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7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 국채발행 확대와 CPI가 일으킨 변동...그리고 한국의 경우

  • 입력 2023-08-11 14:21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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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 국채발행 확대와 CPI가 일으킨 변동...그리고 한국의 경우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을 하회했지만 미국채 금리가 급등한 것은 국채30년물 입찰 부담 때문이었다.

물가 상승률 둔화 흐름이 '추가인상 없이' 내년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을 높여주는 듯했지만, 3년과 10년 국채 입찰을 양호하게 치러낸 입찰이 약간 어려움을 겪자 금리가 튀었다.

국내시장에선 외국인이 3년 만기 선물 중심으로 매도에 열을 올렸으며, 이에 따라 국내 플레이어들은 저가 매수를 위한 매입 금리 호가를 높였다.

미국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된 것같다는 평가들도 이어졌지만 미국채 시장이 수급 부담에서 해방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시장도 경계감을 높였다.

■ 예상치 밑돈 美 CPI...잘 나다가 암초 만난 국채 발행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3.2% 상승했다. 이는 시장 예상(+3.3%)을 소폭 하회한 것이다. 전월 대비로는 0.2% 상승해 예상에 부합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물가를 제외한 7월 근원CPI는 전년 동월 대비 4.7% 상승했다. 이는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시장 예상치인 4.7~4.8%와 같거나 소폭 하회한 수치였다. 전월 대비로 0.2% 상승해 예상에 부합했다.

하지만 이번주 예상보다 무난하게 진행되던 국채 발행이 약간 삐끗하면서 금리가 튀었다.

이번 주엔 신평사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이표채 발행을 확대한 뒤 처음으로 국채 입찰이 실시됐다. 입찰은 일각의 우려에 비해 꽤 우호적으로 진행됐다.

국채3년 발행 규모는 420억달러로 지난달보다 20억 달러가 늘었으나 응찰률은 2.90배를 기록하면서 지난달(2.88배)과 최근 3개월 평균(2.84배)보다 수요가 많았다.

이달 380억달러 발행으로 지난달보다 60억달러가 증가하면서 우려가 커졌던 10년물 입찰에선 응찰률이 2.56배를 기록해 지난달(2.53배)과 최근 3개월(2.45배)을 상회했다.

발행 확대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잘 받아내자 안도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도 시장에선 30년 입찰까지 보고 수급 분위기를 판단해야 한다는 반론도 존재했다.

그리고 10일 시장에 우호적으로 발표된 물가 이후 진행된 30년 국채 입찰에선 상황이 지난 번 입찰과 같지 않다는 점이 드러냈다.

■ 미국채 금리 급등은...수급 대치 국면에서 변동성 커진 것

미국채30년 입찰에선 응찰률은 2.42배를 기록해 지난달(2.42배)과 최근 3개월(2.46배)보다 나을 게 없었다.

30년 국채 입찰이 3년, 10년 입찰과 달리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국채 금리는 일제히 상승폭을 확대하면서 튀어올랐다.

사실 이번주 1,030억달러(3년 420억달러, 10년 380억달러, 30년 230억달러) 입찰을 앞두고 투자자들은 장기물에 대해 대립된 포지션을 취한 바 있다.

헤지펀드 등은 입찰을 통한 장기채 약세에 무게를 두는 포지션을 잡았다. 반면 자산운용사 등에선 장기채 위주로 강세가 진행될 수 있다면서 기꺼이 헤지펀드의 반대편에 섰다.

30년 입찰 과정에서 롱 포지션 쪽이 청산을 택하자 금리가 튀었다.

10일 미국채10년물 금리는 9.61bp 급등한 4.1082%, 국채30년물 수익률은 8.07bp 뛴 4.2543%를 기록했다. 이는 3.36bp 올라 4.8332%를 기록한 2년 구간보다 상당히 큰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CPI 상승률이 예상치 이하로 나와 하락 압력을 받았던 금리가 튀어오르자 그 여파는 다른 시장으로 번졌다.

