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20 (월)

[김형호의 채권산책] 한전채

  • 입력 2023-12-04 09:51
  • 김형호 CFA(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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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호 CFA(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 2023.12.1일(금) 한전14물과 20단기사채 발행금리는 각각 3.79%3.81%이다. 14일물은 3,800억원이 응찰해서 1,800억원이 낙찰되었고, 20일물은 5,300억원 응찰에 2,200억원 낙찰되었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2배 이상이었다.

1년 전 2~3년물을 5% 후반대에 발행하던 것과 비교하면 금리는 2%정도 하락했고, 시장의 반응(수요)도크게 달라졌다.

채권발행자는 차환위험 때문에 가능하면 장기채로 자금을 조달하려고 한다. 따라서, 단기사채는Bridge Loan(장기자금조달 전까지 일시적인자금조달) 용도로 발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차환위험이 없는 한전(국공채)은 발행채권의 Duration전략(금리예측전략)으로 단기사채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3년 하반기에 발행한 한전채는 2023.9.11의 1394회와 1395회이다. 1394는 2년만기로 표면금리는 4.335% 발행금액은 3,100억원이고, 1395는 3년만기로 표면금리는 4.400%, 발행금액은 1,900억원이었다.

금년 6월까지 매월 2~3차례 한전채를 발행하다가 7월 이후 현재까지 한 차례만 채권을 발행한 것은 한전의 자금조달 전략이 크게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채권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전인 작년 3월과 4월에는 1161(30년물, 3.30%, 1,300억원, 2022.3.28), 1184(30년물, 3.72%, 1,000억원, 2022.4.1)를 발행했다.

초저금리 시대인 2019년부터 2022년 초까지는 10년물 한전채가 주요 자금 조달원이었다.

2019.5.7일 2,000억원 발행한한전988(10년물)의 표면금리는 1.987%이었다.

이후 1%대 후반과 2%대 초반에서 10년물을활발히 발행했고, 2022.2.4일 1132(10년물, 3.05%, 1,600억원), 2022.2.10일 1136(10년물, 3.17%, 700억원), 그리고 2022.4.1일 1167(10년물, 3.50%, 100억원)가 가장 최근에 발행한 10년물이다.

채권금리가 상승하면서 발행금액이 1,600억원(1132회), 700억원(1136회), 100억원(1167회)으로 감소했다. 금리상승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장기물을 기피한 결과이다.

발행자는 조달금리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금리가 낮은 수준일 때는 장기채 위주로 발행하고, 금리가높은 수준일 때는 단기채 위주로 발행함으로써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금리가 높은 수준인지 낮은 수준인지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채권은만기라는 특성 때문에 금리가 Mean Reversion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수준을 판단하는데도움이 될 것 같다.

저금리 시대인 2016년, 2017년, 2019년에공사와 공단에 채권발행전략을 자문한 적이 있다. 당시 20년물과 30년물 발행금리는 2% 초반이었다.

해당기관들은 장기채 발행을 적극 고려하고 있었는데, 장기채는 듀레이션이 커서 발행금리가 조금만 차이가 나도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크기 때문에 여러 차례 자문위원회가 소집되었다.

필자는 20년물 30년물은 2%대초반(2.2%수준)이면 Market Timing을 하지 말고 발행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다수의 자문위원들은 금리가 하락하고 있으니까 발행시점을 최대한 미루자는 의견을 냈다. 그 후에도 상당기간 금리하락세가 이어져서 1%대 후반에도 장기물을발행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20년물 공단채를 2.2%에 발행하면 괜찮다” 라고 자문한 것은 그 금리에는 (투자자인 필자가) 매입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발행자와 투자자의 이해는 상반되기 때문에 발행자가 만족하면 투자자가 불만족하는 것이 당연하다.

자금을 조달하는 입장에서는 장기물을 발행해서 차환위험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한전채 같은 특수채는 차환위험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Duration전략(단기채 vs. 장기채 발행)을사용할 수 있다. 작년 하반기의 한전채 발행시장 혼란은 대규모 적자와 한전채에 대한 오해 때문이었다.

한전의 단기사채(A1)는 125조원 규모의 MMF에서인기가 높다. MMF에 주로 편입되는 은행정기예금 ABCP(A1)의 경우 만기가 6개월~1년정도로 길고, 권종이 100억원 단위로 커서 한전 단기사채에비해 매력이 떨어진다. (단기사채는 1억원 권종)

한전은 금리가 낮은 수준일 때는 장기채 중심으로, 금리가 높은 수준일 때는 단기채 중심으로 채권을 발행해오고 있다.

다시 한전이 장기물을 발행하기 시작하면 채권투자자는 장기물을 경계하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김형호 CFA(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 strategy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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