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6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 PPI가 안겨준 혼선...재부각된 물가 경계감 vs 경계감의 한계

  • 입력 2023-08-14 11:16
  • 장태민 기자
댓글
0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 PPI가 안겨준 혼선...재부각된 물가 경계감 vs 경계감의 한계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주 미국에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을 밑돈 뒤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전망을 웃돈 것으로 나타나 혼선이 빚어졌다.

PPI가 PCE 물가와 소비자물가에 전이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예상을 웃돈 PPI는 물가 상승률 둔화에 무게를 싣고 있던 사람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예상보다 낮게 나온 CPI 발표에도 불구하고 국채 발행 확대에 따른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미국채 시장은 PPI가 예상을 웃돌자 물가에 대해서도 재차 긴장했다.

■ 예상 웃돈 PPI, 최근 물가지표들이 안겨준 기대감에 생채기 내

11일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7월 PPI는 전년 대비 0.8% 상승해 예상치(+0.7%)를 상회했다.

전월 대비로는 0.3% 올라 시장 예상치(0.2%) 웃돌았다.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7월 근원 PPI는 전년 대비 2.4% 올라 예상치(+2.3%)를 상회했다. 근원 PPI는 전월 대비로도 0.3% 상승해 예상치(+0.2%)를 웃돌았다.

예상을 웃돈 PPI는 서비스에 기인했다. 서비스 물가가 전월비 0.5% 상승해 2022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식품 물가는 최근 3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이다가 7월 0.5% 상승해 연율로 환산한 수치는 6.3% 상승했다.

생산자 물가의 서비스 쪽 오름세가 눈에 들어온 가운데 원자재, 운송 수요가 비용을 높여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란 걱정이 생겨났다.

특히 근원 PPI가 올해 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자 물가압력이 여전하다는 인식을 키워 연준의 추가 긴축 위험 요인이란 지적도 나왔다.

한편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3.2% 상승해 시장 예상(+3.3%)을 소폭 하회한 바 있다. 7월 근원CPI는 전년 동월 대비 4.7% 상승해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해 시장 전망(4.7~4.8%)과 비슷하거나 소폭 하회했다.

최근 CPI 둔화가 채권시장에 안도감을 선사했지만 미국채30년물 입찰 부진에 의해 훼손된 바 있다. 이후 PPI 쪽에선 아직 통화정책과 관련해 경계감을 풀 때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시켜 준 셈이다.

■ 예상 웃돈 PPI, 물가 우려 과장 필요 없다는 지적도

다만 전체적으로 미국 물가는 둔화세이며, PPI가 예상을 약간 웃돈 데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관점도 보인다.

PPI가 발표된 뒤 연준이 서비스물가 상승이 계속될지와 관련해 관련 수치들을 보다 면밀히 주시할 수 밖에 없게 됐지만 기대 인플레는 둔화세를 이어갔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3%으로 높은 휘발유 및 식료품 비용에도 불구하고 전월(3.4%) 대비 하락하면서 2년래 최저치 경신했다.

5~10년 기대 인플레이션도 2.9%로 전월(3%) 대비 둔화됐다.

미시간대는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3개월 연속 현저한 안정세를 보였으며 물가 안정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강화됐다"고 해석했다.

PPI가 물가에 대해 안도하던 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었지만 우려엔 과장이 적지 않게 섞여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우선 "물가가 헤드라인의 기저효과 마무리로 전년대비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도 재차 80달러/배럴을 상회한 가운데 생산자물가가 반등하면서 후행적으로 소비자물가에도 반영될 수 있어 부담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임 연구원은 "생산자물가가 반등한 이후 7~11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또한 PCE 디플레이터 내에서 헬스 케어 및 금융관련 서비스부문 중 생산자물가의 지표를 활용해 반영한다"면서 "PCE 내에서 생산자물가 지표가 반영되는 비중은 전체의 20.7%"라고 밝혔다.

그러나 연준이 더 중시하는 PCE 물가에 미치는 파급 효과엔 제한이 있으며, PPI 지표를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7~11개월의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가 반영되는 소비자물가와 달리 PCE와 생산자물가 간의 시차는 1~2개월로 거의 크지 않다. 이번 달과 다음 달 나오는 PCE 지표는 반등하겠지만 추세적으로 PPI가 반등하지 않는다면 PCE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생산자물가는 반등했지만 생산자물가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항목들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 예상 웃돈 PPI, 정책금리 전망 기대 움직이는 데엔 한계

미국의 예상을 밑돈 CPI 발표 후 PPI가 전망을 웃돌았지만 연준 정책금리 전망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시장은 여전히 금리인상이 '이미 끝났을 확률'을 높게 본다.

CPI와 PPI의 다른 행보에도 불구하고 금리선물 데이터나 투자자들은 9월부터 계속해서 연방기금금리가 동결되다가 인하될 것으로 본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그간 공격적으로 금리 올렸기에 시장에선 '금리를 충분히 올릴 만큼 올렸다'는 인식이 강하다. 기준금리 자체가 주요 물가지표들을 압도하는 수준으로 높아진 만큼 컨센서스 변화가 없다"며 "아울러 최근 물가 흐름은 시장 전망과 대체로 일치하거나 하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PPI 영향이 제한됐다"고 평가했다.

전반적인 물가 둔화 흐름 속에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 역시 이전보다 상당히 누그러져 일부 물가지표의 예상을 웃돈 수치를 두고 긴축 기대 강화로 연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보인다.

이런 사람들은 PPI 반등이나 다시 80불을 넘어선 국제유가 등을 감안할 때 물가 우려가 재차 커질 수 있다는 시각이 있음에도 이미 판이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연준 인사들의 발언은 한층 완화적으로 변했다. 보스틱, 굴스비, 바킨, 윌리엄스, 하커 등의 발언이 이전에 비해 많이 누그러졌다"면서 "물가 안정 흐름 속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연준 내 비둘기들의 날갯짓이 더 소란스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시장이 아직 악재에 민감하고 이번주 발표될 FOMC 의사록에 불확실성이 있으나 시간이 해결해 줄 이슈"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1일 4.39bp 오르면서 4.15%를 넘어선 뒤 아시아 시장에서도 오름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국채2년물과 5년물도 지난 금요일 5.51bp, 7.62bp 상승한 뒤 상승 흐름을 나타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