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7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채권시장, 美국채10년 4.3% · 韓국채10년 4% 예민한 지점에서

  • 입력 2023-08-22 10:36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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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0시23분 현재 국고채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0시23분 현재 국고채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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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채 금리가 21일 종가기준으로 4.3%를 돌파했다.

한국 10년물 금리는 4%선에서 추가 상승과 반락을 놓고 고민 중이다.

향후 미국채 금리가 4.3%를 박스 하단으로 잡고 더 오를지, 한국 10년도 작년 가을 이후 4% 위로 계속 올라갈지를 놓고 긴장감이 커져있다.

이번주 국내적으로 금통위, 대외적으로 잭슨홀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금리가 어느 쪽이든 튈 수 있어 경계감이 고조돼 있다.

■ 예민한 지점으로 올라온 韓·美 국채금리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17일 장중 4.3%를 돌파하더니 종가는 4.2820%에서 마쳤다.

그 다음날엔 금리를 4.25%대로 낮추면서 4.3% 돌파에 부담을 느끼는 듯했다.

하지만 21일 종가기준으로도 4.3%를 넘어서서 금리는 4.3339%를 기록했다.

최근 미국10년물 금리가 15년, 16년만에 최고치로 뛰면서 정책금리도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되는 'higher for longer'에 더욱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는 평가들도 제기됐다.

미국 국채2년물은 전날 5.0134%를 기록해 5%를 넘어섰다. 장단기 금리가 예민한 지점 위로 올라오면서 잭슨홀 경계감도 상당해 보인다.

국내시장에선 전날 국고3년이 3.8%, 국고10년이 4%에 바짝 붙으면서 긴장감을 높였다.

이는 작년 가을 채권시장이 크게 흔들리던 때의 기억을 소환하기도 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작년 (가을) 상황의 재판이 될 수도 있어 유심히 보고 있다"고 했다.

■ 한국 4%대 국고채 금리 과하다...저가매수 적기일까

투자자들은 현재 금리대에서 예민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우선 금리가 더 오르기 어렵다고 보는 쪽에선 예컨대 한국경제 체력을 감안할 때 국고10년 기준 금리 4%대는 과도하다고 본다.

이런 투자자들은 지금이 저가매수의 기회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B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일단 미국채 숏 베팅이 정말 많은 것 같다"면서 "하지만 중국 위기는 우리나라 경기둔화 요인이니 우리는 오히려 동결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물론 한은에서 환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봐야할 것"이라며 "일단 금리가 크게 높아져서 채권이 싸게 보인다"고 했다.

그는 "길게보면 채권 투자 적기"라고 했다.

C 증권사 관계사는 지금의 분위기를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금리가 많이 올라왔으니, 일단 시장이 이 지점에선 한번 버텨보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미국금리 더 가면 답 없다...조심해야 할 때인가

하지만 미국 금리가 예상보다 크게 오르는 데다 유럽 쪽 금리도 뛰는 등 글로벌 금리가 오르는 최근 상황이 부담스럽다는 평가도 많다.

한국경제 고유의 금리 추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 있지만 환율 등을 감안할 때 결국 미국이 이러면 답이 없는 것 아니냐면서 우려하는 모습도 보인다.

D 증권사 딜러는 "미국이 (금리 상승을) 멈춰야 한국도 멈출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금리 자체는 매수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자고나면 5~10bp씩 해외 금리가 오르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자신감은 많이 저하된 상황"이라고 했다.

따라서 저가 매수에 주력하기 보다는 일단 리스크 관리가 우선이라고 평가했다.

E 운용사 매니저는 "미 국채 매도세가 지속되면서 장기금리 중심으로 지난해 10월 고점이 돌파된 상태라 금리 추가 상승이 열려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일단 금통위와 잭슨홀에서 답 구해 보기

시장금리가 예민한 지점으로 올라온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선 결국 이번주 국내 금통위와 미국 잭슨홀 이벤트에서 답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보인다.

우선 이번주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전망엔 별다른 예외가 없다.

한은은 미국의 9월 FOMC를 보고 움직이려는 중이어서 일단 이번주 금리 동결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금리를 둘러싼 환경엔 상승, 하락 요인이 모두 있다.

예컨대 중국 부동산 우려와 경기 부진에 따른 한국 성장률 둔화 기대감이 있다. 하지만 환율과 가계부채 움직임을 보면 한은에 대해 큰 기대를 하기도 만만치 않다.

미국 잭슨홀에서 통화정책가들이 어떤 발언을 할지에 따라서 금리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우선 연준의 기본적인 매파적 기조가 크게 변하긴 어렵다는 진단이 많다. 7월 FOMC 의사록에서 위원들은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한 바 있다. 최근 발표된 지표들, 즉 견조한 가계소비나 노동시장 흐름 등도 추가인상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면이 있다.

하지만 어찌됐든 물가 오름세는 둔화된 데다 임금과 물가압력이 확연히 줄었다는 평가들도 보인다. 물가 둔화에 무게를 두는 쪽에선 연준의 금리인상 종료 시사 발언 등을 기대하기도 한다. 다만 지금은 각국의 물가가 기저효과 혜택을 못 받는 지점으로 들어선 상태다.

아울러 금리 수준에 대한 연준의 인식과 입장도 관심이다. 지금의 예상보다 좋은 경제지표 등을 감안할 때 연준이 시장이 우려하는 '고금리의 장기화'에 무게를 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 쪽에선 이미 '실질금리' 자체가 경기를 크게 제약하는 수준까지 오른 상황에서 연준이 좀 누그러지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한다.

투자자들은 금통위나 잭슨홀 스탠스, 그리고 한국과 미국의 다른 경제 상황 등도 감안해 향후 진로를 모색해 보고 있다.

E 매니저는 "주말 잭슨홀 미팅에서 중립금리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만약 2% 물가 앵커링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재확인될 경우 스티프닝 추세에 변곡점이 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2013년 테이퍼링 텐트럼 시기에 대외금리가 추세적인 상승을 보였어도 우리나라 금리는 언더 슈팅했던 경험을 비춰볼 때 국내 10년금리가 4%초반대를 의미있게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지금의 복잡한 상황에 대해 중앙은행이라고 명확한 답안지를 갖고 있기도 어렵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이벤트 이후에도 불확실성은 계속될 수 있다.

D 딜러는 "잭슨홀에선 파월이 대충 뭉개지 않을까 싶다"면서 "파월이나 연준이 물가가 잡혔는지, 안 잡혔는지 어찌 알겠는가"라고 말했다.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데이터 디펜던트'라는 의미는 통화정책가들도 전망에 자신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딜러는 "금리를 더 올리자니 주위 압박이 심하고, 그냥 두자니 임금은 안 내려가고 미국도 골치도 아플 듯하다. 예컨대 물가를 제대로 잡으려면 금리를 100bp는 더 올려야 할 수도 있고, 연준이 정책 오류에 대해 혼자 뒤집어 쓰기 싫어할 수도 있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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