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20 (월)

(장태민 칼럼) GDP 서프라이즈와 추경 조합

  • 입력 2024-04-30 14:2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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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통령실이 공개한 윤석열-이재명 회동 모습

사진: 대통령실이 공개한 윤석열-이재명 회동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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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추경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에 배석했던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대통령의 추경 거부 입장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진 의원은 30일 자신의 트위터(X)에 "비공개 회담 내내 느낀 대통령의 인식은 과연 총선 민의를 제대로 읽었는지, 그럴 의지는 있는지에 관한 의문만 키웠다"면서 "(대통령이) 민생회복지원금은 단호히 거절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4.10 총선 대승 전후 연일 소위 '민생회복지원금'이 필요하다면서 추경을 주장했다. 인당 25만원 등 13조원을 포함해 15조원 정도의 추경을 실시하자고 조르기 일쑤였다.

다만 야당이 선거에 대승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굳이 전국민에게 25만원씩 뿌리는 게 옳은 일일까 하는 비판도 많다.

■ GDP 서프라이즈와 추경 조합?

추경은 법상으로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거나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실시하게 돼 있다.

하지만 각종 핑계를 대면서 추경을 실시하는 게 일상화되다 보니 당리당략에 의해 '평소에도' 추경을 실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곤 한다.

추경 요건을 완화해서 해석하더라도 보통 경기 침체가 도래할 때 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 발표된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은 오랜만에 보는 서프라이즈였다.

올해 1분기 실질 GDP는 전기비 1.3% 증가해 2021년 4분기(+1.4%) 이후 9분기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GDP가 예상을 웃돈 뒤 외국계 애널리스트들은 서둘어 한국 성장률을 2% 전후에서 2.5%로 대폭 상향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 추경, 정치적 이해관계 위한 노림수는 가장 저질적 행태

지난해 국내경제 성장률이 1.4%에 그쳤지만 올해는 그보다 1%p 이상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경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추경은 경기 급락이나 재해에 신속히 대응해 경제 안정화를 꾀할 수 있는 도구다. 아울러 국가경제를 위해 시급한 정책이 있다면 이를 빠르게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작용 역시 만만치 않다.

우선 추경 남용은 그 자체로 국가 예산에 대한 믿음을 떨어뜨린다. 추경을 습관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예산 편성이 엉성해지고 예산 집행 능력도 저하된다. 나라 살림을 주먹구구로 산다는 얘기가 된다.

또 국민의 돈을 우습게 보는 버릇이 생기다보니 나라 살림살이의 효율성도 떨어진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추경은 재정 건전성 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 국가채무가 빠르게 증가하다보니, 해외 신평사 등이 '혹시 딴 짓 하는 것 아닌가'하고 관찰해야 하는 나라다.

추경은 무엇보다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상시적 추경을 통해 돈 풀기를 반복하다보면 물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추경의 가장 저질적인 활용 행태 중 하나는 '정치적 이득'을 위한 것이다.

추경을 정략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경제적 효과 제한, 재정건전성 악화 등 여러 부작용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야당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추경 주장을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본다.

사실 목적에 맞지 않는 추경 주장은 의혹의 시선으로 보는 게 옳다.

■ 현금 살포 추경, 경기 악영향마저 있다!

코로나 위기 때 민주당은 '전국민재난지원금'을 통해 현금 살포가 주는 '인기'를 실감했다.

하지만 모두에게 돈을 지급하게 되면 물가가 자극 받을 수 밖에 없다.

물가가 오르면 금리가 상승하게 되고, 그러면 취약계층의 생계는 더욱 빠듯해진다. 좋은 의도로 정책을 실행해서 결국 민폐만 끼칠 수 있다. 또 이 과정에서 국가 재정은 고갈이 나게 된다.

과거 포퓰리즘에 병든 남미 국가들이 이런 일을 상시로 벌여 결국 경제를 말아 먹었다.

아울러 퍼주기 공약이 남발되고 국민들이 여기에 익숙해지면 국가 전체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돼 경제에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추경에 중독된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추경에 중독시키면, 사람들은 너도나도 자신의 일이 잘 안 풀린 때 '나라에서 나오는 것 좀 없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경쟁력 저하를 걱정하는 대신 국민 세금을 따먹을 궁리만 하게 된다. 추경 중독은 모두를 망치는 길이다.

■ 코로나 때 현금 뿌리기, 효과 보다는 돈 낭비에 가까웠다

한국은 코로나 때 전국민 현금 지급 경험을 갖고 있다.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지만, 그래도 전염병 창궐에 따라 공돈(사실은 국민의 세금이고 공돈도 아니다)이라도 좀 만져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돈이 사람들의 소비를 끌어내 경기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효과는 별로 없었다.

소위 전국민재난지원금은 소비 진작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상식적인 판단이었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KDI가 2020년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소비 증대 효과는 0.26~0.36배 정도로 나타났다.

100만원을 받았을 때 추가 소비로 이어진 것은 26만~36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연구 결과다.

2022년에 발표된 서울연구원의 ‘코로나의 서울 자영업 영향과 보편적 재난지원금 효과’ 보고서를 보면 보편적 재난지원금은 정작 큰 타격을 입은 음식점, 주점, 등 대면서비스 업종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경제학은 굳이 지원을 통해 경제적 효과를 보려면 대상을 '타게팅'하라고 말한다.

사실 전국민 대상 지원보다 선별적 지원이 효과적이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하지만 21세기 대명천지에 한국민들은 점점 더 보편 복지 이슈와 관련한 미싱아웃(나만 배제되고 있다는 두려움) 효과에 예민해졌다. 한국인들은 현재 무능하지만 가스라이팅에 능한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에 중독되는 중이다.

■ 다 같이 망하기 위한 몸부림...그 위대한 이름은 '시도때도없는' 추경

작년 말 기준 335만 개인업사자가 1,100조원 남짓한 대출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 중 3개월 이상 연체된 금액이 27조원에 이른다.

연체금액은 그 전년에 비해 무려 10조원이나 늘어났다.

다만 많다면 많지만 3% 미만이다. 힘든 가운데서도 이자를 연체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대다수다.

거대 야당은 그러나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을 부풀린 뒤 '우리 모두 25만씩 나줘 갖자'는 마타도어로 한국경제를 현혹시키고 있다.

사실 한계 계층 지원 정책은 '선택과 집중'이란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 공무원 등에겐 돈을 줄 필요가 없다.

모두가 기분 좋은 정책을 자주 쓰다보면 모두가 망한다. 남미 등 후진 경제권 여러 지역에서 이미 한 실험을 한국 같은 나라가 굳이 또 해야 할까.

무능한 정권과 여당에 대한 야당의 총선 압승이 야당 정책이나 주장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들은 양화(良貨)가 모두 구축된 상황에서 악화(惡貨) 중 하나를 고를 수밖에 없었다.

포퓰리즘을 막아내지 못하는 한 한국경제의 미래는 없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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