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5 (수)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풀려가는 인플레 족쇄와 남아있는 어려움

  • 입력 2023-04-05 11:04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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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다음주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전망에 별다른 이견이 없는 가운데 앞으로는 금리인하 시기가 관건이라는 인식이 강화됐다.

물가상승률 둔화가 좀더 가시적으로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국내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 미국 고용시장에서 나타난 임금-물가 악순화 고리의 해소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인플레이션 위협은 무디어지고 있다.

지난해 급격히 정책금리를 올린 여파로 올해 3월엔 미국에서 은행사태가 발생했다.

연준 관계자들이 은행사태 진정 뒤 다시금 인플레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으나 인플레이션 역학이 빠르게 변하는 중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국내도 이 영향을 받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은행 사태, 물가 둔화 등으로 이번 금통위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없다"면서 "그렇다고 당장 내릴 상황도 아니어서 금리 동결 가능성이 거의 100%로 인식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이번 금통위에선 총재 코멘트도 별로 관심이 없다. 위원 전원일치에 금리 동결이 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물가상승률의 완연한 둔화

전날 발표된 3월 CPI는 전년동월대비 4.2% 상승해 작년 3월(4.1%) 이후 가장 낮았다.

전년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7월 6.3%에서 고점을 찍고 둔화되는 중이다. 올해 들어선 1월 5.2%, 2월 4.8%에 이어 3월엔 4.2%까지 낮아졌다.

지난해 높았던 유가 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하다보니 조만간 3%대 물가 상승률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둔화된 데다 그간의 금리인상에 따른 미국 은행사태나 경기 둔화 신호 등은 긴축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수준을 넘어 금리 인하 기대감도 키우고 있다.

미국 쪽에서도 3월에 발발한 은행사태로 시장 분위기가 확 바뀐 가운데 물가 둔화 등을 감안할 때 금리 추가 인상의 필요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2월 JOLTs는 노동시장 경기가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런 모습은 임금과 물가가 서로를 자극하는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웠다.

미국의 2월 구인규모는 1천만명 이하로 내려가 그간의 급격한 금리인상의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동부가 발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업 구인규모는 993만1000명으로 전월보다 63만2000명 줄었다.

이는 지난 2021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시장 예상치(1050만명)를 밑돈 것이다.

미국에서도 물가 둔화 흐름 속에 노동시장에서도 물가 압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시그널이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연준의 2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대비 4.6% 올라 시장의 4.7% 상승 전망을 밑돈 바 있다.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월대비 0.3% 올라 예상치(+0.4%)를 밑돌았다. 전월비 수치는 예상치와 1월 실적(0.5% 상승)을 하회한 것이었다.

헤드라인 2월 PCE 가격지수는 전년대비 5.0%, 전월대비 0.3% 각각 올랐다. 지난 1월(5.3%, 0.6%) 수치를 하회한 것이다.

시장은 이제 인플레 둔화에 대한 자신감을 높여줄 수 있는 지표들을 연달아 확인한 뒤 금리인하 기대감을 키워가고 있다.

■ 통화당국자들, 물가 둔화 반갑지만 인플레 경계감은 풀지않아

올해 들어 '헤드라인' 물가상승률이 빠르게 둔화됐지만 한국은행은 '근원' 물가를 내세우면서 경계감을 풀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둔화 '속도'을 거론하고 있다.

한은은 전날 물가점검회의를 통해 "2월 전망 당시 예상한 대로 물가상승률이 상당폭 낮아졌다"면서도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제외) 상승률은 전월 수준을 유지하며 지난해 말 이후의 더딘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당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큰폭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근원물가 상승률도 점차 낮아지겠으나 둔화 속도는 소비자물가에 비해 더딜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가, 공공요금 인상 폭과 시기 등으로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데 무게를 뒀다.

미국 쪽에서도 아직 통화당국자들은 인플레 경계감이 유지되길 원하고 있다.

연준의 쿡 이사는 "미국의 인플레가 완화되긴 시작했으나 타이트한 노동시장이 물가 압력에 계속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시장이 너무 앞서나가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도 여전하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미국 금리가 앞으로 다소 더 높아질 듯하다"면서 채권시장을 불편하기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 물가둔화 막는 두 가지 문제...이기적인 산유국들과 난감한 공공요금 정상화

물가 상승률이 완연히 둔화됐지만 최근 국제유가는 재차 급반등했다.

최근 산유국들이 공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유가 하락에 대한 방어선을 쳤기 때문이다.

종가기준으로 WTI는 지난 3월 17일 66.74달러까지 급락했지만 산유국들의 공급 축소 발표 영향으로 이달 3일 80.42달러로 뛰었다.

