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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은 총재 예상 웃도는 매파적 발언...경고 메시지 새겨들을 필요 "있다" vs "없다"

  • 입력 2023-04-11 15:04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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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창용 한은 총재

사진: 이창용 한은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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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매파성을 보여줬다.

이날 한은 금통위가 채권시장 다수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만장일치 동결했지만 한은 총재는 금리인하 기대감과 확실히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90일물 등 단기금리가 움직임이 과도했다고 지적하는 등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에 정면으로 맞서는 듯한 모습도 연출했다.

■ 한은 총재의 예상을 뛰어넘는 매파적 발언

시장엔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등에 다른 은행사태, 경기와 물가 둔화 등을 감안해 금통위가 도비시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적지 않았지만, 한은 총재는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앞서나가는 시장을 질타했다.

이 총재는 "물가 하향 안정에 대한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인하 논의는 안 하는 게 좋고 그 때까지 인하를 언급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물가 둔화가 이어지더라도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연중 지속될 것으로 보여 물가를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미국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살펴봐야하나 아직은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물가상승률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대내외 여건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총재는 "금통위원들도 금리인하를 아직까지는 고려할 단계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물가가 2%로 수렴하는지를 보고 결정할 것이나 불확실성 크다"고 했다.

총재는 '한국식 포워드 가이던스'와 관련해 금통위원 5명은 당분간 3.75%까지 갈 것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며, 1명은 동결이 적절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5명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이유는 두 가지라고 밝혔다.

물가가 둔화하고 있지만 앞으로 산유국 추가감산 유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공공요금 인상 폭과 시기가 하반기 물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 봐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미국 은행권 위기 이후로 연준 통화정책 운용 방향을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특히 한은 총재는 단기물의 낮은 금리를 문제 삼아 시장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총재는 "3년물은 그렇다고 치고 90일물 금리와 같은 게 너무 떨어지는 것은 과도하다"면서 납득하기 어려워했다.

당분간 추가인상 여부를 판단하는 한은 입장에서 특정 구간 금리 흐름이 불편하다는 점을 직설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 한은 총재 '인하 언급할 때 아니다. 단기금리 지나치다'는 직설적 화법에 시장 놀라기도

한은 총재가 상당히 매파적으로 나오자 투자자들 사이엔 화들짝 놀라는 모습도 나타났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시장엔 인하 기대감을 윤허해 주길 기대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한은 총재는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단기금리나 너무 낮다고 질타하는 모습에서 놀랐다"고 했다.

총재는 연준 피벗 기대감이 한은 피벗 기대로 연결됐다면서 이런 이유로 단기구간 금리가 너무 낮아졌다는 입장을 보였다.

총재는 시장이 나빠지는 경기를 이유로 금리인하를 기대하는 것도 못 마땅하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아울러 최근 크게 낮아진 물가 상승률과 관련해서도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듯했다.

총재는 "우리 첫번째 맨데이트가 물가안정, 두번째가 금융안정"이라며 "경기를 걱정하는 건 경기가 나빠져 금융안정에 주는 영향"이라고 했다.

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 전망이 현 시점에서 1.9% 정도 된다면서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강변했다.

인플레 기대 안정을 위해선 "물가안정이 한은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고 달성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총재는 그러면서 어러차례에 걸쳐 '금리인하 고려할 때 아니다'라는 주입하듯이 반복했다.

아울러 "금통위원 많은 사람들이 금융시장의 기대를 과하다고 본다"고 경고했다.

■ 한은, 물가는 금리로 잡고 금융안정은 다른 툴로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적격담보증권 범위 확대 조치 종료기한을 7월 31일까지 3개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한은은 적격담보 관련 조치의 연장에 대해 "금융안정 차원에서 시행하는 것으로 최근 실리콘뱅크 은행과 크레딧스위스 사태 이후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유동성 안전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향후 금융시장 상황 및 동 조치의 효과 등을 감안하여 필요시 재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중소기업 대출비율제도 개편 사실도 알렸다. 금통위는 현재 시중(45%) 및 지방(60%) 은행에 대해 차등 적용되고 있는 중소기업대출비율을 50%로 일원화하기로 의결했다.

중소기업대출비율제도는 신용도와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은행자금 이용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1965년 4월 도입됐으며, 은행의 원화자금대출 증가액 중 이 비율 이상을 중소기업에 대출토록 규정하고 있다.

