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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노땅'들의 병사월급 200만원에 대한 우려

  • 입력 2022-04-21 11:12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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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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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지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대변인은 20일 "병사월급 200만원 공약은 중요한 공약"이라고 말했다.

최 부대변인은 인수위 브리핑에서 "현재 예산 마련과 관련해 외교안보분과 등에서 검토 중"이라며 확정이 되는 대로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릴 것이라고 했다.

그간 병사월급 200만원에 대해 '현실성 없다'거나 설마 이 공약을 실행에 옮기겠느냐는 평가도 많았지만 인수위는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야당으로 변신하기 직전인 거대 여당도 이 공약을 후원하고 있다.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윤 당선자는 대선 과정에서 페이스북 한줄 공약을 통해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을 약속했지만, 병사들의 월 급여에는 현재 세금을 매기지 않음에도 인수위는 '세전' 기준이라는 등 재원을 줄이려는 꼼수만 찾고 있다"면서 공약은 엄중한 국민과의 약속임을 명심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섣부른 공약 이행 노력이 국가재정에 큰 생채기만 내고 포퓰리즘을 한 차원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 젊은층 인구 감소 따라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한국군 병력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에 보고한 현역 군인수는 55만 5천명이었다.

육군이 42만명, 해군이 6.9만명, 공군이 6.5만명이었다. 군인이 아닌 군무원 4만명과 공무원 4천명도 군 관련 인원이었다.

향후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의 병역은 줄어든다. 한국의 인구 구조는 젊은 층 소멸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역의무자 수는 2020년 33만 3천명에서 21년 29.0만명, 22년 25.8만명 등으로 가파르게 줄어든다.

군 관계자들은 해마다 입대하는 젊은 남성의 수가 20만명 정도는 돼야 한다는 점을 거론하고 있지만, 지금의 젊은층 인구 소멸 구도에선 쉽지 않다.

감사원은 2030년 중반 이후엔 병역의무자가 20만명 밑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태어난 사람들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이 수치가 크게 틀릴 가능성은 낮다.

결국 인구 흐름을 감안할 때 특정 규모의 병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시간이 흐를수록 모병제 도입에 대한 필요성은 커진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런 흐름과 젊은층의 경제적 어려움 속에 국방의 의무는 돈에 의해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 병사월급 200만원, 진짜 추진할까?

인수위가 병사월급 200만원 공약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어서 나라 살림 차원에서 이 문제를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 이재명 후보는 병사 월급 200만원을 거론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조속히 현실화된다면 큰 혼란은 불가피하다.

각 사병별로 급여를 얼마씩 줘야 하는지, 또 하사관과 장교 월급은 얼마나 해야 하는지 등 이것저것 따질 게 많다.

아울러 하급 공무원 등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또 최저임금 보다 높은 병사 월급이 말이 되는가라는 의문도 있다.

국가나 기업의 임금 체계를 일정 부분 뒤흔들면서 임금발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람들 중에 이 정책을 찬성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대학생,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필자의 한 지인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런 얘기를 했다.

"우리 애 군대를 그 시점에 맞춰서 보내야겠습니다. 제발 좀 강력하게 밀어붙였으면 합니다. 윤 당선인이 공약 그대로 밀어붙여 주길 바랍니다. 당선인 특기인 '형님 리더십'이 발휘되길 바랍니다."

이 지인은 국내 재정 문제도 거론했지만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 200만원 공약 현실화하려고 하면...재원 문제 대두는 불가피

하지만 이 공약의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시각도 여전히 적지 않다. 인수위가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재원 마련 등에서 큰 혼란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병장 월급 1만원이 되지 않을 때 군 복무를 한 다른 지인의 시각은 이랬다. 채권시장에서 종사하는 이 지인은 국가 재정문제를 거론했다.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병사 월급 200만원이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봅니다. 결국 추진하다가 현실적 문제 때문에 포기하거나 장기 과제로 남기지 않을까요?"

