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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보편 복지주의자의 기본소득 반대

  • 입력 2021-11-30 11:1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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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상이 교수 페이스북

출처: 이상이 교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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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원인 한 대학 교수가 당으로부터 징계를 당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주대 이상이 교수는 29일 허위사실 또는 기타 모욕적 언행으로 당원간의 단합을 해하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게 됐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징계 통보를 받은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후보와 586운동권 카르텔이 장악한 민주당이 이렇게까지 깊이 병들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같아서 억울하고 참담하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민주당 내 주목받는 브레인으로 통했던 이 교수는 지속적으로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을 반대해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선거가 급한 상황에서 영향력 있는 당원의 '일탈행위'를 두고 볼 수 없었다.

■ 민주당 핵심 당원도 기본소득 반대하면 '징계'

이 교수는 오랜기간 '보편적 복지'를 주장해온 인물이다.

그의 이런 노력은 2010년 10월 '보편적 복지'가 민주당 당헌에 삽입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교수의 거듭된 '기본소득 반대'에는 참지 못했다. 이 교수는 자신이 징계를 받는 이유에 대해 '당을 비판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지금 민주당은 비판과 공개적 논의에 재갈을 물리고 독재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해 어떤 허위사실도 유포한 적이 없는 자신이 징계를 받아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당원인 유명 교수가 지속적으로 자당의 대통령 후보를 비판하자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 '보편' 복지주의자가 굳이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이 교수는 이재명 후보를 기본소득 포퓰리스트로 보고 있다.

이 교수는 "이 후보는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국가’라는 낡은 신념으로 국민을 현혹하고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망국적 국가 비전을 내놓았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지난 5년 동안 우리 사회에 ‘기본소득 포퓰리즘’을 확산시킨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재산·소득 수준이나 이유·조건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동일 금액을 지급하는 무차별적 획일주의 방식의 보편 지급이 바로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라며 국민들이 속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기본소득의 무차별적 ‘보편 지급’은 필요 기반의 ‘보편적 복지’와 완전히 다른 개념임에도 이 후보는 마치 기본소득의 ‘보편 지급’이 ‘보편적 복지’인 것처럼 호도하며 진실을 왜곡했다고 했다.

■ 기본소득이 복지를 좀먹는다

정부의 재정은 한계가 있다.

나라 재정은 세금이나 '미래의 세금'인 국채를 찍어서 마련한다.

하지만 국채를 너무 발행하면 후세에 그 부담이 고스란히 넘어가고 국가의 재정건전성이 위협 받는다.

이 교수는 한정된 정부 재정을 놓고 기본소득과 복지가 경합하게되면 정상적인 복지국가로의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한켠에서도 '이재명 대통령 시대'가 열리면 기본소득이 나라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 똬리를 틀고 있었던 것이다.

이 후보는 코로나19 이후 재난기본소득이란 이름으로 상위소득 계층을 포함해 경기도민 모두에게 10만 원씩과 25만 원씩의 현금을 지급한 바 있다.

이 돈은 사실 경기도민이 낸 세금이거나 갚아야 할 채무다. 이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이재명 후보는 보편적 복지 원리에 따른 재정지출 원칙을 어기면서 재난을 틈타 정치적 기본소득 논리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켰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치’이자 우리 시대의 망국적 ‘적폐’입니다."

■ 보편복지 주장해온 사람에게도 위험해 보이는 이재명식 기본소득

이재명 후보는 그간 국토보유세, 탄소세 등을 거론하면서 세목을 신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나라 살림에 필요한 돈은 세금을 더 걷어서 마련하거나, 국채를 발행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이 후보나 이 후보 주변 정책가들의 아이디어였다.

이재명 후보의 경제 브레인인 건국대 최배근 교수는 '국채를 찍고 한은이 인수하는' 식의 자금 마련을 거론해 온 인물이기도 하다.

당으로부터 징계를 받게 되는 이상이 교수는 그간 세금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온 인물이다. 그런 그의 눈에도 이재명 후보와 그를 둘러싼 세력들의 기본소득은 위험해 보였다.

이 교수는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우리도 OECD 평균 수준의 조세부담률(GDP의 25%)까지 증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증세를 통해 마련한 연간 수십 조 원을 '푼돈' 기본소득으로 지출하겠다는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전형적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 작년 4.15 총선 뒤 더욱 힘받은 기본소득

야당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이재명 후보가 주장하는 기본소득 등 각종 '기본' 시리즈를 걱정하고 있다.

사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민주당이 대승한 뒤 많은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걱정해왔다.

새로 국회에 입성한 다수의 여당 국회의원들이 기본소득을 모토로 한 데 모이는 모습을 자주 보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본소득 공부모임' 같은 것을 만들어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에 힘을 실어줬다. 이런 선량들은 이재명 후보의 든든한 정치적 후원자가 됐다.

현재 이재명 후보 경제정책의 큰 축을 담당하는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필요한 돈은 국채를 발행해서 마련하고 한은이 이를 인수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쉽게' 접근하기 일쑤였다.

작년 4.15 총선 이후 민주당의 '기본소득'은 더욱 힘을 받았으며, 포퓰리즘 논란은 더욱 커졌다.

올해 초엔 여당 국회의원들이 '한은 국회업무 보고' 때 한은이 국채를 인수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주요국은 국채 직접 인수를 법으로 금지하는 중이며, 이런 식의 정책을 펼칠 경우 대외신인도도 떨어지게 된다.

기재부에서 재정을 관리하는 차관으로 일했던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여당 쪽에서 중앙은행의 중립성을 해치는 국채 직접인수 법안을 내놓아 의아하다"면서 위험한 실험을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여당의 대통령 후보는 기본소득 '실험'을 대표적인 공약으로 내건 상태다.

지금은 민주당 내의 명망있는 교수마저 이재명 후보가 이상한 실험으로 한국경제를 궁지로 내몰 수 있다며 크게 염려한다.

■ 어느 나라도 하지 않는 실험 왜 해야 하나

이상이 교수는 페이스북에 "이재명 후보는 탄소세수를 재원으로 동일 금액의 푼돈 기본소득을 전 국민에게 무차별적으로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제출했다"며 국민을 속이는 포퓰리즘 정치의 극치라고 맹비난했다.

이 교수는 "이재명 후보와 그의 세력이 집권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외치다가 결국 징계를 당할 지경에 몰렸다.

민주당은 당원이 자당 대통령 후보를 비판하는 것을 참지 못하는 옹졸함을 보여줬다. 선거가 급하다고 몸에 좋은 비판까지 재갈을 물리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사실 이재명 후보의 실험에 많은 사람이 반대한다. 효과는 의심스러운 반면 나라 살림은 거덜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이 왜 '선두에 서서' 다른 나라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하는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이상이 교수는 이렇게 외쳤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하지 않는 기본소득을 도입함으로써 보편적 복지국가의 길이 아니라 망국의 길을 가겠다는 기본소득 포퓰리즘 정치 세력이 권력을 장악해선 안 될 것입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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