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5 (수)

(장태민 칼럼) '윤롱이숏'

  • 입력 2022-03-08 14:56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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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선관위 홍보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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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장중 채권가격이 급락할 때 시장에선 '정치적 이유'를 거론하는 사람도 있었다.

얼마나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재명 후보의 당선 가능성 때문에 채권시장에서 매도에 힘을 준 플레이어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각종 뉴스들이 급박하게 전해지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론 대선이 큰 이슈이긴 하다.

금융시장, 그 중에서도 채권시장은 수급 문제 때문에 새롭게 짜여질 정치판을 주목할 수 밖에 없다.

■ 앞섰던 윤석열...안철수 시너지에 '무난한' 승리 가능할까

올해 들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를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2월 이재명 후보에 역전 당하기도 했으나 대체로 이 후보를 앞지르고 있었다. 특히 상당수 사람들은 결국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가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는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부분이 '단일화 결렬'로 생각했을 때인 3월 초 단일화가 이뤄졌다.

좋은 분위기에서 단일화가 이뤄졌으면 시너지가 발생해 무난한 대선 승리가 가능했겠지만, 그래도 단일화가 이뤄진 것은 윤 후보 지지자들 입장에서 볼 때는 다행스런 일이었다.

지금은 '여론조사 깜깜이 기간'에 진입한 상황이어서 누가 이길지 확신할 수 없다. 여당은 여당의 승리를, 야당은 야당의 승리를 자신하는 말을 내놓으면서 막판 밴드왜건 효과를 노린다.

■ 고개든 이재명 모멘텀...안철수 합심 불구 막판 대역전 가능할까

이재명 후보 지지층은 막판 '모멘텀' 상승에 무게를 싣고 있다.

막판에 안철수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붙긴 했지만, 거의 결렬이 될 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재명 후보 지지율 모멘텀이 최근 고개를 들었다는 데 무게를 둔다.

올해 들어 거의 대부분 여론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밀렸지만, 선거가 다가오면서 역전하는 여론조사들이 심심찮게 나타났다.

한 때 10%p 이상 뒤졌던 여론조사가 '경합'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좁혀지는 경우도 많았다.

따라서 '모멘텀'을 중시하는 쪽에선 이재명 후보에 베팅하고 싶어했다. 또 이들 중엔 윤석열-안철수 단일화가 '타이밍'을 놓치면서 시너지를 발휘하기 힘든 때에 이뤄졌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지난주 금-토에 치러진 사전투표는 열기를 뿜었다.

2014년 사전투표가 도입된 뒤 가장 뜨거운 사전투표 열기였다.

선거 관리가 엉망이어서 부정선거 논란까지 일었고, 오늘 12시엔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이 "사전투표 관리와 관련해 미흡한 준비로 혼란과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번 선거 결과와 별도로 중앙선관위의 쌍팔년도에도 못 미치는 선거관리에 대해선 문책이 필요해 보인다.

아무튼 이 후보 지지자들은 최근의 상승 '모멘텀'과 함께 지지자 결집효과에 역전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광주와 전남, 전북 지역의 사전투표율은 각각 48.3%, 51.4%, 그리고 48.6%였다.

호남지역의 사전투표율이 50% 내외라는 놀라운 수치를 보여준 가운데 야당의 지지세가 강한 부산과 대구, 경남, 경북 지역 투표율은 34.2%, 33.9%, 35.9%, 41.0%에 그쳤다.

사전투표율에서 민주당 지지권역은 국민의힘 지지권역의 투표율을 10%p 넘게 크게 앞선 것이다. 이에 따라 모멘텀과 결집효과에 비중을 두는 쪽에선 이재명 후보의 역전승을 엿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내일 하루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최대한 자신들의 지지자들(혹은 자신들을 덜 나쁘게 보는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내야 한다.

■ 주식시장 테마주 플레이어들의 베팅

사전투표(4일) 하루전 윤석열-안철수 단일화가 이뤄졌다.

