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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IMF 정책 가이던스 동감하는 경제정책 수장들...시장은 시장대로 판단

  • 입력 2023-04-14 10:52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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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추경호 경제부총리

사진: 추경호 경제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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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을 방문 중인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가 모두 통화정책 완화 기대감을 제약하는 발언은 내놓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번주 화요일 금통위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매파적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이번 미국 방문에서도 호키시한 발언을 내놓을 준비가 돼 있었다.

한은 총재와 함께 미국을 찾은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여전히 물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경기회복 기대감을 주입하는 데 주력했다.

■ 경제부총리, '물가안정 확고히 할 필요성' 강조...경기관도 여전히 '하반기 개선'에 무게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IMF·세계은행 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물가안정 기조를 확고히 해 나가는 게 정책 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당히 둔화됐지만 여전히 매우 높다고 했다.

부총리는 "소비자물가가 작년 6.3%에서 서서히 둔화되는 양상이나 아직 4.2%는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며 "물가 안정 우선으로 하는 재정정책, 통화신용정책 일관성 있게 가지고 가야 한다"고 했다.

금융불안이 야기될 경우 신속하게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한국 금융사들의 건전성은 양호하다는 데 무게를 뒀다.

부총리는 "월가나 해외 신용평가사들은 그간 한국 정부의 건전성 조치 강화로 한국 금융시장과 금융기관 건전성을 상당히 신뢰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은행들은 강건하다. 비은행권에선 일부 섹터 연체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반적인 불안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부총리는 경기도 하반기엔 나아질 수 있다고 했다. 경기 흐름 불확실성이 크고 금융불안도 잠재돼 있지만 경기는 하반기, 내년 등 시간이 흐를수록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작년 4분기부터 올해 상반기 경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이미 말한 바 있다"면서 "하지만 상반기를 지나면서 하반기엔 좀 더 나은 경기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부총리는 "내년 성장률 지표는 올해보다 훨씬 더 나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 예고됐던 한은 총재의 매파적 발언...경제수장과 한은총재, IMF 정책가이던스 '동감'

이틀전 매파적인 금통위가 끝났기 때문에 현지시간 13일 한은 총재의 발언이 유화적일 수는 없었다.

한은 총재의 입장이나 발언에 새로운 것은 없었다. 금통위나 최근 발언에서 보여준 매파적 스탠스가 유지됐다.

이창용 총재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현재 기준금리가 제약적 수준에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내려가지 않으면 한은은 통화정책 전략을 재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플레가 내려가지 않는 경우의 통화정책 재조정은 금리인상을 의미한다. 금통위에서처럼 물가 둔화 속도와 폭에 대한 우려를 지속했다.

총재는 "환율 레벨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지만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국제유가 움직임"이라고 했다.

오랜기간 IMF 아태국장으로 일한 이창용 총재의 스탠스는 IMF가 전반적으로 제시하는 정책방향과 유사하다.

IMF는 이번주 11일 '4월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낮아질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재정당국에 대해선 "통화정책과의 정합성을 제고하고 부채관리를 위해 긴축재정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도 IMF의 행사에 참석하면서 IMF가 제시한 가이던스와 별로 다르지 않은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 당국자들의 경고는 지속...시장은 시장대로 판단

올해 4분기 내외 시점의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봤던 채권시장에선 경제수장까지 합세한 '물가 강조'에 대해 다소 긴장하기도 했다.

A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개장전 한은 총재와 경제부총리가 쌍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에 부정적이 발언을 했다"면서 "정부도 금리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듯한 모습이 부담"이라고 했다.

정부의 현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는 물가·경기 둔화 속에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물가 안정을 철저히 하면서 경제 활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도 보이고 있다.

기재부 그린북은 이날 "최근 우리경제는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내수는 대면활동을 중심으로 완만히 회복되고 있다"면서도 "수출, 설비투자 부진 등 제조업 중심으로 경기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린북은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확고한 물가·민생 안정과 철저한 대내외 리스크 관리 기반 하에 수출·투자·내수 등 전반적인 경제활력 제고, 경제체질의 구조적 개선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채권시장엔 당국자들의 금리인하와 관련한 부정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통화 완화와 관련한 '내기'를 접을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B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부총리가 하반기엔 좀 더 나은 경기 흐름, 내년 훨씬 좋은 성장률 지표 등을 얘기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금리 인하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시장도 바보가 아니다"라며 인상 사이클 끝 무렵 당국의 매파적 발언이 금리인하 기대감을 꺾지는 못할 것으로 봤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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