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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채권시장, 美PCE 둔화 불구 유가·환율·수급 우려에 호재 상쇄

  • 입력 2023-04-03 11:1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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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3일 오전중 급등세 이어간 달러/원 환율,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 3일 오전중 급등세 이어간 달러/원 환율,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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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PCE 데이터 발표 이후 미국채 금리가 속락했으나 국내 채권시장은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유시장에서 유가 상승 재료가 발표된 데다 환율 고공 행진, 수급 부담 등이 작용하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미국채 금리 급락 이후 외국인이 선물을 대거 사고 있으나 장은 못 강해지고 있다"면서 "유가가 뛰고 환율이 오르고 입찰 부담까지 작용하다보니 쉽지 않은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아시아 장에서 미국채 금리가 다시 반등하면서 PCE 물가 둔화 효과는 상쇄되는 모습이다.

■ PCE 호재 뒤...외국인 선물 대거 매수에도 국채 채권시장 주춤

미국 상무부의 31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대비 4.6% 올랐다. 이는 시장의 4.7% 상승 전망을 밑도는 것이었다.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월대비 0.3% 올라 예상치(+0.4%)를 밑돌았다. 전월비 수치는 예상치와 1월 실적(0.5% 상승)을 하회한 것이다.

헤드라인 2월 PCE 가격지수는 전년대비 5.0%, 전월대비 0.3% 각각 올랐다. 지난 1월(5.3%, 0.6%) 수치를 하회한 것이다.

항목별 PCE 물가를 보면, 에너지 가격은 전월보다 0.4% 오른 가운데 식품 가격은 0.2% 하락했다. 상품 가격, 서비스 가격은 각각 0.2%, 0.3% 상승했다.

2월 개인소비지출은 전월보다 0.2% 늘며, 예상치(+0.3%)를 밑돌았다. 개인소득은 전월보다 0.3% 늘어, 예상치(+0.2%)를 소폭 웃돌았다. 개인소득과 개인지출 증가율은 모두 1월의 0.6%, 2.0%보다 크게 둔화된 것이다.

미국시장에선 채권, 주식 모두 PCE 발표를 호재로 보면서 연준의 긴축 의지를 약화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이번 지표가 하반기 금리 인하를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5월 금리 인상과 동결 전망이 백중세를 보이는 등 긴축 부담은 축소되는 모습이었다.

이런 분위기 등으로 외국인은 이번주 초반부터 국채선물을 대거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레벨 부담 속에 악재 요인도 만만치 않다면서 긴장하는 중이다.

■ PCE 호재 뒤...유가, 환율, 입찰 등 채권시장 압박

이날 달러/원은 초반 10원 넘게 급등하면서 1,310원을 뚫어내는 모습을 보인 뒤 장중 1,320원까지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월말 리밸런싱 수요, 연준 긴축 종료 가능성 등에 글로벌 달러가 상승한 가운데 달러/원이 큰폭으로 오르면서 채권을 압박하는 중이다.

산유국 이익단체가 깜짝 감산 계획을 밝히면서 국제 유가가 들썩이는 부분도 부담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는 오는 5월부터 연말까지 하루 기준으로 50만배럴을 자발적으로 감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OPEC+는 다음달부터 하루 기준 116만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시장은 OPEC+가 기존 생산량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WTI가 3일 시장에서 80달러를 넘는 등 수급발 유가 재상승 우려가 커졌다.

미국 정부가 시장이 불확실한 지금 시점에 감산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원유 시장 수급 불안이 물가 상승률 둔화 기대감을 상당부분 상쇄했다.

B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시장이 다시 달릴 만한 시점에 사우디의 감산 발표와 환율 급등이 찬물을 끼얹었다"면서 "오늘 입찰 부담이나 아시아장 미국 금리 상승 등으로 시장이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 긴축 완화 기대감 높였던 채권시장...원유, 환율 변수 등에 긴장

국제유가는 작년 6월 120불 근처에서 두번째 고점을 찍은 뒤 대체로 하향 안정되는 흐름을 이어왔다.

최근엔 WTI 선물이 70달러를 하회하기도 했다. 종가기준으로 지난 3월 17일 66.74까지 내려가본 뒤 다시 70불 위로 올라왔다. 그런 뒤 수급 차원에서 유가를 더 자극할 수 있는 변수가 등장한 것이다.

최근 유가 하락이 이상 급락이었다면서 지금이라고 원유 매수를 주장하는 모습들도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유가 하락은 저가매수 기회"라며 "최근처럼 급투매가 나온 것을 본 적이 없다. 시장은 여전히 구조적으로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프 커리 골드만삭스 글로벌 원자재 헤드는 "중국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서 국제유가도 올 하반기 견조한 회복 흐름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유가는 은행사태 등으로 추가 하락 압력까지 받아 가격이 속락한 뒤 OPEC+가 감산 의지까지 다져 수급 차원의 상승 리스크가 강화됐다.

채권 투자자들 사이에선 유가와 환율 상승 압력이 벌써부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최근 은행사태 등으로 긴축 완화 기대감이 강화됐지만 레벨 부담 속에 유가, 환율, 수급 등 불안 요인도 동시에 부각된 형국이라는 평가도 보인다.

C 증권사 딜러는 "오펙이 원유 생산량을 줄인다고 하니 불안감이 가시화된 가운데 환율이 급등해 시장에 부담이 커졌다"면서 "대외 환경 큰 축이 하나 바뀔 수 있어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 1,2월 국세가 덜 걷히다보니 추경을 우려하면서 수급 부담을 거론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D 딜러는 "올해 세수 결손 얘기도 계속 나오고 있어 앞으로 추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커브가 눕는 것도 한계에 부딪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채권시장을 둘러싸고 통화긴축 완화 기대감과 같은 호재가 작용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악재 요인도 섞여 있어 특정 방향을 고집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들도 계속되는 중이다.

E 딜러는 "최근 채권가격 급등 뒤 조정이 이어지는데, 오늘 20일선에서 지지되고 반등하는 모습 등을 보면 밀리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요즘엔 시장에 항상 끌려다니다 보니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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