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6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중국의 부동산발 더블딥 우려...그리고 원화 약세 자극

  • 입력 2023-08-16 14:11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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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중국 지표들이 일제히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부동산 관련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생산, 소비, 투자 모두 전망을 밑도는 수치를 보여줬다.

중국 더블딥이나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인민은행이 긴급하게 금리를 내리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경기 반등에 얼마나 힘이 실릴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많다.

■ 부동산과 내구재 부진 속 떨어진 경기 활력

중국의 7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이는 예상치인 4.8% 증가를 크게 밑도는 결과다.

같은 달 산업생산은 3.7% 늘며 예상치(4.6%)를 하회했다. 1~7월 누적 고정자산 투자도 전년 동기에 비해 3.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역시 예상치(3.8%)에 미달하는 결과였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재화 소매판매와 부동산 투자가 특히 부진했다"면서 "재화 소매판매는 전년비 1.0% 늘어나는 데 그쳤고 일정 규모 이상 소매점 재화 매출은 0.5% 감소했다"고 밝혔다.

가전, 건자재, 자동차 등 내구재나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재화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최근 지표를 보면 제조업(4.3%)과 인프라(4.6%) 투자가 버티고 있지만, 투자 모멘텀이 빠르게 둔화되는 것 역시 부동산 투자나 거래 위축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이 연구원은 "7월 주택거래면적은 전년대비 25%, 착공은 27% 줄었다. 5~6월의 30% 감소에 비해선 나아졌지만 유의미한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주택 완공이 진행(+38%)되면서 입주가 수월해 진 점은 긍정적이나 착공과 건축 중 면적의 지속적인 감소는 부동산 투자 규모가 상당 기간 위축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경기 둔화, 그리고 저물가 흐름은 중국경제에 대한 기대치를 낮췄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모멘텀 둔화가 지속되면서 더블딥과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됐다"면서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역자산 효과로 소비회복도 미진하다"고 밝혔다.

■ 인민은행 긴급 등판과 추가 조치 예고...부동산 부진 속 경기반등의 한계

중국 경제지표가 예상을 밑도는 흐름이 지속되자 인민은행이 나섯다.

7월 지표에서 통화와 대출 관련 지표도 예상을 크게 하회하면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려 유동성 공급을 확대할 명분도 커졌던 것이다.

인민은행은 전날 7일물 RP 금리를 1.8%로, 1년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로 각각 10bp, 15bp 인하했다.

단기유동성지원창구(SLF) 금리도 인하했다. SLF 1일물 금리는 2.65%로, 7일물은 2.8%로, 1개월물은 3.15%로 각각 10bp씩 낮췄다.

인민은행 정책 오퍼레이션도 완화 쪽에 맞춰졌으며, 추가적인 금리 인하도 예상되고 있다.

이날 인민은행은 역RP로 2,040억위안, MLF로 4,010억위안 유동성을 공급했다. 만기 물량이 각각 60억위안, 4000억위안이었기 때문에 역RP로는 1980억위안, MLF로는 10억위안 유동성을 순공급해 총 1990억위안 유동성을 순공급했다.

이날 인민은행은 대기성 대출금리 인하도 발표했고 오는 20일 발표되는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물 대출우대금리(LPR)도 인하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당국의 조치에도 경기 회복은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가 많다. 역시 부동산이 문제라는 인식이 강하다.

김기봉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올해 중국 성장률이 부동산시장 부진으로 최대 1%p 낮아지고 정책재원이 부동산 부양에 소모되면서 사회불평등 해소 및 첨단산업 육성 등 핵심목표 추진에 어려움이 가중될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 중국의 위기 가능성?...현재로선 성급한 전망

중국 경기 부진과 관련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선 위기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그간 금융시장이 중국 위기론을 부추길 때 중국 당국이 이를 물리쳤지만, 이번 파고는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까지 보인다. 아울러 이런 평가엔 미-중 기술 패권전쟁까지 고려되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내수 부진과 대외 환경 우려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미국이 동맹국들을 규합해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 과거처럼 중국의 위기 극복 능력에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당장 중국 부동산 우려를 경제 위기로 연결짓는 것은 성급하다는 평가도 많은 편이다.

신승웅 연구원은 "리먼 사태와 달리 부동산 관련 파생상품이 매우 적고 금융기관의 손실 익스포저도 제한적인 수준"이라며 "신용위험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했다.