그는 그러면서도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던 윤석열 정부가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닌가 하고 우려했다.

"사병 25만명 잡고 인당 연2400만원을 준다면 이 돈을 어떻게 감당합니까. 지금 한국사회는 추경 재원을 둘러싸고 엄청난 논란을 벌이고 있지 않습니까. 소상공인의 안타까운 사정을 알지만, 이로 인한 추경으로 물가가 더욱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고 결국 전체 국민이 피해를 보는 측면도 있습니다. 새 정부는 제발 돈 들어가는 일은 재원부터 먼저 고민해보기 바랍니다. "

물론 당장 병사 급여 인상이 예산에 반영되긴 쉽지 않다. 인수위 측에선 재정 부담을 감안해 향후 차액 지급이나, 당장 예산안엔 꼭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 이미 급하게 오른 병사 월급...군은 연성화 되고 인건비는 이미 큰폭으로 늘어

하지만 '약속을 지키려고 하면' 언제가 문제는 커진다.

국방의 의무를 당연한 '의무'로 알고 살았던 사람들 사이에선 '군대 포퓰리즘'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장교로 제대한 필자의 한 지인은 이렇게 일갈했다.

"이번 러-우 전쟁에서 보듯이 무기의 현대화는 중요합니다. 현재 한국군의 문제도 심각합니다. 재래식 무기도 엄청 쌓여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개선해야 하는데, 인건비만 올려주고 훈련 강도는 낮추는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군 조직은 상명하복이 필수이며, 군인은 군인다워야한다는 것이다.

현재 병장 월급은 70만원에 육박한다. 2022년 병장 월급은 68만원, 이병 월급은 51만원 수준이다. 최근 사병들의 급여는 급등했다.

이 지인은 이밖에 각종 사회적 문제도 생길 것으로 봤다. 우스갯소리로 군대 제대 후 직업을 구하지 못하면 실업급여를 줘야 하느냐고 했다.

남성들에게 병역은 의무다. 진지한 남자들 사이에선 병역의 의무가 일반적인 의무가 아니라 '신성한' 의무이기도 했다.

하지만 늙은 남자에게나, 젊은 남자에게나 많은 한국 남자들에게 국민의 4대 의무 중 국방의 의무는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의무이기도 했다.

■ 군 관련 공무원의 일갈...현실화 시 혼란 불가피하다

이제 국방의 의무는 국민의 의무에서 배제되고 분위기다. 돈으로 젊은날의 희생을 보상 받아야 한다면 이는 진정한 의미의 의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늙은 전역자들 사이엔 한국 군대의 훈련은 '연성화'되는데, 의무병에 대한 대우만 올라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군 관련 공무를 담당하는 한 지인은 만약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실제 병사 월급 200만원이 시행되면 당장 하사들 불만이 커질 겁니다. 하사 월급보다 많기 때문이죠. 이후 하사, 중사 월급 올려주면 이번엔 공무원, 군무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8급, 9급도 형평성 차원에서 올려줘야죠."

그는 국군 통수권자가 결정을 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현재 '지각 있는' 군 관련 인사들은 대부분 병사 월급 200만원으로의 인상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아울러 병역을 필하지 못한 윤석열 차기 대통령이 혹시 미안한 마음 때문에 이 정책을 밀어 붙인다면 '큰 실수'라고 했다.

군 관련 조직에서 오랜기간 근무하고 있는 이 지인은 이런 말을 남기고 모두가 냉정해져야 할 때라고 했다.

"혹시 윤석열 당선인이 막연한 미안함 때문에 이 정책을 밀어붙이기는 것이라면 제발 거둬들이기 바랍니다. 운동권에 대한 막연한 부채의식 만큼이나 위험한 게 병역필에 대한 미필자들의 부채의식입니다. (몸이 아프거나 군사 훈련에 부적합해) 군대 갈 형편이 안 돼 못 갔다면 그건 전혀 미안해 할 일도 아닙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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