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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근원물가 진로 두고 대립된 의견

  • 입력 2023-06-14 10:41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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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근 국내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근원물가의 진로를 두고는 의견이 상당히 대립된다.

통화당국이 보다 경기에 치중하면서 금리를 내리기 위해선 근원 물가의 가시적 둔화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스티키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국내외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다.

FOMC를 앞둔 미국에선 헤드라인 CPI 상승률이 큰폭으로 내려갔으나 근원물가는 다시금 둔화되는 데 한계를 보였다.

■ 근원물가, 둔화 강도 한계

미국 5월 소비자물가의 전년비 상승률은 4.0%로 전월(4.9%)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이는 2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하지만 근원 CPI의 경우 연간 상승률은 전월에 비해 소폭 하락(5.5% →5.3%)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근원물가도 둔화되는 흐름이라는 데 무게를 두기도 하지만, 여전히 끈적끈적해서 통화정책가들을 설득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웰스파고는 "일부 근원 CPI 항목 상승률이 안정되고 있다. 향후 근원 인플레이션도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내이션와이드는 "주거비 등 서비스 부문 상승률이 여전히 높다. 연준은 7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단 CME 페드와치툴은 연방기금금리가 6월엔 5.00∼5.25%에서 동결되고 7월에 25bp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으로선 연말부터 인하사이클이 작동할 것이란 예상이 높다.

■ 근원물가, '조만간 가시적인 둔화' vs '여전한 하방 경직성'

헤드라인 물가의 빠른 둔화가 결국 근원 물가 둔화에도 힘을 실어주고 이는 연준이 추가적인 금리 인상 없이 금리정책 사이클을 바꾸는 데 기여할 것이란 예상도 보인다.

제프리 로치 LPL파이낸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CPI가 상승폭 둔화세를 지속해 연준의 금리 동결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만약 인플레 둔화세가 지속되면 연준은 올해 남은 기간동안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급망 문제 등으로 고물가가 예상보다 길게 이어졌지만, 지금은 정상화 과정에 힘이 실려 있다는 평가도 보인다.

박성우 DB금투 연구원은 "기업의 가격 결정 매커니즘이 정상화되는 가운데 상품 및 주거비용 디스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에선 생산원가 상승률이 판매가격 상승률을 크게 하회하며 기업의 가격 인상 유인은 점차 감소해 코로나 이전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는 중고차 가격 안정과 함께 상품 디스인플레이션을 재개시킬 것"이라며 "주거비 항목도 상승률 둔화가 이어지고 있고 주거비는 올해 남은 기간 디스인플레이션을 주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근원물가를 물가목표 근처로 낮추는 일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예상도 보인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 둔화 경계에 소비자물가(제품가격)가 안정되는 것과 달리 단위노동비용 등 원가 안정은 더디다"면서 "연준은 장기 긴축 기조 유지 통해 물가 상승 기대를 억제하려는 시도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 가격이 떨어진 부분 등이 현재의 물가 둔화 흐름을 과장하고 있다는 평가도 보인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CPI가 큰 폭 떨어진 덕분에 6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통화정책의 신뢰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미국에선 4월과 마찬가지로 휘발유 외 뚜렷한 물가 하방 압력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근원 PCE와 마찬가지로 근원 CPI도 일정수준에서 정체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일부 품목들은 울퉁불퉁한 하락세를 보이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 한은도 근원물가 경직성 보면서 고심

국내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비 3.3% 상승해 전달(3.7%)에 비해 상승폭을 더욱 축소했다. 이제 헤드라인은 2%대 물가까지 겨냥하고 있다.

하지만 근원물가(식료품및에너지제외물가) 상승률은 3.9%로 둔화에 한계를 보였다.

3개월째 4.0%를 기록한 뒤 약간 둔화되긴 했지만 상당히 경직적인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근원물가의 하방 경직성 때문에 전체 물가가 다시 튀자 최근엔 호주, 캐나다 등이 금리를 시장 예상과 달리 인상하기도 했다.

이들의 금리인상 이후 한국은행 통화정책담당 이사인 이상형 부총재보는 지난 8일 "호주, 캐나다 소비자 물가 4월 들어 반등했다. 근원물가 경직성이 물가 목표 수렴에 상당한 제약될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근원물가의 '경직적인 정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물가전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상형 부총재보는 당시 "근원물가 경직성, 고용 상황, 서비스 수요 등과 해외 쪽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물가 전망에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고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12일 창립기념사에서 "기조적 물가흐름 나타내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아직 더디게 둔화되고 있어서 안심하기엔 이르다"고 평가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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