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6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금통위 '소수의견 없다'에 무게둔 시장...피벗과 기대감 관리의 한계

  • 입력 2023-04-10 10:52
  • 장태민 기자
댓글
0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금통위 '소수의견 없다'에 무게둔 시장...피벗과 기대감 관리의 한계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장태민 기자] 금통위를 앞두고 이자율 시장의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지배적이다.

3월에 발생한 미국 은행사태로 인해 소수의견이 나오기도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한은이 아직은 관리목표 대비 높은 물가 등으로 시장의 긴축 경계감이 완전히 풀리기를 원치 않지만, 이전보다 태세를 누그러뜨릴 수 밖에 없다는 진단도 적지 않다.

A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한미 금리차를 제외하면 상황이 금리 동결 쪽으로 옮겨갔다"면서 시장은 전원일치 동결을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 기준금리 전원일치 동결할까

지난달 발생한 미국 은행 사태와 그 파장, 국내 경기와 물가 둔화 흐름 등으로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채권시장에선 소수의견이 나오기도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2월 금통위에서 조윤제 위원이 25bp 인상 소수의견을 냈으나 이후의 상황은 인상 주장을 계속 유지하기 만만치 않은 쪽으로 흘렀다는 평가다.

B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금리 동결엔 이견이 없다. 만장일치와 '소수의견 1인'의 비중은 대략 8:2 정도 돼 보인다"면서 "금리결정과 관련해선 운동장이 크게 기울어져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시장이 이런 기대감도 상당부분 반영해 놓은 상황이어서 이벤트가 가격변수에 미칠 영향은 단언하기 어렵다"고 했다.

C 증권사 딜러는 "소수의견 1명(조윤제)이 나올 가능성도 있긴 한데, 지금 분위기를 감안할 때 만장일치 확률이 좀더 높지 않나 한다"고 말했다.

조윤제 금통위원은 지난 2월 23일 금리결정회의 때 물가, 환율, 시장금리의 빠른 하락 등을 이유로 내세우면서 금리 인상을 주장한 바 있다.

2월 회의에서 조 위원은 "금융시장이 한은의 정책의도보다 완화적 기대를 형성해 실제 이것이 현재 금융시장상황으로 반영돼 있다. 물가상승률이 점진적으로 하락되어 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중국 경기회복의 영향 등에 따른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고 이에 대해 중앙은행으로서 보수적으로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금리인상을 주장했다.

그는 현재 거시모형에서 금년 말까지 3%대 초반, 내년 중 2%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비자물가경로와 상응하는 기준금리의 추정수준보다 기준금리를 다소 높게 인상해 현재 인플레이션 경로에 부수돼 있는 불확실성이 물가경로를 교란해 고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가능성을 낮추고 물가가 조기에 물가안정목표수준으로 정착되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조 위원은 또 "미국의 최종금리수준과 긴축강도의 지속성에 대한 최근 시장의 기대조정이 향후 외환유출입과 환율의 안정성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 시장은, 조윤제 위원 '굳이...'

하지만 미국 은행사태 발생 후 연준 기준금리 인상 기대값이 떨어졌으며, 최근엔 미국 연준이 5월에 동결할 가능성도 상당한 비중으로 올라오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상황이나 경기, 물가 흐름 등이 조 위원의 금리인상 의지를 얼마나 꺾었는지에 따라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는 만장일치 동결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시장은 일단 만장일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일단 내일 금통위 금리동결은 만장일치로 본다"면서 "미국 은행 문제도 있고, 굳이 조윤제 위원이 분란을 일으키면서 이번에도 존재감을 과시하려고 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중 미국 신용 이벤트 발생으로 점도표는 작년 12월 숫자(5.25%)를 유지 중이다. 이에 더해 2월 금통위 당시 시장이 반영했던 연준 터미널 레잇은 5.6%였는데 현재는 5.25%로 하락했다"면서 금통위에서 만장일치 동결이 나올 환경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2월 금통위 당시 금통위원들이 상정한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유지 혹은 오히려 축소됐다"며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대내 경기, 물가 여건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금리 추가인상 명분이 약해진 상황에서 금통위원들 모두 당분간 금리동결을 이어가면서 경기와 물가 여건을 모니터링하는 기간을 갖게 될 것이란 예상이 강화된 상태다.

다만 향후 금통위가 실제 금리를 올리지 못하더라도 조 위원이 소수의견을 유지하면서 물가 안정을 위한 파수꾼을 자임할 수 있다는 의견도 보인다. 이번에 전원일치 동결이나 이전보다 누그러진 한은 총재의 코멘트가 확인되는 순간 시장이 흥분할 가능성이 있어 견제구를 던지는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상사이클 종료가 금리인하 기대로 확산되는 것은 막으려는 통화당국의 견제 의지 역시 커지고 있다. 이번 회의는 금리 레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여전히 물가 목표를 상회하는 물가수준이나 높은 기대 인플레 지표 등을 감안할 때 1인의 소수의견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 조속한 피벗의 한계 vs 한은의 시장 기대감 관리 한계

이창용 한은 총재는 2월 23일 열렸던 금리결정회의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성이 높아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이번 동결을 금리인상이 끝났다고 받아들이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물가경로가 예상에 부합해 경로대로 가는 게 확인되면 인하 여부를 논의할 수 있으나 그 이전에는 시기상조"라며 시장이 너무 큰 기대를 갖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이후 미국 은행사태가 발생하고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4.2%로 크게 둔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은 근원물가 등을 거론하면서 과도한 기대를 하지 않도록 다시 견제구를 던졌다.

이달 4일 소비자물가가 발표된 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당분간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큰 폭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둔화 흐름 이어간다"면서도 "근원물가도 점차 낮아지나 둔화 속도는 소비자물가에 비해 더딜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또 물가 경로상에서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흐름, 공공요금 인상 폭과 시기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의 물가에 대한 보수적 접근 등을 감안할 때 시장 일각에서 기대하는 조속한 금리인하도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한은 견제구의 위력도 약화되는 흐름이어서 견제구만으로 시장 기대감을 관리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점도 보인다.

E 운용사 매니저는 "이제 금리 추가인상 여부보다 인하 시점이 관건이 됐다"며 "4분기 인하 예상이 많은 가운데 빠르면 3분기, 늦으면 내년 인하가 가능하다는 예상이 중첩돼 있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