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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세제개편과 배당소득이 이끌어낸 한국 경상수지 흐름의 큰 변화

  • 입력 2023-08-08 13:5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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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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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올해 6월 경상수지가 58.7억달러 흑자를 시현했다. 이는 작년 6월 이후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라 수입 규모는 더 크게 줄어들면서 흑자폭이 커진 것이다.

수출입 모두 줄어든 상황에서 나온 흑자여서 언론들이 불황형 흑자라고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한은은 "어려운 대외여건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6월 국제수지 설명회에서 "상반기 경상수지가 당초 우려에 비해선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고 소개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본원소득수지는 경상수지 구도에 있어서 큰 변화를 가져왔다.

■ 일단 당분간 경상수지 흑자 흐름

6월 경상수지는 58.7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5월(19.3억달러 흑자)보다 흑자 규모가 약 40억달러 늘어난 것이다.

서비스 적자폭이 전월에 비해 확대되긴 했지만 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가 흑자폭을 확대한 영향이 작용했다.

상품수지는 흑자 규모가 전월 18.2억달러에서 39.8억달러로 확대돼 지난 4월 이후로 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4.4억달러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248.7억달러보다 224.3억달러 감소한 것이나 2분기의 선전을 통해 흑자를 기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한은은 경상수지 흐름이 예상했던 것보다 낫다면서 하반기 첫 달인 7월도 경상 흑자가 거의 확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신승철 국장은 "상반기 흑자 24.4억달러는 5월 조사국 상반기 전망치를 상회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7월에도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일 것"이라며 "서비스 수지는 적자를 이어가겠지만 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가 이를 상회해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대외 여건 불확실성 많아서 연간 전망치 달성 여부에 대해선 예단이 어렵다"면서 전망에 대해선 조심스러워했다.

■ 본원소득수지의 힘

경상수지가 흑자로 돈 데는 상품 수지가 개선되는 가운데 본원소득수지가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상품수지 흑자규모는 5월 18.2억달러에서 6월 39.8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1분기 부진으로 인해 상반기 전체 상품수지는 34.7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6월과 비슷한 성과가 한 번만 나면 연초 후 상품수지도 흑자로 돌 수 있다.

서비스수지는 적자 흐름을 기록 중이다. 5월 9.1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뒤 6월엔 적자규모가 26.1억달러로 커졌다. 상반기 서비스수지 적자는 119.3억달러에 달한다. 상반기에 월평균 20억불 정도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여름 휴가철이나 해외 여행 등을 감안할 때 7월 적자 역시 불가피하다.

하지만 서비스 쪽의 적자를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메워주고 있다.

본원소득수지는 5월 14.2억달러 흑자에 이어 6월엔 3배 이상인 48.5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본원소득수지는 상반기 중 194.9억달러의 흑자를 나타냈다.

올해 상반기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를 크게 웃돌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구도가 올해 경상수지 상의 상품수지 부진을 메워줬다. 최근엔 상품수지 흑자가 이어지면서 전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더 커졌다.

본원소득수지 흑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업들의 배당소득이다.

이는 제도 개편과 관련이 깊다.

■ 정책변화의 임팩트...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이 경상수지 받치는 구조

배당수지 흑자가 대폭 늘어난 데엔 정책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올해부터 정부는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과 관련해 현지에서 세금을 낸 경우 국내에서 과세하지 않는 식으로 법인세 체계를 바꿨다.

올해 상반기 투자소득은 204.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합친 것으며 배당소득이 159억달러, 이자소득이 45억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투자소득(배당소득+이자소득)은 62.1억달러를 기록해 작년에 비해 229%나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지난해 상반기 58.4억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194.9억달러로 234%나 늘어났다.

올해 들어 국내 대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국내로 송금하는 배당금이 늘면서 경상수지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기재부는 우리 기업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에 대한 비과세율을 95%로 규정했다. 나머지 5%에 대해서만 법인세를 부과하도록 세제를 바꿨다. 현대차가 올해 본사로 송금하기로 한 59억달러 중 56억달러가 비과세 대상이 된다.

외국인의 한국 여행보다 한국인의 해외 여행이 언제나 큰폭의 우위여서 서비스수지는 적자를 보곤 하지만, 올해 제도 변화로 본원소득수지에 큰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법인세법 개정 이후 현대차, 삼성전자 등의 해외법인 소득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어려운 경상수지의 빈틈을 메웠다.

올해는 상반기에 벌써 본원소득수지 흑자규모가 200억달러에 육박한다. 따라서 연간으로는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300억불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지난 2009년 해외 자회사 국내 배당에 비과세 혜택을 준 뒤 배당금 환류 규모를 2배 이상으로 늘린 바 있으며, 지금은 한국이 그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해외 자회사 배당금에 대한 익금불산입 제도가 경상수지 흐름을 크게 바꾼 셈이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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