이후 다음날 80.71달러로 제한적인 상승을 보였으나, 지금의 유가 수준은 1월 26일(81.01달러) 이후 가장 높아져 있다.

지난 주말에 OPEC+가 연말까지 일일 116만배럴 감산할 것이란 '깜짝' 발표를 한 뒤 유가가 뛴 것이다.

한국 물가 흐름에서 유가가 가장 중요한 만큼 산유국들이 원하는 대로 유가가 다시 오르면 금리인하 기대감이 강해지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수년간 사우디는 국제유가가 90달러는 돼야 한다는 태도를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번 감산은 앞으로도 사우디 주도 하의 OPEC+가 유가 하락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란 시그널로도 볼 수 있다.

아울러 이번 공급 축소 발표와 관련해선 국제유가를 10달러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 등도 이어졌다.

한국 내부적으로는 공공요금 인상 시점과 폭이 관심이다.

정부가 민생의 어려움, 정치적 이유 등으로 공공요금 인상을 막아놓았지만, 에너지 가격을 계속 눌러놓은 채로 유지할 수는 없다.

■ 정부, 공공요금 의견 수렴...'억지로 눌러놓으면 부작용 커져' vs '더 올리면 소상공인 영업 불가능'

전날 오후 정부는 전기, 가스요금과 관련해 공급자, 사용자, 그리고 국책연구기관 등의 의견을 들었다.

우선 공급자 단체나 에너지 관련 연구소 쪽에선 시장 흐름을 거슬러 억지로 공공요금을 눌러 놓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도 나왔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탄소중립연구부장은 "물가상승 등 국민 부담을 우려해 요금을 동결할 경우 에너지 부문의 공급 안정성 저해, 자원배분의 비효율성 증가, 경제 전반의 자금조달 문제 등 더 큰 비용 부담이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글로벌하게 볼 때 가스 관련 투자 등이 부족해 수급이 타이트한 상황이 이어질 수 있는 데다 중국의 경제활동 정상화에 따른 수요 요인 등도 간과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나 소상공인 쪽에선 이미 국민들이 높아진 에너지 가격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는 상황에서 성급히 올려선 안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지난 1년간 4번의 가격조정으로 가계부담이 가중됐다"며 "고물가 시기에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연쇄적인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홍 소상공인연합회 감사는 "전기·가스요금이 이미 소상공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인상됐다. 추가적인 가격 인상 시 영업이 불가능하다. 1달 임대료도 1년에 5% 이상 인상할 수 없는데 전기료는 인상폭이 너무 커서 임대료보다 더 내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더 나아가 "현행 요금체계는 소상공인의 부담이 과중한 구조로 요금체계 개편과 소상공인 대상 요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공공요금, 올릴 수밖에 없지만 시기와 폭 조율...한전채 문제도 계속 관심

한국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3%에 달할 정도로 높다.

지난해 에너지 가격 폭등에 따른 에너지 수입액 증가로 무역수지는 적자를 지속 중이며, 국민 경제도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결국 십시일반으로 어려움을 나눌 수 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해결책이 등장할 수 밖에 없었다.

시장가격을 반영하지 못하는 요금을 유지할 경우, 소비자들은 에너지를 더 사용해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로 인식할 수 있다. 이는 에너지 공기업 등의 손실을 키워 종국적으로 국민 부담이 된다.

하지만 소상공인 단체 등의 주장대로 조속한 정상화는 한국경제 내 약자들의 생태계에 치명타를 입힐 수도 있다.

결국 공공요금을 올리되 경제주체들의 부담과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을 모두 감안해야 할 듯하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한전의 적자문제는 계속해서 큰 관심이다. 한전채를 둘러싼 수요와 공급 문제는 계속해서 예민한 사안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올해 한전채 발행 여건은 작년에 비해 큰 폭 개선돼 발행 규모가 소폭 확대되더라도 현재 수준의 금리에서 무리 없이 발행될 것"이라며 "하지만 발행 규모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확대되고 대외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는 경우 채권시장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 한전채 순발행은 6.8조원 수준이었으며, 기관과 개인이 적극 사줬다. 하지만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김기명 한투증권 연구원은 "전기요금 인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한전 적자 탈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 내에 사채발행한도 여력 축소 우려가 있다. 일부 기관은 내부운용기준 상 연속 적자기업은 편입한도 제한도 존재한다"면서 "신종자본증권 활용, 자구노력, LNG 가격 하락 효과 등을 감안할 때 한전의 상환능력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시장 내에서 한전채 소화는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그러나 "대규모 한전채 발행이 계속된다면 약세 발행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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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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