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5 (수)

(장태민 칼럼) 8월, 계약갱신청구권, 그리고 임대사업자

  • 입력 2022-08-04 15:3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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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 2020년 7월 31일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을 포함한 임대차 2법이 시행된 뒤 2년의 시간이 흘렀다.

통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략 이 기간 수도권에선 아파트 전셋값이 20% 가량 뛰었으며, 월세는 30% 정도 올랐다.

특히 전세거래는 줄었지만 월세거래는 대폭 늘었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예상했던 것처럼 가파른 '전세의 월세화'가 이뤄졌다.

■ 가파른 전세의 월세화

한국 특유의 전세 문화는 그간 '없는' 사람들이 미래 주택구매를 위한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상당부분 효자 역할을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아파트값, 젠셋값 폭등으로 무주택자들은 더욱 힘들어졌다. 전세살이를 통해 상층 계급으로의 이동을 꿈꾸었던 사람들은 원치 않았던 '월세 시대'를 맞아 이에 적응하기 위해 분투 중이다.

법원 등기정보에 따르면 확정일자 기준 올해 상반기 월세 거래 건수는 24만6천건 수준이었다. 이는 전세 거래 21만9천건을 웃도는 것으로 이제 월세가 전세를 능가하는 시대가 됐다.

상반기 월세 거래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15만 9천건에 비해 50% 넘게 늘어난 것이다.

아울러 최근 가파른 전세의 월세화 진전과 관련해 다시금 임대사업자 제도를 손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문재인 정부의 등록임대 관련 '초기' 방향성은 맞는 것이었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민간 등록임대사업자에게 각종 혜택이 주어졌다.

지방세, 소득세, 양도세, 종부세 감면 등 각종 세제 혜택에 더해 건보료 감면 혜택까지 제시됐다.

문 정부는 그 만큼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했다. 임대사업자들이 많아지면 풍부한 전세 물량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수급 원리가 기본이라는 점은 '초기' 문재인 정부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집값이 급등하고 사회 분위기가 주택 '투기'를 죄악시하는 쪽으로 흐르면서 '초기의 정책'을 폐기 처분되고 만다.

2020년 7월 문재인 정부는 결국 임대사업자들을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화하면서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자신들이 처음엔 활성화시키려 했지만, 집값 급등 속에 임대사업자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급격히 태세 전환을 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사회 분위기 때문에 정책을 순식간에 손질한 뒤 시간이 흐르면서 공급 부족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계약갱신청구권, 즉 '2년+2년'가 도입되면서 전세 물량 부족은 더욱 심각해졌다.

이같은 수급 요인은 결국 월세의 시대를 예비하는 것이었으며, 이제 그 예상대로 '새로운 임대 시대'가 도래했다.

■ 드디어 8월

8월.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한 지 2년이 됐다.

갱신계약이 만료되는 사람들은 전세, 월세 등을 놓고 골치가 아파졌다.

최근 온갖 언론에서 집값 하락, 전셋값 하락을 부르짖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거래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평균 집값이 가시적으로 빠진 건 별로 없다는 게 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월세 비중만 늘어나자 다시 전세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론 목돈이 드는 전세금을 빌려 이자를 내는 것보다 월세가 나쁠 게 없다는 주장이나, 한국도 다른 나라들처럼 월세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간 한국은 특유의 전세 제도 때문에 없는 사람들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싸게 거주할 수 있었다. 전세의 긍정적 기능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비싼 월세 내는) 선진국 따라하기' 주장은 과도하다는 인식은 여전히 이성적인 사람들에게 설득력도 얻고 있다.

■ 전세를 문제 삼는 논리

논리적으로 볼 때 돈이 없는 사람들 입장에선 전세대출을 받아 은행에 이자를 내는 것이나 집 주인에게 월세를 내는 것이나 기본적인 차이는 없다.

결국 전세의 월세 전환가율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런 기본 논리를 감안하면 전세와 월세는 경쟁상품이다. 전세가 너무 높으면 월세로, 월세가 너무 높으면 전세로 옮아가려는 수요에 의해 둘은 균형점을 찾게 된다.

또 전세의 문제를 꼬집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주로 갖다대는 논리는 '갭투기'다. 돈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전세를 끼고 갭투자에 열을 올리면 집값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세금이나 전세대출은 사실상 '무이자'를 통한 레버리지 투자의 토대가 된다. 즉 전세가 투자자들에게 저리의 자금을 대주는 창구가 될 수 있다.

