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6 (목)

(장태민 칼럼) 선거와 추경, 에피타이저와 메인 디쉬

  • 입력 2022-02-21 13:52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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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앙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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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여와 야가 모두 대선용 포퓰리즘 추경을 통해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다.

대선이 급하다보니 여와 야는 누가 진정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하는지를 놓고 내기를 하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

정치권의 '코스프레'가 심각하다 보니 역대 유례없는 금권선거라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여당은 국민의 세금을 쌈짓돈인양 나눠주면서 이 돈이 표로 확인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여당은 중요한 선거가 있는 시점에 추경을 남발하기 일쑤였다. 이번이 3번째이니 만큼 선거와 추경을 연결 짓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야당은 야당 대로 선거가 있다보니 추경에 반대를 못하고 있다. 야당은 오히려 자신들이 진정으로 통 크게 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 여당의 추경 단독 의결

민주당은 주말인 19일 국회 예결위에서 정부가 편성한 14조 원 규모의 1차 추경을 단독 의결했다.

대선이 급한 가운데 대통령이 신속한 처리를 주문하자 19일 새벽 2시 민주당이 추경을 의결한 것이다.

민주당은 21일 본회의에서 정부안보다 3.5조원 늘어난 17.5조원 규모의 추경 수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당초 320만명의 소상공인에게 300만원을 지급한다는 정부의 안에 택시와 특고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면서 규모가 늘어나는 것이다.

민주당은 당초 자신들의 주장에 못 미치는 규모지만, 일단 적은 금액이나마 선거 이전에 지급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노리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일단 민주당이 14조원대의 추경안을 단독처리한 4차 예결위 전체회의를 무효라는 입장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20일 오후 2시에 다시 4차 예결위 전체회의를 소집하기도 하면서 19일 처리 과정에 하자가 있었음을 어필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당이 국회를 지배하고 있어 야당의 반발이 큰 힘을 받기는 어렵다.

■ 여당, '일단 에피타이저 드시고, 선기 이기면 메인 요리 내놓겠다'

여당은 선거가 급하니 일단 대선 전에 에피타이저를 드시면 선거에서 이긴 뒤 메인을 대접하겠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이번에 정부안보다 3.5조원 가량 늘린 17.5조원의 추경 이후 선거승리 후 본격적인 메인 디쉬를 내놓겠다는 약속을 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이재명 후보가 나서서 약속을 재언급했다.
이재명 후보는 21일 우선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영업시간 제한을 12시까지 완화할 것을 주문했다. 재택치료자에 대해서 의약품 구입비 등에 소요되는 비용 지원을 위해 1인당 10만 원의 추가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후보는 "오늘 본회의에 상정될 추경은 긴급 방역 민생 예산이기 때문에 국회는 오늘 반드시 통과시켜달라"면서 "소상공인 방역지원금뿐만 아니라, 의료·방역·돌봄 인력 지원, 전 국민 자가진단키트 지급, 재택치료자 생활지원비, 고용취약계층과 운수종사자, 문화예술인 지원 등을 위한 예산도 반드시 현 추경안에 더 담아서 통과시켜달라"고 했다.

그런 뒤 대선이 끝나면 긴급추경이나 긴급재정명령을 동원해 본격적인 보상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경제회복을 위한 '경제 부스터샷 플랜'을 마련하겠다"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손실이 2년 넘게 누적됐다. 지금까지 40조 원에서 50조 원으로 추산되는 국민의 보상되지 못한 피해를 정부가 온전하게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이번 추경에서 부족한 부분은 선거 이후 '경제 부스터샷'을 통해 대거 보완하겠다는 약속했다.

그는 "대규모 긴급추경 또는 긴급재정명령을 발동해서라도 국민들께서 최소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반드시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이 당선되면 당선 직후 제1호 지시사항으로 루즈벨트식 신속대응 기구인 ‘코로나피해 긴급구제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지원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 야당 '우리가 실은 더 많이 주려고 했다'...이젠 예산 구조조정은 말 안해

추경을 둘러싸고 여와 야는 '우리가 더 통 크게 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는 데 여념이 없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21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석열 후보 당선시 '50조원 플러스 알파' 지원을 약속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재명 후보가 약속했던 35조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35조원 지원하겠다면서 국민 앞에 큰소리치더니 겨우 16조원+α로 눈앞의 위기만 땜질 처방하고 넘어가겠다고 한다"면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신속하면서도 충분한 지원을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지금까지 유지해왔고, 그 입장에 조금의 변함도 없다"고 했다.

자신들이 소수 야당의 한계 때문에 국회에서 그 뜻을 이루지 못햇지만, 자신들이 진정 더 쓰려고 했다는 점을 어필했다.

