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7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벽계원 채권 이자 미지급이 키운 中 부동산 우려

  • 입력 2023-08-17 14:14
  • 장태민 기자
댓글
0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벽계원 채권 이자 미지급이 키운 中 부동산 우려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장태민 기자]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위기가 이어지면서 이 파장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벽계원(碧桂園, 비구이위안, 컨트리가든), 중융국제신탁(中融, 중룽)과 같은 유명 업체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이 여파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벽계원 사태는 중국 부동산 시장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인식을 퍼트렸고, 중룽신탁까지 큰 문제에 직면하자 중국 경제 상황 전체에 대한 불안감이 한층 더 고조됐다.

■ 헝다의 4배 사업규모, 벽계원의 위기

벽계원은 헝다그룹(에버그란데)보다 사업 규모가 4배 정도로 크다.

2021년 말 헝다 사태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최근 벽계원 사태가 터지자 중국 부동산 시장, 더 나아가 중국 경제에 큰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벽계원은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상반기 순손실 규모가 450억~550억위안(62억~76억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9.1억위안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대규모 손실에 직면한 것이다.

회사는 공시를 통해 "올들어 7개월동안 매출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35% 줄어든 1,408억위안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 동안 매출 규모에선 중국 최대 수준을 기록해 왔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매출과 리파이낸싱 환경이 악화돼 회사 차원에서의 가용자금이 지속적으로 줄면서 유동성 압박을 받는 지경이 됐다.

벽계원은 상하이·선전거래소에 채권거래 중단을 요청했으며, 지금은 이 회사가 돈을 갚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져 있다.

■ 외화채권 이자 미지급 후 위기 증폭

중국 1위 부동산 개발업체로 이름을 날렸던 벽계원은 이달 6일 만기 도래한 액면가 각각 5억달러(약 6,630억원) 채권 2종에 대한 이자 2,250만달러(약 297억원)를 상환하지 못했다.

다만 30일간의 유예기간이 있다. 이 때까지 이자를 갚지 못하면 디폴트 처리된다.

이자가 미지급된 두 채권은 각각 2026년 2월, 2030년 8월 만기가 도래한다.

문제는 계속해서 이 회사 채권의 만기가 도래한다는 점이다.

만기도래 규모를 보면 올해 13억달러, 내년 23억달러, 내후년 52억달러, 26년 46억달러 등 대다수 채권의 만기가 2027년 이전에 도래한다.

신평사 무디스는 10일 벽계원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부정적' 전망을 달았다. 무디스는 향후 6~12개월 간 이자 지급 등 채무 이행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GDP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25% 정도로 상당히 크기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 전개가 '부동산발 중국 경제 침체'로 가느냐, '대마불사, 혹은 정부의 여파 차단 성공'으로 가느냐가 중요해졌다.

■ 벽계원 관련 '위기파급' 시나리오...일단 당국 나서서 문제 해결로 나아갈 가능성

벽계원의 채권 이자 상환과 관련해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고려되고 있다.

벽계원이 유예기간 내에 이자를 갚고 채무를 이행하는 경로, 역내 부채는 갚고 역외 부채는 디플트 선언하는 경로, 역내외 채무 모두 이행하지 않는 완전 디플트 선언 경로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디폴트를 선언하지 않는 게 가장 문제를 덜 일으키는 해결책이다. 다만 채권 만기가 계속 도래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의 지원, 출자전환 등 벽계원을 구제하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역외채무에 대해서만 디폴트를 선언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러면 민간부동산개발업체(POE)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JP모간은 "벽계원이 디폴트를 선언하면 중국 하이일드 부동산 디폴트 규모는 170억달러에 달해 디폴트율이 29%를 넘을 것"이라며 "투자심리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더 심각한 시나리오는 역내와 역외 채권에 대해 모두 디폴트를 선언하는 경우다.

이러면 POE뿐만 아니라 SOE(국영부동산개발업체)로 위험이 전염될 수 있다. 즉 중국 부동산 투자 전반이 위험하다는 인식까지 키우면서 금융시스템을 흔들 우려도 있다.

