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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인민은행, 예상보다 덜한 금리인하 강도...中 경기둔화와 위기론은 구분해서 봐야

  • 입력 2023-08-21 14:02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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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인민은행, 예상보다 덜한 금리인하 강도...中 경기둔화와 위기론은 구분해서 봐야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장태민 기자] 중국 인민은행이 21일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물 대출우대금리(LPR)를 3.55%에서 3.45%로 10bp 인하했다.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5년물 LPR은 4.20%에서 유지했다.

당초 5년물 금리도 내릴 것으로 기대됐으나 인민은행은 유지하는 쪽으로 택했다.

중국은 작년 8월 이후 동결했던 1년 만기와 5년 만기 LPR을 지난 6월 각각 10bp씩 인하했다. 이후 지난달에는 금리를 동결했으며, 이번엔 1년 만기 금리만 내렸다.

중국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일각에선 중국 경기 위기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으나, 중국 정부가 부동산 업체들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던 와중에 발생한 일이어서 당장 위기론은 과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5년 LPR 금리를 그대로 둬 금리인하 강도는 기대에 못 미쳤다. 다만 중국은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엔 시중은행 우량고객 대상 대출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경기 부양에 나섰다.

최근 중국 경기지표들이 일제히 예상을 밑돈 가운데 중국 당국은 경기 부양을 하되, 대대적인 부양책은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 기대 못 미친 대출금리 인하...그래도 각종 금리 조금씩 낮추면서 경기 부양 시그널 계속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5일 7일물 RP 금리를 1.8%로, 1년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로 각각 10bp, 15bp 낮췄다.

같은 날 오후에는 단기유동성지원창구(SLF) 금리도 인하했다. SLF 1일물 금리는 2.65%로, 7일물은 2.8%로, 1개월물은 3.15%로 각각 10bp씩 내렸다.

이번엔 1년짜기 LPR 금리를 내리면서 일단 조심스런 경기 부양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디플레와 경기 하락 방어를 위해 금리를 내리되, 부동산 시장의 질서있는 구조조정 등을 위해 5년 LPR은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 중국판 리먼사태?...노무라, 대차대조표 불황 가능성 거론

일각에선 중국 부동산 관련 디벨로퍼나 신탁회사 우려와 관련해 '중국판 리먼사태'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최근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벽계원의 디플트 우려와 신탁회사 중룽의 환매 중단 등으로 중국판 리먼사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왔던 게 사실이다.

중국 부동산 관련 민간회사들의 재무나 투자 구조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지방정부 위기로 이어진 뒤 결국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보인다.

지금까지 중국 지방정부는 부동산을 통해 재원을 조달해왔으나 일단 이 구조가 흔들리면서 위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본계 금융사에선 과거 일본 사례와 빗댄 중국 위기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노무라는 "북경의 주택가격이 과거 일본의 부동산시장 거품 붕괴 직전 상황을 연상시킬 정도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중국 부동산 가격 거품이 붕괴하고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흔히 얘기하는 대차대조표 불황을 거론한 것이다.

대차대조표 불황(Balance sheet recession)은 자산가격 하락으로 부채 부담이 커진 가계와 기업이 이전보다 부채 상환과 축소에 집중함에 따라 소비 및 투자가 위축돼 나타나는 경기침체를 말한다.

벽계원이 달러 이자를 만기일에 갚지 않은데 따른 디폴트 우려, 중룽의 환매 중단, 2021년말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헝다그룹의 17일 미국 법원 파산보호 신청 등 연이은 유명 부동산 관련 업체들의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유명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위치에 처하고, 이들의 자금공급원 역할을 했던 신탁회사까지 위기에 빠지면서 계속해서 연쇄 작용이 우려되고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완다그룹에 이어 최대 디벨로퍼 벽계원이 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했고 부동산 신탁사 중룽국제신탁도 만기 상품의 대금 지급에 실패했다"면서 "지난번 위기로 한국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헝다가 미국에서 파산보호 신청을 하는 등 이제 중국 부동산 위기가 금융권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고 했다.