이런 얘기들은 진실에 가깝지만, 전세가 사라지는 월세의 시대를 모두가 원하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월세 시대가 두려운 사람이 많다. 주변엔 월급의 50% 이상을 월세에 갖다 받쳐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어 긴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사엔 경험칙이란 게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한국의 전세제도는 그나마 중산층 이상으로 진입하고 싶어하던 사람들에게 미래 내집 마련이라는 꿈을 줬다. 물론 그 무주택자들의 꿈은 최근 5년간 집값 폭등으로 물거품이 됐다.

아무튼 풍부한 전세 물량은 없는 서민들이 선택지를 높여준다. 또 전세와 월세의 건전한 경쟁 구도는 없는 사람들을 위해 필요하다. 선진국을 따라 한국이 월세 중심의 임대시장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실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 윤석열 정부의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부활?..."알맹이 빠졌다"

민간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아파트 매입 임대의 신규 등록은 불가능해졌다.

이달 초 통계청장 출신의 유경준 의원이 국토부에 자료제출을 요구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민간 등록임대 아파트 물량은 2020년 22만 5천호에서 2021년 19만 9천호로 줄어들었다. 올해(6월 기준)엔 17만 4천호로 감소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달 20일 '제3차 비상민생경제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비정상적인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정상화하겠다"면서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많은 국민들이 원하는 '아파트'에 대한 매입임대는 제외됐다. 이런 식이면 '사람들이 원하는' 임대 물량이 풍족하게 공급되기는 어렵다.

정부가 신경을 써야 하는 건 수요가 많은(즉 사람들이 원하는) 물량을 풍족하게 공급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아파트 매입 등록임대를 정상화시키지 않는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 민간임대사업자, 한 채 갖고 임대하는 사람이 60% 이상

적지 않은 일반인들이 임대사업자에 대해 가진 오해가 있다.

임대사업자라면 흔히 집을 여러채, 심지어 수십채, 수백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진실과 상관 없다.

실제 대다수의 민간 등록임대사업자들은 자신이 갖고 있던 '한 채'의 주택만을 등록한 생계형 임대사업자다. 이는 그간의 임대 관련 통계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다.

유경준 의원이 국가에서 받은 자료에 의하면 2020년 전체 등록임대사업자는 37만 6천명이었다. 이 중 62.5%인 23만 5천명이 한 채의 주택만 등록했다. 2021년엔 전체 임대사업자 34만 6천명 중 61.9%만이 등록했다.

올해는 전체 임대사업자수가 31만 5천명으로 그 규모가 더 줄었으며, 이 중 61%(19만 3천명)가 1주택만을 등록했다. 1주택만을 등록한 규모 역시 이제 20만이 되지 않는다.

■ 임대사업자의 중요성, 무주택자 주거비를 보면 보면 보인다

그간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임대차 3법의 부작용으로 전세의 월세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과거에 공급 경쟁을 하던 사람들이 줄어드니, 없는 사람들의 거주비용이 더욱 올라가고 있다.

이미 전세로만 살 수 있었던 시대는 가고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아파트 임대가를 낮출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유경준 의원이 국토부 자료 분석을 통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서울의 2022년 민간등록임대 아파트의 평균 월세 보증금은 1억 1,200만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중 일반 아파트의 월세 보증금인 2억 400만원보다 45%나 저렴했다.

월세도 민간등록임대 아파트는 87만원으로 시중 일반 아파트 월세 평균인 126만원보다 30% 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 경우 민간 등록임대 아파트의 월세보증금은 시중 일반 아파트 월세보증금보다 26% 낮았다. 민간등록임대 아파트의 월세수준도 시중 일반아파트보다 60~70% 수준으로 저렴했다.

안타깝게도 경험적 사실과 자료는 내가 살 집 외의 집을 더 가진 사람들이 공급 경쟁이 펼칠 때 집이 없는 사람들도 싸게 살 수 있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집 투기는 죄악'이라는 감정적, 감각적 발언들이 귀에는 듣기 좋으나, 실제로는 없는 사람들을 거주를 더욱 어렵게 했다는 사실 역시 최근 수년간 여실히 증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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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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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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