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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단순매입 둘러싼 뒷말들

  • 입력 2022-04-05 15:3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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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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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국고채 단순매입 발표를 둘러싸고 혼선이 있었던 가운데 단순매입 입찰이 끝난 뒤에도 시장에선 뒷말이 이어졌다.

홍남기 부총리가 금리 이상 급등에 대해 한은과 협조해 당국이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언지를 줬지만, 단호한(?) 대응 이후에도 시장이 안정되고 있지 않다.

시장에선 커뮤니케이션의 문제, 정책당국의 안일한 대응 등을 문제삼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 경제 부총리의 시장안정 약속 후...

최근 시장금리가 이상 급등하는 일이 잦아지자 정부가 나서서 몇 차례 시장 안정에 대한 약속을 했다.

특히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자율 시장 급변동 시 한국은행과 협조해서 안정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

기재부는 국고채 발행 물량과 비중 조정을 거론했으며, 한은과 공조를 통해서도 쓸 카드가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시장은 당국자들이 구두개입에서 보인 자신감을 그다지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인플레 압력에 따른 대외금리 급등이나 2차 추경에 따른 물량 불확실성 등으로 시장 여건이 워낙 좋지 않아 시장의 안정을 자신하기도 어려웠다.

당국자들의 말처럼 시장 안정을 쉽게 자신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날 시장은 단순매입 입찰이 끝난 뒤 밀렸다.

호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0.1% 동결 뒤 '인내' 문구를 삭제했다는 소식에 긴장하기도 하면서 저가매수가 통하지 않는 시장이라는 점을 다시 절감하고 있다.

■ 커뮤니케이션 실패 비판

전날 한은의 커뮤니케이션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한은이 4시반에 단순매입 종목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 뒤 장기물로 한다는 언지를 주는 등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비판들이 꽤 나왔다.

물론 당국이 이해 관계가 걸려 있는 투자자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따를 필요도 없다.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해서 종목을 선정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자율 시장의 한 채권중개인은 이런 얘기를 했다.

"한은이 단순매입을 한다고 했을 때 이번 단순매입에 지표물과 바스켓이 들어간다는 얘기도 많이 돌았죠. 그런데 각자 장기물, 단기물 등 종목과 관련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 얘기들도 많이 했습니다. 한은은 냉정하게 판단해 진짜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하면 될 문제였습니다."

전날 장기물 위주로 단순매입을 한다는 말이 나오기 전에 시장엔 단기물 안정이 급하는 평가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판단은 제각각이었지만, 당시 증권사 딜러 몇몇 관계자들의 말은 이랬다.

"짧은 구간간 스프레드가 기형적으로 벌어져 있는 등 커브가 너무 왜곡돼 있었습니다. 판단이 다를 수 있으나 시장 안정을 위해선 3~5년 구간 안정이 시급했는데, 갑자기 장기구간 안정을 얘기하니 한은이 무엇을 보고 있는가 하는 생각과 함께 혼란스러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전날 4시30분 경 3,5,10년 지표물을 모두 넣은 종목을 발표했다. 그러자 또 다시 말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일부에선 이런 소리를 했다.

"한은이 장기물 위주로 한다더니 단,중기 지표를 모두 넣었습니다. 이러면 한은이 거짓말 한 게 아닙니까. 시장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한은도 우왕좌왕하면서 혼란에 가세한 것 아니었나요?"

물론 일각에선 한은의 종목 선택이 절묘했다는 식의 칭찬도 나왔다. 돈이 얽혀 있는 금융시장은 말이 많은 곳이다.

■ 당국의 '시혜자' 태도 문제 삼기도

한은의 커뮤니케이션이 너무 '나이브'했다는 말과 함께 늘 위에서 쳐다보려고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물량에 장사 없는 곳이 시장인데, 한은이 한번에 시장 안정을 자신하는 모습부터 부자연스러웠다는 지적이 엿보였다.

한은은 국고채 단순매입을 발표하면서 "이번 조치가 금리 변동성 완화 및 채권시장 투자심리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이렇게 평가했다.