■ 중국 정부가 이미 정했던 방향...그에 따라 타격입은 부동산 업체들

중국 부동산에 대한 우려는 경제지표 부진, 미중 통화정책 디커플링, 최근 달러/위안 환율의 7.3위안 이상급등 등과 맞물려 우려를 키웠다.

부동산발 중국 경제에 대한 위기감은 글로벌 경기에도 먹구름을 드리운다.

하지만 당분간 중국 부동산 우려가 이어질 수 있지만, 중국발 금융위기 등을 운운하는 것은 과장이라는 평가가 많은 편이다.

사실 지금의 중국 부동산 위기는 2020년 8월 시진핑 정부가 정한 3가지 레드라인에서 비롯됐다.

중국 정부는 총자산 대비 부채비율 70% 이하,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 100% 이하, 단기채무를 상회하는 현금 보유 등의 조건을 제시하면서 부동산 섹터의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2021년 헝다 사태가 큰 관심을 모은 바 있으며, 지금 다시금 부동산발 위기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이다.

현재 중국의 부동산 관련 위험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지만, 정부가 주도한 구조조정인 만큼 결국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란 관점 역시 적지 않다.

■ 중국 경기둔화 위험 커져...그러나 중국 위기론, 현재로선 '과장'된 접근

중국 금융기관은 5대 국유은행이 장악한 은행 부문과 민간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비은행 부문으로 구분된다.

올해 6월 말 기준 총 대출 잔액은 은행 부문 230조 위안, 비은행 부문 134조 위안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민간 금융기관의 대출 규모는 지난해 중국 GDP(121조 위안)을 상회해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 부동산 기업에게 자금을 제공한 민간 금융기관 부실이 확산되며 금융산업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중 금리차 확대, 자본유출, 위안화 약세와 같은 환경은 중국 당국의 정책 여력을 제한하는 측면도 있어 과연 중국 당국이 이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문 연구원은 그러나 "중국 정부는 과거와 달리 부동산 기업 지원을 위한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은 배제하고 부동산 개발업체의 부도 위기가 금융기관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는 선에서 정책적 노력을 쏟아부을 것"이라며 "'질서 있는 파산'을 통해 위기감을 낮춰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금융사들이 조만간 중국 성장률 전망을 4%대로 낮출 것으로 예상되고 중국에 대한 투자심리가 조속한 시일내 호전되긴 어려워 보이지만, '경제위기'로 사태를 침소봉대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신탁사의 상품 상환 실패가 기타 금융기관이나 자금시장으로 확산될 개연성은 낮다. 신탁상품 투자손실은 고객이 부담하기에 과거 뱅크런이나 과거 중국 내 예금상품, 원금 보장형으로 인식된 WMP 등 금융상품의 상환 실패와 다르다"면서 "최근 신탁상품 상환 실패에도 중국 내 자금시장 단기금리 반등폭이 크지 않는 이유"라고 했다.

최 연구원은 "중국 부채의 대부분을 중국계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점도 위험관리에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면서 "이들은 또 대부분 국영기업이기에 정부의 개입 하에 부채 상환을 연장해줄 가능성이 높고 구제금융을 해주지 않더라도 구조조정 과정을 완만한 속도로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의 급격한 금융위기와는 다르다"라고 평가했다.

또 중국의 가계 부채비율이 60%대로 다른 국가 대비 매우 높지도 않고 저축률도 45%로 한국, 일본, 미국에 비해 높은 핀이어서 대출 상환 때문에 가계가 자산을 매도함으로써 시장 부진을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 경로가 작동할 가능성은 낮다고 풀이했다.

한편 중국의 신용위험이 한국 등 인접국으로 번져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익스포져의 대부분을 로컬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데다 리먼사태 때처럼 파생상품 등과 복잡하게 얽히지 않아 위험의 해외 전이 가능성은 제한적이란 평가가 많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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