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6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쉼 없이 오른 미국 금리와 국내 채권딜러들의 두려움

  • 입력 2023-08-18 10:5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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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990년대 이후 미국채10년물 금리 움직임...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990년대 이후 미국채10년물 금리 움직임...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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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근 미국 금리 등 해외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국내 금리도 뜀박질하면서 작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는 평가들도 나오고 있다.

채권 딜러들은 미국 등에서 금리가 이상 급등한 뒤 국내시장도 이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자 부담을 노출하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작년 장이 안 좋을 때의 내러티브로 흘러가는 것 듯하다. 뭔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B 증권사 딜러도 "저가매수, 저가매수 하면서 이제 (금리 상승세가) 다왔다고 했지만 계속 오르고 있다"면서 부담스러워 했다.

■ 10여년만에 최고치로 뛴 미국과 유럽 국채 금리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7일 2.77bp 올라 4.2820%, 30년물 금리는 3.39bp 상승한 4.3892%를 기록했다.

이제 10년 금리는 2007년 11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서고 있다. 국채30년물도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미국10년물 금리는 6거래일 연속으로 쉬지 않고 올랐다. 최근 6거래일 동안 미국10년물 수익률은 27bp 상승하면서 한국 시장도 압박했다.

유럽 쪽 금리도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독일10년물 금리는 전날 6bp 가량 오른 2.71%를 기록해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10년물 금리는 10bp 가량 급등해 4.75%로 올라섰다. 영국 금리는 2011년 이후 최고치이며, 최근의 금리 상승세는 상당히 가팔랐다.

영국10년 금리는 5거래일 연속으로 오른 것이며, 이 기간 동안 상승폭만 39bp에 달할 정도로 컸다.

■ 미국 금리시장 둘러산 여건변화가 안겨준 두려움

미국 금리가 최근 크게 뛴 데엔 수급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여전히 기준금리를 더 올리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미국 정부가 국채 발행 규모를 늘리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최근 예상외로 잘 되는 듯하던 입찰이 삐끗하면서 두려움이 커졌다.

지난 10일 미국채30년 입찰이 부진을 나타내자 예상보다 둔화된 CPI 결과에도 불구하고 미국채 금리는 뛰었다.

수급 요인과 함께 주요 경제지표들도 미국채 금리 상승을 부채질했다.

각종 경제지표들이 예상보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채시장의 저가 매수자들은 '매수 후 손절'이라는 악순환 고리에서 빠져 나오질 못했다.

연준 역시 쉽게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연준은 최근 의사록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을 근거로 금리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새로운 내용이 크게 부각된 것은 아니지만 수급과 경제지표에 대한 부담이 증폭돼 있는 상황에서 반복된 매파적 스탠스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현지에선 연준이 실제로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는 하지만, 연준의 금리인상 여부와 상관없이 10년물 국채 수익률 등 장기금리가 오르고 있는 게 문제라는 지적들도 나오는 상황이다.

■ 美 전 재무장관이 말하는...'재정정책이 금리 더 올릴 수 있는 이유'

국내 채권 딜러들은 대외금리 오름세에 긴장하면서도 과도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금리가 레벨을 바꿀 때마다 국내 시장이 타격을 입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여전히 '거의 다 왔다'는 인식도 남아 있다.

하지만 미국 금리의 상승 포텐셜이 상당히 남아 있다고 평가하게 되면 부담을 떨쳐내긴 어렵다.

미국채10년물 금리가 4.3%, 30년물 금리가 4.4%에 밀착해 10여년만의 최고 수준으로 오른 상황에서 얼마나 더 상승룸이 남아 있느냐가 관건이다.

통화정책 못지 않게 재정정책 행보도 관건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는 16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더욱 올라서 4.75%로 올라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머스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현재 장기물 금리 수준이 정점을 찍었다고 보지 않는다. 이런 결론은 부분적으로 정부의 예산적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그리고 이런 전망이 투자자들에게 뚜렷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서 기인한다"고 했다.

전 재무장관은 재정정책이 금리를 더 밀어올릴 수 있는 국면으로 본 것이다.

그는 "실질수익률은 미국 정부 차입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 기간동안 1.5~2.0%가 될 수도 있다. 국방지출 수요 확대, 트럼프 전 정부 감세 정책 연장, 미상환된 채무 관련해 평균 이자비용이 늘어나는 것 등으로 정부 차입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텀 프리미엄이 평균적으로 0.75~1.00%p인 점을 거론했다. 단기채권으로 자본을 이동시키지 않고 장기채권 투자에 지속하기 위해 물어야 하는 금리를 감안하면 장기금리 전반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서머스는 "앞으로 10년에 걸쳐서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4.75%가 되는 것을 보게될 것이고, 분명히 그 수준보다 더욱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어느 누구도 결과가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여러가지 요인들을 보게 되면 경제는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시대에 들어섰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머스는 '세계경제의 구조 변화'에 따른 고금리 지속을 거론했다.

