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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물가 헤드라인과 코어...헤드라인 둔화가 코어로 연결될지 관건

  • 입력 2023-04-13 13:5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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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물가 헤드라인과 코어...헤드라인 둔화가 코어로 연결될지 관건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의 3월 전년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약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물가가 둔화되면서 5월 FOMC가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하는 회의가 될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헤드라인의 큰 폭 둔화에도 불구하고 코어(근원, 핵심) 인플레는 둔화에 한계를 보여 아직은 인플레 경계감을 풀 때가 아니라는 반론들도 적지 않다.

아울러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연준의 통화긴축 행보를 눈여겨 보고 있는 한국은행의 스탠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눈여겨 보고 있다.

■ 美물가, 헤드라인과 근원의 다른 움직임...연준 내에서도 '이제 인상 재고해봐야' vs '인플레 제어 계속해야'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CPI는 전년대비 5.0% 올라 2월(6.0%)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이는 예상치(5.2%)도 밑돈 것이다. 물가 상승률은 2021년 5월 이후 가장 낮았다.

헤드라인이 낮게 나온 데는 중고차와 에너지 가격이 각각 11.2%, 6.4% 하락하면서 물가 상승률을 아래로 당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원 물가는 전년비 5.6% 올라 예상에 부합했으며, 2월 수치(5.5%)를 상회했다.

헤드라인이 높게 나온 데는 식품가격과 주거비가 각각 8.5%, 8.2%로 높게 나온 영향 등이 작용했다.

2년 3개월만에 코어과 헤드라인 물가가 역전된 가운데 일단 전체적으로 물가상승률은 둔화 압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를 보는 관점은 '전체' 지수에 중점을 두느냐, '코어'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다르다.

미국 현지에서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디스인플레이션 관련한 보다 긍정적인 신호를 확인한 만큼 앞으로는 근원 물가도 상당폭 둔화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반대 쪽에선 인플레 둔화 신호에도 불구하고 근원 물가가 여전히 높아 연준을 만족시키기엔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

연준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번 CPI에 나타난 물가 둔화 신호에 무게를 둬 굳이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12일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데일리는 은행사태가 일어나기 전인 3월초만 해도 인플레 진정을 위한 금리인상을 주장했으나 은행사태 이후 입장을 상당부분 바꾼 것이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서 추가로 긴축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에도 좋은 이유들이 있다. 하지만 추가로 긴축에 나서지 않아도 경기가 둔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만한 타당한 이유들도 존재한다"고 했다.

데일리의 도비시한 발언 이전에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도 "추가 금리인상에 신중함과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연준 관계자들 상당수는 여전히 인플레 제어에 게을러져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12일 "인플레 통제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더 있다"면서 예상을 밑돈 CPI에 너무 큰 무게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 은행사태가 가져온 연준 내부의 변화와 물가 안정 기대감

한은 금통위가 금리 결정에 있어서 중시하는 두 요인은 인플레 둔화 속도와 폭, 그리고 연준의 태도 변화다.

일단 미국 중앙은행 이슈를 보면, 연준은 최근까지 인플레 대응 지속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변화의 조짐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은행사태의 여파다.

은행 사태로 인해 경기가 더 둔화된다면 인플레 압력도 줄어든다.

특히 12일 공개된 FOMC 의사록엔 연준 관계자들이 은행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모습들이 담겼다. 3월 10일 SVB가 파산, 12일 시그너처뱅크 파산 등이 연준 내부의 공기를 상당부분 바꾼 것이다.

연준 관계자들은 의사록에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고 노동시장은 여전히 타이트하다. 다만 은행권 이슈가 은행대출을 막고, 가계와 기업들 심리를 꺾으면서 경기를 상당히 둔화시키는 등의 신호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준의 우려 대로 미국 기업들은 은행사태 이후 대출 받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러면 근원 수치를 포함해 인플레 둔화에 보다 힘이 실릴 수 있다.

디스인플레이션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출 축소 등으로 경기가 타격을 입고 침체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 연준이 이어온 금리 인상 경로가 닫힐 수 있는 것이다.

연준 내부 정책위원들간의 시각차도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추가인상 필요성에 대한 고심이 커진 보인다.

다만 일단은 5월 25bp 인상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미국 금리선물시장은 5월 인상 가능성을 70%, 동결 가능성을 30% 정도 반영하는 모습도 보였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헤드라인 물가를 고려한 미국의 실질 기준금리는 플러스로 전환이 됐지만, 헤드라인보다 더 높아진 핵심 소비자물가를 고려한 실질 기준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연준이 5월엔 25bp를 올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봤다.

■ 늦췄던 공공요금 정상화, 하반기 물가둔화 속도 제어할 한국 고유요인

OPEC+의 감산에 따른 유가 상승 우려는 물가 둔화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뉴욕시장 종가기준으로 WTI는 3월 17일 66.74달러까지 떨어졌으나 12일 현재 83.26달러까지 올라왔다.

원유 수급 불안이 각국의 물가 안정을 자신할 수 없게 만드는 공통 요인이라면, 국내엔 공공요금 인상이라는 만만치 않은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정부가 공공요금 정상화를 상당기간 미뤄둔 상태지만, 결국 하반기엔 정상화할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이 인플레 둔화 폭을 제어할 수 있다.

한은이 금통위에서 물가안정이 최우선 목표라고 강조한 가운데 전기, 가스, 시내버스, 지하철, 택시 등 각종 공공요금이 하반기엔 줄줄이 인상을 대기하고 있다.

임재균 연구원은 "대다수의 공공요금은 하반기에 인상이 예정돼 있어 하반기 물가 둔화를 제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상화가 시간 문제인 공공요금은 근원 인플레 둔화에 대한 기대치도 떨어뜨린다.

한은은 "올해 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전망치(3.5%)에 부합하겠지만, 근원 물가 상승률은 공공 요금 인상 등으로 전망치(3.0%)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 韓·美 헤드라인 물가의 빠른 둔화...'근원'으로 연결될지가 중요

미국 CPI 헤드라인이 6%에서 5%로 큰폭 내려왔지만 근원은 5.5%에서 5.6%로 올라갔다.

헤드라인의 빠른 둔화가 근원으로 파급될지가 중요하다. 이 부분을 두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맞서고 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핵심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물가 안정은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2분기 중 나타날 주거비 안정, 긴축 충격에 따른 핵심 상품 및 비주거 서비스 물가 안정 등으로 2분기 중 핵심물가 역시 월평균 전월대비 0.2% 오름세에 안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금 가시적으로 보이는 전체적인 물가 둔화 흐름세를 근원 물가 안정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지적도 보인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은 근원 CPI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올해 초 시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왔다"면서 "디스인플레이션 국면이 지속되고 있지만 과소평가하고 있는 물가 경직성에 대해서는 기대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년 만에 CPI가 5%로 내려온 상황이지만 기저 물가 둔화를 위해선 추가적인 통화긴축을 통해 수요 위축과 고용시장 악화에 따른 물가 하방 압력이 필요한 국면"이라고 했다.

국내 물가 역시 헤드라인에 비해 근원 물가의 둔화 속도는 더디다.

한국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0.6%p 하락했다.

하지만 근원물가 관련 지표들은 둔화 정도가 강하지 않다.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는 2월과 같은 4.8%,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도 전달과 같은 4.0%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은 여전히 잘 안 내려오는 근원물가, 기대 인플레 등을 감안할 때 인플레 경계감을 풀어줄 때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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