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5 (수)

(장태민 칼럼) 탈모 치료와 장병 월급 200만원

  • 입력 2022-01-11 15:06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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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번 대선은 매우 이상하다.

가장 강력한 여, 야 대선 후보 모두 본인과 가족의 도덕성이 큰 의심을 받고 있다.

후보의 긍정적인 요소보다 부정적인 요소가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이 그 어떤 선거 때보다 크다.

안타를 치는 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 에러를 줄이는 일이 중요한 일이 돼 버렸다. 매우 기이한 대통령 선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 야의 강력 지지층들도 거칠긴 마찬가지다.

후보 당사자들로선 억울할 수도 있지만 여, 야로 나뉘어진 강력 지지층들 사이에선 '이기는 사람은 파란집(청와대), 지는 사람은 큰집(감옥)'이라는 말들도 나도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후보들로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포퓰리즘 공약을 내던지면서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50년 넘게 살아도 처음 보는 희한한 선거전이다.

■ 이재명의 탈모 치료

지난주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거론해 큰 관심을 끌었다.

이 후보는 "재정부담이 거의 안 된다"면서 탈모인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젊은 시절에 비해 머리숱이 절반은 줄어든 필자에게도 귀가 번쩍 뜨이는 소식이었다.
이 후보는 "우리가 탈모 건보 적용을 한다고 공식 발표한 건 아니지만 아마 해야 할 것"이라며 "탈모제를 보험으로 처리하면 약값이 확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자신이 애민정신이 충만한 후보라는 점을 어필했다.
그는 "탈모 해당자가 1천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옆에 가족들도 스트레스 받는다"며 건보적용 필요성을 거론했다.

하지만 이런 얘기에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듯했다.

필자가 아는 A씨는 평소 잇몸이 약해서 큰 고생을 했다. 40세에 임플란트를 시작해 50을 넘긴 지금까지 치아에 쏟아부은 돈이 1억원이 넘는다고 했다.

그는 임플란트는 생존을 위한 것이라면서 건강보험 적용을 주장해왔다. 그러면서 탈모보다는 임플란트가 더 시급하다고 했다. 적어도 필자가 보기엔 탈모 환자 보험 적용보다 더 설득력이 있었다.

B씨는 좀더 대중적인 '질병'으로 고생 중이다. 비만을 탈피하기 위해 온갖 수를 다 써봤지만 살을 빼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후보가 '탈모인'들의 편해 서자 '뚱보는 사람 아니냐'면서 발끈했다.

A, B씨 외에도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필자는 탈모인들에게 대한 여당 대선 후보의 각별한 관심이 고마웠지만, 다른 질병으로 고생하면서 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머리털 좀 없어도 사는 데 불편함은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 윤석열의 병사월급 200만원

필자의 또래들은 병장 월급이 1만원이 채 되지 않던 하던 시절에 군 생활을 했다.

그런데 이번엔 야당의 윤석열 후보가 병사 월급 '200만원'을 들고 나왔다.

필자의 한 군대 동기는 소위 '썩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우리는 국방의 의무를 싫지만 당연히 해야하는 일로 생각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는가. 그 때 사실상 월급 몇 천 원씩 받았잖아. 그야말로 상징적인 금액만 받지 않았나. 그런데 20대 남자들 표가 급하다고 병사 월급 200만원이 대체 무슨 말인가?"

필자의 친구 같은 사람들이 볼 때 지금은 당연히 해야 할 국방의 의무를 하면서 병사들이 수십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었다.

20대 젊은층의 미래는 30년 전보다 훨씬 더 불투명하지만, 필자의 친구는 여전히 국방이 '당연한 의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병사 월급 200을 준다는데, 그 여파는 생각도 안 해 본 모양이다. 사병 월급 200이면 이병, 일병, 상병, 병장 월급을 얼마씩 더 올려준다는 얘기이며, 하사관과 장교 월급을 또 얼마나 더 올려준다는 것인가?

이 돈들은 다 국가재정, 즉 우리가 낸 세금에서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의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은 이재명 후보가 이미 했던 얘기다.

이재명 후보는 이미 '사병 월급 200만원 공약'을 이미 내던진 바 있다. 민주당은 올해부터 군인수당 '인상'을 내건 정당이다. 국민 세금을 들여 군인연금에 땡빵질을 해 대면서도 돈을 더 쓰는 일 밖에 관심이 없다.

야당이 야당 꼬락서기를 갖추지 못한 것은 모두가 알지만, 아이러니 한 것은 뒤쫓아 가면서 여당의 공약을 벳기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는 점이다. 여당도 황당하고 야당도 황당한 게 이번 2022년 대선이다.

어디에 돈을 더 꽂아주면서 표를 빼올까 하는 생각할 뿐, 돈을 더 버는 일은 궁리하고 있지 않다. 이러면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 정치꾼들의 끝없는 말장난과 빨대 꽂기

지금은 당연한 의무라는 얘기를 쉽게 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생활 수준이 과거에 비해선 크게 올라갔지만, 과거 젊은 층의 미래는 그래도 열려 있었다면 지금 젊은 층의 미래는 닫혀 있다.

참으로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사회 시스템이 한국 사회에 견고하게 버티고 있다. 그리고 병사 월급 200만원 같은 사탕발림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꾀하려 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에겐 잠재력이 있으며, 그 잠재력이 현실화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게 정치권, 그리고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한국의 기성 세대는 어떻게 하면 젊은층의 포텐셜에 빨대를 꽂아 자신들만 남은 인생까지 주구장창 꿀을 빨까 하는 생각 밖에 없다.

이런 점이 유례없는 희한한 선거전을 벌이는 이번 대선 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래 세대들의 돈을 미리 당겨서 그들에게 인심 쓰는 척하면서 자기 이익을 꾀하는 짓, 이것이 한국의 미래를 끌어가겠다는 자들이 하는 일이다.

정부라는 조직은 국민들에게 세금을 거둬서 운영된다. 지금은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우려도 높다. 그리고 전반적인 국가 재정에 대한 우려도 크다.

정부라는 '괴물' 조직에겐 기본적으로 국민의 돈을 우선적으로 어디에 써야 할지 판단하는 게 가장 중요한 책무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꾼들에게 우선적으로 써야 할 곳은 '표가 되는 곳'이다.

2022년, 그리고 그 이후의 한국이 더 불안한 이유다.

자료: 더불어민주당

자료: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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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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