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5 (수)

(장태민 칼럼) 최종 기준금리, 금통위도 누구도 자신 못한다

  • 입력 2022-06-15 14:3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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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월 FOMC 당시의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출처: 연준

사진: 5월 FOMC 당시의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출처: 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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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2021년 12월.

당시 2022년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1.50%에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한은이 연말 물가설명회 등을 통해 이미 2번 금리를 올린 데 따른 '여유'를 드러내자 시장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1.25%에서 머물 것이라고 기대를 키웠다.

당시 한은의 통화정책담당 이사인 박종석 부총재보가 "긴축 수준으로까지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발언하는 등 한은이 여유를 나타내자 시장에선 1, 2번 더 금리를 올리면 이 사이클이 끝날 것으로 관측했다.

작년엔 한은이 8월과 11월 기준금리를 올려 정책금리가 0%대에서 탈피해 1%로 진입한 상태였다.

하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때의 예상과 달라도 너무 다른 현실을 맞이했다.

■ 중앙은행들의 상황 오판...계속 배반 당하는 금융시장의 기대감

해가 바뀌면서 '중앙은행들의 상황 오판'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면서 금리는 뛰었다.

국내에선 작년 연말만 하더라도 2022년 초에 '한번 올리면 끝'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던 상황이었지만, 막상 2022이 닥치니 이자율 시장의 기대감이 두려움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한은은 일단 2022년 첫 금리결정회의인 1월 금통위에서 예상대로 금리를 1.25%로 올렸다.

이후 2월 회의에선 금리를 동결했다. 한은이 추가 인상을 시사했으나 시장에선 '정치의 계절'을 고려하는 경우도 많았다.

3월의 대선과 이주열 총재 임기 종료, 5월 새정부 출범과 6월 초 지방선거 등을 감안하면서 추가 인상은 하반기에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들도 적지 않았다.

정치 이벤트가 많은 데다 2017년부터는 3의 배수인 달엔 정책금리 결정을 하지 않다보니 금리 인상이 하반기 초 정도에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한국은행을 포함해 각국 중앙은행들의 물가 전망은 '엉터리 수준'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러-우 전쟁마저 발발하니 물가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심해졌다.

결국 시장 일각의 기대와는 반대로 3의 배수의 달엔 금리를 결정을 하지 않다보니, 한은이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 올려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이주열 총재가 주재하는 마지막 금리결정회의(2월 26일) 시점엔 시장의 연말 기준금리에 대한 전망치가 1.75% 수준으로 올라갔다. 일부에선 더 나아가 2%로까지 예상하기도 했다.

6월에 금리결정회의가 없다보니, 한은은 일단 4월과 5월 기준금리를 1.75%까지 끌어올려야 했다.

물가가 4%, 5%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면서 여유를 부리긴 어려웠다.

■ 이주열 총재도 금리 이렇게 올릴 줄 몰랐다

이주열 총재는 2월 하순 자신이 주재한 마지막 금리결정회의에서 '시장에서 얘기하는 연말 기준금리 1.75%, 2% 전망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한은이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당시 시장이 기준금리를 예상할 때 성장세, 물가전망,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 등을 종합해서 예상할 것이라며 "성장, 물가, 대외여건 흐름에 대한 시장 예상이 우리가 보는 것과 큰 차이는 없다"고 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이미 1.75%까지 올라와 있다.

아울러 최근까지 이자율 시장에선 연내 추가 인상 횟수를 놓고 2번(연말 기준금리 2.25%), 3번(2.50%), 4번(2.75%)으로 의견이 갈라져 있었다.

이제 현재로선 소수의견이긴 하나 연말 3%까지 가능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4번 남은 금통위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며, 그 중 한번은 빅스텝을 밟아야 가능한 레벨이다.

이번주 FOMC에서 연준이 75bp를 인상한 뒤 추가적으로 매파적인 태도를 취한 뒤 한은이 혹시 빅스텝(50bp 인상) 카드에 욕심을 내지 않을지도 살펴봐야 한다.

■ 창립일의 메시지, 더 이상 먼저 올린 자의 여유는 '없다'

한국은행 총재는 종종 창립기념일에 '특별한' 메시지를 발표해 왔다.

금리정책의 큰 방향을 제시하거나, 그간 잘 쓰지 않던 표현을 통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곤 했다.

2017년 6월 창립일 때는 '완화정도의 축소'라는 당시로는 꽤 놀라운 표현을 썼다. 그리고 그해 11월 금리를 올렸다.

2019년 6월 기념일 때는 '악화하는 경제상황 변화에 대한 대응' 메시지를 내면서 그해 7월과 10월 금리를 내렸다.

2020년 기념일 당시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창궐한 때였으며, 한은 기준금리는 이미 0.5%까지 낮아져 있었다. 그러다보니 한은은 '회복 때까지 완화적 정책을 운용하고 금리 외 수단까지 활용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작년 기념일 때 이주열 총재는 '질서 있는 금리 정상화'를 공언했다.

작년 이맘 때는 부동산 폭등 때문에 사람들이 아우성치고 있었으며, 한은도 사실상 부동산 문제로 대변되는 '금융안정'을 이유로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었다.

올해 이창용 한은 총재가 들어선 뒤 좀 색다르게 내놓은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한은 총재는 일단 지금은 '먼저 올린 자의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 눈길을 끌었다.

총재는 "현 시점에서는 더 이상 우리가 선제적으로 완화정도를 조정해 나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냈다.

주요국이 큰 걸음으로 쫓아오니, 우리가 선제적 인상에 안주하고 있을 때라 아니란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 "금리인상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지만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이 확산되면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일단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 크다' 혹은 '데이터 디펜던트'라는 말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행은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크다'는 말을 자주 했다.

사실 논리적으로 따지면 좀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런 말버릇에 중독돼 한은은 현재 상황의 결정이 가장 힘들다고 하는 습관을 몸에 익혔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데이터 디펜던트'라는 언어유희를 즐겼다.

사실 중앙은행들의 이런 말 버릇은 '우리도 우리가 어떻게 할지 모른다'는 말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언어 술책이다.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겠으니, 상황에 따라서 대응하겠다는 의미였다. 이런 식이면 사실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통화정책의 본질적 의미가 퇴색되고 만다.

미국 금융시장은 불과 한 주만에 연준 금리인상폭 전망을 50bp에서 75bp로 변화시켰다. 미국 CPI가 41년만에 최고인 8.6%로 뛴 뒤 나타난 현상이었다.

한국 정부는 물가안정을 '최우선' 경제정책 과제로 삼고 있다는 말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 뒤 미국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 회의를 해보겠다고 한다.

그간 한국은 미국 정책금리와의 역전폭 150bp까지 감내해 본 적이 있다. 미국이 성큼성큼 걷는다고 한국이 그 속도로 따라갈 필요도 없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일단 역전폭 100bp는 긴장도가 커질 수 있는 스프레드다.

미국이 자이언트처럼 움직여 한국과의 격차를 벌이면 한국도 베이비 대신 어덜트를 투입해야 할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수장이 된 추경호 부총리는 미국 FOMC 결과가 나온 뒤 이창용 한은 총재까지 불러 머리를 맞대고 회의(거시경제금융회의)를 한다고 소문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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