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7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국, 중국, 유럽의 안전자산선호 부추긴 요인들

  • 입력 2023-08-09 11:0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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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무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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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근 글로벌 안전자산선호나 통화긴축 종료를 부추기는 요인들이 부각됐다.

우선 미국에선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에 이어 무디스가 중소은행들의 등급을 낮췄다. 일부 큰 은행들에 대해서도 강등을 경고했다.

이탈리아에선 횡재세가 '깜짝' 등장했다.

은행 초과이익의 40%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횡재세(windfall tax) 도입이 발표된 것이다.

중국에선 수출 부진과 함께 부동산 업체에 대해 우려할 만한 소식이 들려왔다.

전날 중국 해관총서는 7월 수출이 전년 대비 14.5%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예상치(-12.5%)를 밑돈 것이며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중국에선 또 부동산 개발업체 벽계원이 달러채 이자를 상환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투자자들 사이엔 다시금 고금리의 부작용에 인식이 강화돼 안전자산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 등이 주목된다.

■ 3월 SVB 기억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무디스의 은행 신용등급 강등

최근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각종 논란을 부른 가운데 이번엔 무디스가 은행들에게 경고장을 배달했다. 신평사 무디스는 미국 중소은행 10곳 신용등급을 하향하고 대형은행 강등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무디스는 M&T뱅크, 피너클파이낸셜, BOK파이낸셜, 웹스터파이낸셜 등 10개 지역은행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이 은행들의 경우 예금 감소 위험과 경기침체 가능성, 보유 상업부동산 가치 하락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뱅크오브뉴욕 멜론, US 뱅코프, 스테이트스트리트, 트루이스트 파이낸셜, 노던 트러스트 등 대형 은행들의 신용등급도 강등 검토 대상으로 올렸다.

캐피탈 원 파이낸셜, 시티즌스 파이낸셜, 피프쓰 써드 뱅코프, PNC 파이낸셜 서비스 등 11개 은행에 대해서는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무디스는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진 상황에서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를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그간 많이 회자됐던 '고금리 속 미국경기 둔화 시 상업용부동산 문제 확대' 가능성을 등급 경고의 이유로 제시한 것이다.

올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의 파산이 금융시장에 큰 변동성을 초래한 가운데 무디스는 아직 은행권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다수 은행이 실적 압박에 직면하면서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무디스는 다만 상업용부동산 불확실성, 오피스 빌딩 수요둔화, 규제 강화 여파, 고금리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을 등급 강등이나 전망 하향의 이유로 내세우면서도 "미국 은행 시스템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평가도 빠뜨리지 않았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피치가 미국 국가등급을 내리면서 논란을 부른 가운데 무디스가 은행들의 등급을 낮추면서 위험 신호등이 다시 켜졌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무디스가 미국 은행들의 등급을 내리면서 다시금 3월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그간 회자되던 상업용부동산을 신평가가 문제삼은 만큼 추이를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중국, 경기 회복세 한계와 계속되는 부동산 관련 우려

중국 해관총서는 전날 7월 수출이 달러화 기준으로 전년 동월보다 14.5%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예상(-13.2%)을 밑도는 것으로 2020년 2월 이후 최대 감소폭이었다.

7월 수입은 전년비 12.4%로 하락해 역시 예상치(-5.6%)를 밑돌았다.

중국은 2분기 대내외 수요 부진으로 경기 회복세가 완만한 수준에 그쳤다.

최근 중국 정부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여러가지 정책을 내놓고 있으며,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자동차, 부동산 그리고 서비스 부문 소비를 늘리겠다는 당국 발표에도 불구하고 큰 기대감은 보이지는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날 국내시장엔 중국 유명 부동산 개발업체가 이자를 제대로 갚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벽계원이 7일 만기가 도래한 액면가 10억 달러화 표시 채권 2종의 이자인 2250만 달러를 미납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완다그룹에서 부패 때문에 류하이보 부총재를 비롯한 간부들이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날 발표된 중국 물가는 경기 둔화에 힘을 실어줬다.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비 0.3% 하락해 예상(-0.4%)을 상회했다. 전월비로는 0.0% 보합이었다.

예상보다 덜 빠지긴 했지만 중국 CPI 상승률은 2021년 1월의 -0.3% 이후 2년 6개월만에 최저치다.

중국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비 4.4% 하락해 예상(-4.1%)보다 더 둔화됐다. 중국 PPI는 계속해서 마이너스 흐름을 보이는 중이다.

■ 이탈리아의 횡재세 도입

이탈리아는 은행의 초과이익 40%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횡재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탈리아는 각료회의에서 1년 한시로 이 세금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2021~2022년 순이자소득 3% 초과 증가, 2022~2023년 순이자소득 6% 초과 증가라는 기준 중 하나를 선택해 초과이익을 계산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정치권은 금리 인상시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빨리 올리고 예금금리는 찔끔 인상하는 점을 문제삼았다.

국내에서도 민주당을 중심으로 은행, 정유업체 등에 대해 횡재세를 물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번 이탈리아 은행에 대한 횡재세 결정으로 은행들의 부담이 20억~30억유로 가량 늘어날 것으로 봤다. 우리돈 3~4조원 내외의 세금을 더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다만 이탈리아 정부의 이런 발표는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아무튼 이 결정은 주식시장에서 이탈리아 은행주를 넘어 독일 은행주에까지 영향을 줬다. 주가 하락과 함께 안전자산선호에 보다 힘을 실어줬다.

독일 주가가 1% 넘게 하락하는 등 위험자산이 타격을 입었으며, 유로존 국가들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0bp 넘게 급락하면서 국채시장이 랠리를 벌였다.

■ 국내 금융시장 반응은...

간밤 글로벌 안전자산선호가 강화됐지만, 국내 주식시장은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반발 매수 등으로 1% 남짓 올라 2,600선으로 올라왔다.

채권시장은 전날 막판 미국, 중국, 독일 재료 등을 바탕으로 가격 오름폭을 급격히 확대한 탓에 장 초반의 추가 강세 시도가 잘 먹히지 않아 되밀렸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해외 시장에서 안전자산선호가 강화됐지만 국내 주가는 최근 낙폭에 따른 저가매수로 올라왔다. 채권은 주가 강세와 전날 호재 기반영으로 더 강해지는데 한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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