다만 중국 정부가 무한정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좌시할 수는 없는 게 현실적 접근이다. 즉 유예기간 내에 이자를 갚고 문제 해결 수순을 밟아갈 것이란 예상을 하는 게 합리적이다.

HSBC는 "중국 정부가 POE에 대한 지원을 중시하면, 정책적 조치가 취해지면서 장기적으론 중국 주택시장의 보다 건전한 발전을 유도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고 전망했다.

HSBC는 그러나 만약 중국이 역내외 채권 디폴트를 방치하면 중국 POE뿐만 아니라 안정적 재정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SOE에도 위험이 전이돼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일단 현재로선 당장 유명업체들을 중심으로 POE에 대한 위기가 좀더 이어지더라도 SOE로 위기가 파급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벽계원의 위기는 계속되는 중이다.

벽계원은 9월 2일 만기 예정인 39억위안 규모 채권 상환을 연기해달라는 제안을 내놓고 피드백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 중국 부동산 시장의 어려움, 대규모 신탁회사까지 위협

중국 그림자금융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의 기관 중에 1곳인 중룽신탁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중룽신탁은 고객 자금을 모아 부동산, 주식, 채권에 투자하는 회사다.

이 중룽신탁이 지급을 연체해 투자자들이 항의 시위에 나섰다.

중룽신탁 빌딩 앞에선 안전한 투자라는 명목으로 자금을 받아 하이일드 상품에 투자한 이 회사를 비난하는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일부 투자자는 "중룽신탁은 왜 투자금과 이익을 상환해 주지 않는가. 상품은 이미 만기가 됐다. 당신들 재무제표를 보면 이익이 난 것으로 나와 있다"고 항의했다.

부동산 시장의 어려움 신탁 상품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며, 중국 그림자금융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중룽신탁은 2.9조 달러 규모인 중국 신탁업계에서 가장 큰 업체 가운데 1곳이다. 유즈트러스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까지 총 395억위안(54억달러) 규모의 하이일드 상품 270개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은 중룽신탁으로부터 야기될 수 있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TF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인민은행의 유동성 공급 조치, 그리고 추가지원 대기

중국 인민은행은 최근 각종 금리를 내리고 있으며, 공개시장운영에 있어서도 유동성을 풍부하게 공급해주고 있다.

최근 경제지표들이 예상을 밑돈 가운데 통화, 대출 관련 지표도 예상을 크게 밑돌자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 확대로 맞서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15일 7일물 RP 금리를 1.8%로, 1년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로 각각 10bp, 15bp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단기유동성지원창구(SLF) 1일물 금리는 2.65%로, 7일물은 2.8%로, 1개월물은 3.15%로 각각 10bp씩 낮췄다.

20일 발표되는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물 대출우대금리(LPR)도 인하될 가능성이 커졌다.

인민은행은 RP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주 유동성을 350억위안 순회수했지만, 이번주엔 이날까지 6,620억위안을 순공급했다.

■ 한국 외환시장의 주목

국내에서 중국 부동산 사태와 관련한 가장 민감한 곳 중 하나는 한국 외환시장이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오르는 데엔 미국 여파가 컸다.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예상보다 양호한 미국 경제지표 등이 달러의 위상을 더 높이면서 원화 가치를 낮췄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경제는 예상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 한국 원화 가치 하락을 압박하는 역할을 했다.

한국 돈 가치는 양쪽에서 가치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달리 엘리트 집단이 주도하는 중국 경제 당국이 자국 부동산 개발업체 문제를 어느 수준에서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심이다.

당장 금융시장에선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금리 인하라는 금리격차 확대 문제가 관심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미국 금리 추가 인상 포텐셜과 중국의 기정사실이 된 금리 인하는 일단 금리차를 확대할 수 밖에 없다"면서 "위안 약세와 외국인 자금유출이 더 이어질 수 있어 국내 시장도 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부동산 문제가 경기 반등을 제약할 것이라는 인식은 일반적이지만, 그 이상 기대(?)를 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평가도 보인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중국 문제는 결국 잘 해결될 것"이라며 "부동산 문제가 중국 경제를 지속적으로 억누를 수는 있지만, 중국경제 위기론으로 침소봉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