한은은 "중기비율 차등 적용에 따른 지방은행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면서도 중소기업대출이 위축되지 않도록 현 시중은행(45%) 및 지방은행(60%)에 적용되는 중기비율을 50% 수준에서 절충했다"며 "그간 차등비율 적용의 합리화 배경으로 작용했던 지방은행에 대한 금리 우대 조치가 1990년대 이후의 금융 자유화로 인해 폐지된 점, 은행의 건전성 관련 규제가 시중 및 지방 은행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했다.

중기비율 개편으로 시중-지방 은행 간 중기비율 차등 적용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면서도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공급 위축 우려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은은 이처럼 '다른 툴'을 활용해 금융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면서, 금융안정 문제로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거나 인하할 것이라고 식으로 과도하게 기대하는 것을 경계했다.

이 총재는 "한은과 중앙은행들은 물가와 금융안정을 위해 다른 툴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우위(정책결정에서 금융안정을 우위에 두는 일)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스탠스를 거론하기 했다.

■ 시장에선...총재 발언 강도는 셌지만 '가려서 들을 필요' 있다는 조언들

이날 총재의 발언이 매파적이었지만 시장에선 말처럼 매파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는 평가들도 적지 않았다.

앞으로는 매파적 한은 등으로 금리가 튀는 것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들도 보였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이번 금통위에선 만동(만장일치 동결) 후 세게 말하는 게 좋다고 봤다"면서 "총재가 적당하게 대응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말로서 상황을 모면한 성격이 강하다. 예컨대 안 좋게 보지만 좋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는 식의 레토릭이었다"면서 "멘트 강도와 관계없이 한은이 도비시해질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소수의견 논거가 별로 바뀐 게 없는데 만동이 나온 데엔 정부를 배려했기 때문이라는 느낌이 든다. 오늘 이벤트 내용은 경기는 안 좋은데 인하할 정도는 아니고 인상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외 특별히 되새겨볼 메시지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시장이 총재 발언 강도 대비 덜 밀리는 데엔 한은 총재의 '일부러 겁주기 전략'이 들통났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보였다.

C 증권사 딜러는 "한은 총재가 오늘 경고를 확실하게 했다"면서도 "말을 안 할 수 없으니 이렇게 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총재가 세게 말하자 시장도 '알겠다. 좀 쉬었다 가겠다'고 화답했다"면서 "앞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몇 달 후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한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지금 시점이니 한은 총재가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래도 이창용 총재가 파월보다 말하는 품새가 나은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D 증권사 중개인은 "매파적 발언에 비해 특별히 대단한 것은 없었다. 미국 따라하기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었다"고 했다.

■ 시장에선...총재 경고 무시해선 안 된다는 평가들도

다만 한은 총재의 매파적 발언을 너무 '할인'해서 들어선 안된다는 지적도 보인다.

최근 국고채 금리 등이 연내 금리 인하를 반영하면서 과도하게 움직인 점을 시장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들도 보인다.

E 운용사 매니저는 "총재가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고 확실하게 선언한 이벤트였다"면서 "지금은 총재의 매파적 발언을 폄하할 때가 아니라 레벨 부담을 감안해 신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설령 연내 금리인하를 고려해도 그 시기는 올해 마지막 금통위인 11월이며, 적어도 8개월의 역캐리를 감내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한은은 연말 3% 수준의 물가를 고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인하를 결정하는 것은 실질 기준금리다.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기준금리 – 물가상승률)가 0.5%는 돼야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시장이 생각하고 있는 2024년 1분기 물가 상승률이 2.3%라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인하 시기는 빨라야 이 때"라고 추론했다.

F 채권운용역은 "총재 얘기는 최소 8월 정도까지는 금리 인하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는 경고처럼 들렸다. 미국이 5월에 인상해 버리면, 미국에서 인하 나오기 전에는 금리가 박스권을 뚫고 내려오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국내 채권 투자자들의 조심스러움 등을 감안할 때 계속해서 외국인에 의해 금리 방향이 나올 것이란 관점도 제기된다.

G 증권사 딜커는 "금통위에선 예상대로 동결 및 매파적 발언이 나왔다"면서 "결국 외국인 선물 매매 동향에 따라서 장이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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