윤 후보가 당선이 되면 자신들이 어떻게 통 크게 쓰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윤석열 후보가 만약 당선이 되면 그 후에 예산편성권을 충분히 활용해 당초 약속했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한 50조원 지원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천명한다"고 했다.

야당은 여당이 당초 자신들이 한 '35조원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야당 원내대표는 여당이 에피타이저를 대접한 뒤 메인 디쉬를 내놓겠다고 한 데는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야당은 정규 예산 편성 때 '미리 추경과 선거를 생각해서' 나라 살림을 짜는 여당의 신 기술, 그리고 한가지 재료를 여러 번 우려먹는 전략·전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했다.

아무튼 디테일에 부족하다 보니, 야당은 자신들이야 말로 진정 포퓰리즘 정책에 일각연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야당의 6가지 항목에 대한 약속은 이랬다.

1. 코로나 손실보상은 100% 소급 적용되어야 한다. 손실보상액 산전개시일은 정부가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시간제한, 인원제한 등을 처음 실시한 때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지원해야 한다.

2. 코로나 손실보상률을 현행 80%에서 100%로 확대하고 그 손실보상 액수의 하한액도 현행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증액해야 한다.

3. 특고․프리랜서 등에 대한 고용안정지원금 100만원을 지원해야 한다.

4. 영화‧방송 제작에 이어 소규모 공연 등 문화예술 분야 업종과 체육 그리고 관광여행업 등 손실보상의 사각지대에 있는 업종 반드시 손실보상 대상에 이번에 포함시켜야 한다.

5. 법인택시 전세버스 노선버스 기사들에 대해서도 개인택시와 마찬가지로 300만원씩을 지급해야 한다.

6. 소상공인에 대한 전기요금 50% 감면을 3개월 추가 연장해야 한다.

하지만 야당은 이번에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면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선 별 말이 없었다.

국민의힘은 그간 민주당과 논쟁하는 과정에선 예산안의 '대폭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적자국채 없이도 돈 마련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역시 선거가 급하다 보니 일단 더 통 큰 수치를 던져놓고 국민들이 입맛에 맞아하는지 눈치를 살피고 있다.

여당이 지난 4.15 선거 등에서 '추경의 선거 활용법'과 그에 따른 효과를 검증해줬다. 야당도 추경 이슈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얼굴 씻을 시간도 없이 화장부터 하고 있다.

■ 야당 대표의 어이없는 여유...안철수가 되살린 여당의 희망

최근까지 야당의 윤석열 후보는 선거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를 압도했다.

하지만 표 차이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힘을 합치는 게 중요해보였다.

20일 안철수 후보는 '선거 완주'를 다짐하는 긴급 회견을 했다. 그는 자신의 후보 단일화 제안을 국민의힘이 무시한 데 대한 분노를 드러내면서 끝까지 뛰겠다고 했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이 60%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여당이 가장 두려운 그림은 두 후보가 힘을 합치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제1야당 대표는 후보단일화에 대해 여유를 부렸으며, 확실히 이기는 방법보다 선거를 재밌게 만드는 길을 더 선호했다.

젊은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는 선거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 때문인지 안철수 후보를 조롱하는 데 정력을 썼다.

안철수 후보가 13일 여론조사 경선 방식의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한 뒤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하는 게 아니라, 역시나 했더니 역시나 하는군요'라는 조롱 섞인 멘션과 함께 '부처님 속바닥의 손오공' 사진을 올렸다.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당의 대표라는 사람이 자신들의 편이 될 수 있는 이번 대선 레이스 3위 주자를 원숭이에 비유하면서 조롱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러다보니 국민의힘 당 대표가 민주당의 '프락치'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윤석열 후보가 이 문제를 풀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여당은 이준석-안철수 두 사람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최근까지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날 아침 여당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결과도 나왔다.

21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교통방송 의뢰로 18일부터 이틀간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이 후보가 43.7%, 윤 후보가 42.2%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 후보는 전주보다 3.3%P 오르고 윤 후보는 1.3%P 떨어진 것이다. 오차 범위 내지만, 이 후보가 선두를 탈환한 조사가 나온 것은 6주만(1월 9일 이후)이었다.

최근에도 여전히 윤 후보가 앞선다는 조사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이재명 후보가 다시금 재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선거를 더 재밌게 만들어 주면서 한국 정치와 경제의 앞날도 다시 불투명해졌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각 후보는 좀더 '쌈빡한' 포퓰리즘 공약을 통해 한 표라도 더 얻어야 된다. 2주만 더 용을 쓰면 된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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