로 민주당 경제통을 맡고 있는 홍성국 의원은 20일 "한국 경제가 너무도 어려워졌다. 우리가 추경을 하자는 것은 어려운 계층 때문"이라며 "1분위 소비 성향을 보면 154%이고 2분위, 3분위도 70~80% 정도 된다"고 했다.

그는 "이 계층에 돈을 투하하게 되면 이 돈은 순환하는 과정을 거쳐서 우리 경제를 더 많이 성장할 수 있고 세수로도 연결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당의 재정통들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식으로 추경을 하면 나라살림이 거덜 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민의힘 경제통들은 문재인 정부가 5년간 주먹구구로 나라살림을 운영하는 바람에 70년간 쌓인 국가채무 600조원에 문재인 정부 단 5년간 400조원이 급증한 상태라고 우려한다.

기재부 차관 출신인 송언석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교섭단체대표연설 뒤 "야당이 묻지마 추경 편성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재원도 국채발행으로 아주 당당하게 명시하고 있어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송 의원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고금리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적 수단"이라며 "재정 확대는 물가를 자극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고금리 어려움 해소를 위한 추경도 주장했다.

송 의원은 이런 야당 대표에 대해 "경제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 여와 야 추경 대치전선을 보는 시장 플레이어들

일단 정치권의 여와 야는 각각 '당장 추경 필요하다'와 '추경 생각 없다'는 대치전선을 펼쳐놓았다.

채권투자자들은 어쩔 수 없이 추경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도 여와 야의 추경에 대한 큰 온도차를 주목하기도 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하반기 언젠가 정부가 추경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면서 "다만 여당과 정부의 추경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 등이 채권 수급 부담을 낮추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른 딜러는 "추경 이슈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추경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시장 방향이 좀더 잘 보일 것"이라고 했다.

한편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9일 국회에서 '하반기에 추경이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현재로선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 당분간 검토할 생각도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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