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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추경재원 '서프라이즈'의 씁쓸한 뒷맛

  • 입력 2022-05-13 15:3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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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11일 오전.

이미 2022년 2차 추경과 관련한 중요한 내용이 채권시장에 새버렸다.

적자국채가 없다는 점은 이미 알려졌고 돈이 남다보니(!) 국채 바이백까지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새 정부가 12일 오후 4시30분에 공개하기로 한 내용을 시장은 미리 반영해버렸다.

시장 일부에선 이익을 취했으며, 일부에선 바보가 된 느낌이라고 했다. 그리고 '반칙'을 부르짖는 목소리도 있었다.

■ 다이나믹한 '수치'의 변신

올해 1차 추경 16.9조원 이후 금융시장이 30조원대의 2차 추경을 각오하고 있을 때 사람들은 10조원대의 적자국채는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이후 이번주 들어 '적자국채 없다'는 사실이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을 때 상당수 사람들은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의심했다.

하지만 세금이 예상보다 많이 걷힌단다.

문재인 정권의 홍남기 부총리 시대에도 세수 추계가 엉망이란 비난이 많았지만, 윤석열 정부도 시작 시점부터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만한 수치를 제시하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정부는 당당하게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했다.

정부는 "국채발행 없이 59.4조원 규모의 추경을 추진하며, 초과세수에 따른 법정 지방이전지출을 제외할 경우 36.4조원 규모"라고 했다.

추경 재원은 세계잉여금·기금여유자금 등 가용재원 8.1조원, 지출구조조정 7.0조원과 함께 초과세수가 무려 44.3조원에 달했다.

그런데 초과세수는 모두 53.3조원으로 잡혔으며, 이 중 44.3조원이 추경으로 활용하고 9.0조원은 국채 축소에 활용키로 했다.

결국 세금이 예상보다 너무 많이 걷히는 것이다.

올해 1월과 2월 국세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2조원 더 걷히긴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작년에 이연해준 금액이 상당했다.

■ 초과세수 수치 너무 놀랍긴 하다

대부분이 초과세수 수치에 놀란 가운데 며칠 전까지 여당이었던 민주당도 당혹스러운 모습이었다.

민주당은 '가불' 추경이라는 논리를 만들었다. 확실하지도 않은 돈을 당겨온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53조원 규모 초과세수를 바탕으로 첫 추경을 짠 데 대해 민주당도 제법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숫자 꿰맞추기 방식으로 아직 걷히지 않은 세금을 이용한 '가불 추경'이어서 대단히 우렵스럽다"고 했다.

더 나아가 "국정을 가정으로 운영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국가 재정에 분식회계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아울러 세금이 상당히 많이 걷힐 것을 예상했다면 그것을 왜 미리 소상히 설명하지 않았느냐는 비난들도 적지 않았다.

사실 최근의 상황 변화는 매우 놀라운 것이다.

올해 1월 1차 추경을 두고 논란을 벌일 때 홍남기 부총리는 '돈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다 보니 '정권이 바뀌니 없던 숨겨져 있던 초과 세수가 튀어나왔다'는 식의 비판이 많았다.

홍남기 부총리 시대의 세수 전망도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새 정부의 당당한 초과세수 수치 제시 역시 사람들의 입방아를 피할 수 없었다.

일각에선 정권에 관계없이 '나라의 살림을 사는 자'들이 모두 형편 없는 능력의 소유자들이라고 비난했으며, 또 다른 쪽에선 목표를 잡아 놓고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거리도 했다.

아무튼 2022년 2차 추경의 재원 '서프라이즈'는 두고 두고 회자될 극적인 사건이 됐다.

■ 돈 남으면...바이백 하지 말고 발행 줄이면 안 될까

이자율 시장에서도 이번주 추경의 '재원 서프라이즈'를 두고 말이 많았다.

일부 채권 매니저들은 언론과 시장 일각의 짬짜미, 프라이머리 딜러의 정부 속이기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이런 주장을 펼쳤다.

"프라이머리 딜러들, 일부 언론, 기재부 등이 짜고 치는 느낌이었습니다. 엠바고는 지켜지지 않았으며, 능력있는 PD들은 기재부 국고국을 조정하는 듯 합니다. 최근 행태들이 꽤 개탄스럽습니다."

의심 많은 채권시장 종사자 A씨를 포함해 몇 사람은 정부의 바이백 운운을 비판한 뒤 말 그대로 돈이 남으면 그냥 채권 발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와 B씨의 주장은 이런 식이었다.

"바이백을 통해 국채 상환을 할 필요가 있나요? 기존에 낮은 금리로 발행된 채권을 비싼 가격에 살 필요가 없습니다. 돈 낭비입니다. 시장 안정에도 발행규모 축소가 훨씬 좋습니다. 정부는 일부 PD들에게 놀아나지 말아야 합니다."

채권 중개인 C씨도 이런 의견에 힘을 보탰다.

"지금같은 때는 돈 남으면 발행을 줄여야 합니다. 쓸데없이 바이백 한다고 하니 국고20-8호 같은 종목만 엄청나게 세지는 등 시장 왜곡이 나타났습니다."

정부는 그간 '만기분산'을 위해 바이백을 확용해 왔다. 다만 지금은 국가가 이자를 줄이는 등 나라살림을 보다 타이트하게 해야 가져가야 하고, 시장 안정에 신경을 써야 할 때라는 주장도 꽤 많은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내밀한 사연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보였다. 채권투자자 D씨의 견해는 이랬다.

"정부가 낼 이자를 생각하면 바이백보다 발행 축소가 나을 겁니다. 하지만 정부도 ALM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도 있을 겁니다."

만기분산을 통해 자산과 부채 등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말하는 미래 캐시 플로우가 어떻게 쓰일지 장담하긴 어렵다.

정부가 현 시점에서 '들어올 미래의 돈'을 바이백 재원으로 감안한 뒤 향후 다른 재원으로 사용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22년 2차 추경을 둘러싼 '재원 서프라이즈'는 상당한 놀라움, 의심, 그리고 충격을 남겼다.

아울러 정권을 가리지 않는 않는 한국 재정당국의 무능과 속임수가 많은 사람들을 놀래킨 사건이라는 평가들도 이어졌다.

자료: 정부

자료: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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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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