"한은 종목 선정이 탁월했다는 식의 기사들도 봤는데, 뭐가 탁월했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자기들끼지 자화자찬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더 나아가 시장 안정이 목적이면 거기에 맞게 깔끔하게 접근하면 될 것을, 안정의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을 하는 것을 문제삼기도 했다. 이 매니저는 통화당국의 '양반 의식'도 의심했다.

"장기물 위주로 한다는 둥 말을 요리조리 돌리면서 시장안정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과거부터 선민의식이 있어서 그런지 '베푼다'는 식으로 말을 했어요. 지금 시장은 입찰만으로도 벅찬게 현실인데, 이런 식의 마인드로는 어림없어요."

■ 통화당국 '시장 페이크'에 휘둘렸다는 비난도

당국이 시장의 페이크 모션에 휘둘렸다는 비판도 보였다.

4시반 종목 발표를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얘기를 해버려 시장이 혼란을 겪었다는 비난과 함께 통화당국이 특정 포지셔너에 휘둘린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제기되는 모습이었다.

한 채권딜러는 이렇게 일갈했다.

"어제 4시반에 종목 발표하기로 했으면, 그렇게 해야지 중간에 장기물 어쩌구 하면서 딴 얘기를 해버리니 시장이 다시 흔들리지 않았습니까? 그러고 난 뒤 종목 발표는 또 다른 식이이서 2번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는 더 나아가 한은의 커뮤니케이션이 특정 포지셔너에게 경도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좀 거칠게 말해서 한은의 태도는 30년 작전 세력에 놀아난 것 같은 모습이었요. 그들도 결국 우왕좌왕했지만요. 시장 안정을 위한다면 팀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지, 혼선을 보여준 것 같았습니다."

■ 시장은 변덕 심하고 목소리 증폭되는 곳

최근 한 달에 20조원 가까이 국채가 발행된 상황에서 단순매입 2조원으로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한은 역시 시장 안정을 시키기 쉽지 않은 환경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차기 한은 총재의 단순매입과 관련한 발언을 문제삼기도 했다.

시장이라는 곳이 수학 계산처럼 딱 맞아 떨어지는 곳이 아닌데, 통화당국 차기 수장의 단언적 발언이 불안하게 들렸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예컨대 이창용 총재 후보자가 지난주 금요일(1일) 그 주 월요일 한국의 단중기 금리 20bp 이상 급등에 대해 "한국은행 입장에서 보면 펀더멘탈을 벗어나서 시장이 불안한 상황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시장금리가 뛰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월요일에는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것 같고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본다"고 한 대목에 대해 우려스럽다고 하는 목소리도 보였다.

당시 국내 금리 폭등은 상당히 두드러졌다. 홍콩 등 다른 나라 금리도 폭등해 한국만의 일은 아니었지만, 이런 식의 평가가 굳이 필요했느냐는 지적도 있었던 것이다.

예컨대 당시 손절매의 연쇄작용이 나타나면서 5년 금리가 25bp씩 뛰는 등 미국보다 거친 반응을 보였다면서 '대외 금리 상승에 의한 국내 금리 급등은 오케이, 내부 시스템적 요인에 의한 금리 급등은 개입 필요'라는 도식으로 접근하는 게 불안하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시장 내에선 이런 식의 시장 반응을 비판하기도 한다.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속성이 있는 데다 통화당국의 원론적인 접근 역시 과대평가하는 경향도 있다는 점을 차기 총재가 인식해야 한다는 훈수를 두기도 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상황을 이렇게 정리했다.

"시장은 시끄러운 곳이고 이창용 후보는 시장 경험이 없지 않습니까. 언론은 침소봉대하는 경향이 강하고 시장은 원론적인 얘기에도 뻥튀기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아무튼 5일 단순매입 입찰 후 다시 금리가 뜨는 등 이벤트 뒤끝이 좋지 않았다. 이자율 시장의 트라우마가 누적되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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