서머스는 "예전 경제 글로벌화로 근로자간 경쟁력 심화 및 비용 감소로 나타났던 추세가 이제는 많이 바뀌었다"면서 "장기 금리가 더욱 높아지는 추세가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만약 베팅을 한다면 금리 하락보다는 상승에 베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머스의 이같은 발언은 미중 기술패권 시대와 관련이 있다. 세계경제에서 중국이 하던 역할은 과거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할 때는 전세계 물가를 하향 안정시켰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미국은 중국의 도약을 막기 위해 우호국들은 규합해 대응하는 중이다.

흔히들 얘기하는 '한미일:북중러'라는 신냉전 시대의 도래는 글로벌 경제 전체의 비용을 높였다.

■ 한국은...마냥 대외금리 영향 받진 않을 것이나 위험은 상시 도사리는 중

국내 투자자들 사이엔 '한국의 물가와 경기'를 감안할 때 지금의 금리는 과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대외 금리에 따라 국내 채권시장의 흔들림이 이어질 수 있지만 예컨대 10년 금리가 4%를 넘기 위해선 뭔가 다른 게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평가들도 보인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미국장이 계속 요동을 치면 우리 국채10년물 금리가 4%를 넘지 못할 건 없다"면서 "하지만 잠시 넘더라도 오랜기간 거기서 머물 여건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만 미국 재정정책이 금리를 한 단계 더 올린 것처럼, 국내도 재정정책에서 뭔가 변화가 나타나면 금리는 더 뛸 수 있다.

이 딜러는 "한국 역시 만약 정부가 태도를 바꿔서 추경을 한다면 10년물 금리는 바로 4%를 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금리 상승세, 재정정책 등과 함께 금리가 더 뛸 수 있는 요인으로 환율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중국 부동산 우려와 환율 요인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최근엔 양호한 미국 지표와 부진한 중국 지표가 동시에 달러/원 상승압력으로 작용해 채권시장에 부담이 됐다.

달러/원은 이달 7일 1306.2원을 기록한 뒤 하루도 떨어지지 않았다. 달러/원은 17일까지 7거래일 동안 36원 뛰었다. 전일 종가는 지난해 11월 23일(1351.8원) 이후 대략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전날 1,342원으로 뛰었던 환율은 이날 하락하는 중이다. 일단 당장은 당국의 개입 등으로 가파른 상승세는 제어될 가능성이 있다.

이날 채권시장에선 과도한 금리 상승에 따른 되돌림이 나타나고 있으나 경계감도 여전하다.

금리가 이상 급등했다고 판단하는 쪽에선 되돌림 가능성을, 여전히 리스크가 크다고 보는 쪽은 한국 10년 4%를 열어둘 수밖에 없다는 진단 등을 내놓는다.

D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채권가격이 반등에 성공한다면 금리는 다시 하향 안정될 수 있으나 만약 실패하면 10년 4%를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채권 가격 반등에 무게를 둔다. 한미일 정상이 만나니, 미국 국채 수급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과 기시다 간에 얘기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 가파른 국채금리 뜀박질, 가파른 되돌림 예고한다는 기대감도

미국 물가와 경기,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등이 모두 금리를 높였지만 고금리가 결국 영향을 발휘해 궁극적으론 재차 안전자산선호를 키울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예컨대 금리 재급등으로 미국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7%를 넘어서면서 21년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런 상황 변화가 미칠 영향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 수준의 고금리는 주택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을 모두 감소시키고 주식, 원자재 등 위험자산의 매도 증가를 유발해 다시금 안전자산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보인다.

아울러 금리 상승에 따른 기업 신용경색 가능성이나 제2의 SVB 사태 가능성 증가 등은 경기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진단들도 남아 있다.

한국 입장에선 미국 재료와 함께 중국 요인 등을 감안할 때 금리가 더 오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평가도 제기된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8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소폭 하향 조정한 1.3%, 물가 전망치는 3.5%로 제시할 듯하다"면서 "최근 중국 경기 부진 속 내년 성장률 전망치 하향폭이 좀 더 커질 경우 향후 성장 둔화 가능성 증대로 장기금리 상방 압력은 점차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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