뉴욕 주가지수는 예상을 밑돈 CPI 발표에 1% 이상 뛰면서 랠리를 구가하는 듯 하다가 강보합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52.79포인트(0.15%) 오른 35,176.15, S&P500은 1.12포인트(0.03%) 상승한 4,468.83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 역시 CPI 둔화에 하락하다가 금리 오름세에 상승 전환해 전장 대비 0.14% 높아진 102.64을 기록했다.

■ 국내도 비슷한 수급 충격 맞을 수 있을까

이달 2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의 전년비 상승률은 2.3%였다. 이는 25개월만의 최저치였다.

국내 CPI 상승률은 1월 5.2%,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6월 2.7%로 빠르게 둔화된 뒤 7월엔 2%대 초반 수준까지 내려온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 물가 모두 이제 '기저효과'의 혜택을 이전만큼 누리지 못한다.

이달 초 CPI가 발표된 뒤 한은은 "8월부터 물가가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무튼 한국과 미국 모두 최근까지 둔화된 물가로 인해 금리 추가 인상의 필요성이 많이 희석됐다.

다만 물가는 둔화됐지만 미국에서 국채발행이 늘어나 채권시장이 긴장한 것과 같은 일이 한국에선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선 여전히 야당이 추경 실시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도 "한국은 국가부채 비율은 낮고 가계부채 비율은 높다"면서 지금이라도 추경을 편성할 것을 촉구했다.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35조원 추경을 주장했던 이 대표의 이런 발언은 새삼스럽지 않다. 중요한 것은 추경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정부와 여당의 일관성이 유지되느냐다.

올해 1분기 세수가 작년보다 크게 덜 걷힌 것으로 나타나자 채권시장에서도 하반기로 가면 어쩔 수 없이 추경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거듭된 '추경 부적절' 입장에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정부가 추경 없다고 여러차례 말한 덕에 이젠 추경 없는 것으로 믿게 됐다. 만약 야당 말대로 추경을 하게 되면 국내 채권시장도 미국처럼 수급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 일드 커브 스팁 관점들

미국에서 일드 커브 스팁 세력과 반대 세력이 맞서 변동성이 커졌던 가운데 국내에선 보다 안전한 영역으로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또 미국 상황이나 혹시 모르는 추경, 그리고 금리 레벨 메리트까지 감안해 짧은 구간이 낫지 않느냐는 평가도 보인다.

B 증권사 관계자는 "금리가 많이 밀려 레벨이 다시 좋아졌다. 하지만 글로벌 장기채 수급 불안으로 스팁이 더 이어질 수 있어서 조심스런 면이 있다"면서 "반면 2년 이하는 부담 없이 매수해도 좋은 레벨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C 운용사 매니저는 "국내는 미국만큼 스티프닝이 뚜렷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3년 이하 금리가 메리트가 있다. 단중기 구간 금리 강세 트라이가 보다 편안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7월 CPI가 예상에 부합했지만 30년물 입찰 결과가 다소 부진해 장기 금리 상방 압력이 아직 잔존한다"면서 "미국 채권시장의 베어 스팁 흐름이 추가로 진행될 수 있고 한국도 이에 연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각국 금리인상이 끝 지점 근처로 왔지만 물가가 오름폭을 다시 확대할 수 있는 구간으로 들어선 점, 수급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길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장기 쪽을 노려봐도 좋을 것이란 평가도 보인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연준 등 중앙은행의 긴축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나타난 미 국채의 공급 압력은 채권 시장의 부담 요인이며, 국내에서는 태풍 피해 등으로 추경에 대한 논의가 나타날 수 있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금리인하 시기도 멀어지고 있다. 1년 미만 단기물을 이용한 투자 혹은 내년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장기물에 투자하는 게 좋아 보인다. 바벨 전략을 추천한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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