단일화 소식에 윤석열, 안철수 관련주는 급등했다.

특별히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애매하지만, 투기성 짙은 주식 단타매매자들은 특정 종목에 윤석열/안철수의 명패를 단 뒤 콜을 외쳤다. 단일화 소식으로 이들 관련주들이 급등했다.

하지만 이번주 들어서는 양상이 달라졌다. 이번주 월요일엔 이른바 이재명 관련주 주가가 급등했다.

이 후보의 머리 없는 자들(탈모인)을 위한 배려심 때문에 정치 테마주가 돼버린 특정 종목은 장중 15% 폭등하기도 했다.

이제 하루 남았다. 어제 오르거나 내렸던 테마주들이 오늘은 내리거나 오르기도 했다.

여전히 일반 종목에 비해선 여전히 변동폭이 크지만, 최근에 보였던 등락폭과 비교하면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제한되고 있다.

선거 결과에 대해 예단하지 못하는 것이다.

■ 대선 후...새 정부 돈 씀씀이 주목

채권투자자들은 새로운 권력자가 들어선 뒤 다시 추경이 편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이재명 후보 모두 대규모의 추경을 약속해 놨기 때문이다.

양 후보는 선거가 끝나면 50조원 이상의 돈도 쓸 수 있다는 언지를 줘 놨기 때문에, 채권 투자자들은 '이 시대의 가장 설득력 있는 이념'인 포퓰리즘으로 무장한 정치인들의 실험에 다시금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다만 채권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는 이재명 후보 쪽을 더 무서워한다.

이 후보는 기본소득, 기본주택 등 돈을 뿌리는 '각종' 기본 시리즈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또 '긴급재정명령'이라는 아무나 쓰지 못하는 카드까지도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모토 아래선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반면 윤석열 후보 쪽은 예산안 구조조정을 통해 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추경이 늘어나더라도 기존의 살림살이에서 지출을 줄이고 그 돈을 추경으로 당겨서 쓴다면 시장의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지난 3월 3일 단일화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윤 후보 당선시) 재정을 추계해서 그 재정이 정확하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 당선시 '합리적인' 안철수의 돈 계산이 국채 남발을 막아줄 것이란 기대감도 없지 않았다.

■ '윤롱이숏'

결과적으로 채권 수급 부담 차원에선 이 후보보다 윤 후보가 낫다는 평가가 많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어제 장중 채권가격이 급락할 때 이재명 당선 가능성 때문이라는 말도 있었다"면서 "그 말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그 만큼 '이재명의 합니다'가 채권시장 입장에선 무서운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어떤 후보가 되든 돈을 많이 쓰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둘다 악재라는 인식도 존재한다.

다만 현재 시장가격에 미래의 악재가 상당부분 녹아 있기 때문에 '윤롱이숏' 관점도 꽤나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다른 증권사 딜러는 "단순하다. 이재명 숏, 윤석열 롱이다"라며 "시장이 헷갈리는 것은 누가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이재명은 부채를 더 늘려도 된다는 입장이고 국힘은 그 반대 아니냐"라며 "윤석열이 되면 세수를 쓴다, 다른 재원을 구한다, 기재부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할 것 아니냐"라고 했다.

이어 "이재명은 국채 늘리는 것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고 윤석열은 두뇌 용량이 부족하다"면서 "윤은 주변에서 시키는 대로 하려고 할 것이며, 그 주위엔 국채 늘어나는 것을 경계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했다.

아무튼 더 '강력한' 이재명의 수급 모멘텀을 두려워하는 시선은 꽤나 합리적으로 보인다.

또 다른 증권사 딜러는 "이재명이 되면 채권시장은 패닉이 될 것"이라며 "윤석열이 되면 최근 우려감 때문에 포지셔닝을 이연시킨 수요의 진입이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이 되면 게임의 룰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서 "어쩌면 한국은행이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대선은 역대 선거 중 가장 채권시장 플레이어들을 긴장하게 만든 이벤트로 기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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