그는 "물론 부동산 기업의 자산매각 등 자구책을 통한 대응은 한계가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부재 시 부동산 디폴트 리스크는 지속될 것"이라며 "실물경기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지 못하면 중국 경기의 추가 위축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 계속되는 중국 부동산 우려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최근 각종 디벨로퍼들의 어려움과 관련된 소식들이 들려오면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완다그룹에 이어 최대 민영 디벨로퍼인 컨트리가든(벽계원)까지 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했다.

부동산 신탁사인 중룽국제신탁도 만기 상품의 대금 지급에 실패하면서 금융권으로 위기가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보인다.

컨트리가든에 이어 중룽신탁 문제까지 불거지자 주식시장 등 위험자산 시장들도 상당 부분 타격을 입고 있다.

그간 부동산 개발은 중국경제의 가파른 성장을 일선에서 뒷받침하는 동력이었다.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의 회전율은 높았고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2020년 들어 중국정부는 높은 레버리지 문제, 부동산 사이드에 대한 자원의 과도한 배분 등을 문제 삼으면서 정책 방향을 바꿨다.

지난해 헝다 사태나 최근 각종 디벨로퍼들의 위기는 상당부분 중국 정부가 초래하고 감수한 측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정부의 인위적인 정책 물꼬 돌리기가 만만치는 않은 분위기다.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부동산 업체들을 옥죄었지만 당국의 기대 대로 질서가 잡힐지 불확실성이 상당한 것이다.

이승훈 연구원은 "2013년의 그림자금융 위기는 2016년 디레버리징 캠페인의 계기가 됐고 2019년부터는 개발업에서 신탁대출 익스포저가 줄게 됐다. 여기에 2020년 레드라인 규제와 은행권 부동산 대출 상한제는 개발업체 타인자본 활용을 더욱 어렵게 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17년 부동산 투자재원의 30% 내외이던 선수금와 모기지 의존도는 현재 55%까지 상승했다. 이제는 집을 팔지 않으면 집을 짓기 어렵게 됐다"면서 "최근 부동산 거래가 다시 줄며 유동성 위기와 채무불이행 문제가 생겨나게 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부동산 업체에 돈을 댄 해외 투자자들을 의심스런 눈으로 보기도 한다.

블랙록은 3억5,850만달러 규모의 컨트리가든 달러화 채권을 보유 중이라고 밝혔고, 알리안츠는 3억 100만달러를 갖고 있다고 공시한 바 있다.

■ 원화 약세 자극하는 위안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중국 부동산 디폴트와 관련한 리스크는 지속될 수 있다.

이 문제는 당연히 중국 실물경기 반등을 제약할 수 있다.

국내에선 중국 경기 우려로 인한 위안화 약세가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상황에도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중국은 경기 부진 속에 금리를 내리고 있어 달러에 대한 위안화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정치국 회의를 통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공식화한 상태다.

미중간 통화정책 디커플링 등으로 이미 역외 달러/위안 환율은 7.3위안까지 뛰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 당분간 위안화 약세 흐름이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 달러/원 환율의 상승 압력도 이어질 수 있다.

김기봉 연구원은 "위안화는 당분간 약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부동산이 중국 시스템 위기로 번지지는 않겠지만 신용리스크 확대, 정부 재정악화 등으로 전이되면서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1년내 회사채 만기도래분의 약 45%가 부동산 관련 업종이며 주요 개발기업들의 단기부채 대비 현금비율도 크게 낮아져 신용등급 하, 디폴트 등이 우려된다"면서 "정부수입의 약 20%를 차지하는 토지매각수입이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감소하고 부동산부양 지출도 커지면서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악화된 지방정부 재정우려가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역외 하이일드 채권 디폴트율이 부실기업 등을 중심으로 약 30%에 달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 통화정책이나 증권시장에 얽혀 있는 부동산 관련 투자금 문제 등은 위안화 추가 약세에 힘을 실어줄 수 있으며 이는 위안화와 얽혀서 움직이는 원화에도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예상을 웃도는 미국 지표와 예상을 밑도는 중국 경제지표, 예상보다 길어줄 수 있는 미국 고금리 환경과 금리 인하 흐름을 이어가야 하는 중국 통화정책 환경 등은 상당부분 위안화 프락시 성격을 갖는 원화에도 자극이 된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1,330원대 후반까지 뛰어 이달 들어 60원 넘게 속등한 상태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달러/원 환율 상승엔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나 미국채 금리 상승 등 미국 요인이 컸다. 이란 동결 자금 해제로 달러 수요가 커졌던 부분 역시 미국 요인"이라며 "여기에 지금은 G2 통화정책이나 경기 격차 확대로 달러/원 환율 상승 압력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료: 신한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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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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