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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고용이 안겨준 긴축종료 기대감...시장에서도, 연준에서도 관점차이는 지속

  • 입력 2023-08-07 10:5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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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의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18.7만개 증가했다. 이는 예상치(20만개)를 하회하는 수준이었다.

특히 6월 수치도 20.9만명에서 18.5만명으로 하향 수정되면서 고용 증가세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평가들을 끌어내기도 했다.

예상을 밑돈 고용 헤드라인과 이전 수치의 하향 조정 등은 긴축 우려를 누그러뜨리고 연준의 9월 금리 동결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쪽에선 경기 냉각 시그널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CME 페드와치의 9월 금리인상 확률은 10%대 정도에 그친다.

■ 美 고용 해석 분분...임금을 보면 안심 이르다?

노동시장의 양호한 흐름이 완화된 뒤 9월 금리 동결 등 연준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임금 상승 확대 등을 미섬쩍어 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7월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4.4% 올랐다. 이는 예상치(0.3%, 4.2%)를 웃도는 상승이었다.

고용 헤드라인 수치가 낮아졌지만 임금 상승을 경계하는 시각은 여전했다.

LPL파이낸셜은 "노동시장 호조가 약화된 것은 분명하지만 임금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섣불리 금리 인상 종료를 기대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채 시장 금리가 급락했지만 주식시장은 고용 둔화를 큰 호재로 삼지 못했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3.32bp 급락한 4.0439%, 국채2년물 수익률은 10.44bp 속락한 4.7787%를 나타냈다.

반면 금요일 뉴욕 주식시장의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50.27포인트(0.43%) 하락한 35,065.62, S&P500은 23.86포인트(0.53%) 떨어진 4,478.03를 기록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뉴욕 주가는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을 밑돌았지만 임금 상승 속도가 예상을 웃돈 영향도 주목했다"면서 "아직 긴축에 대한 우려에서 못 벗어난 것"이라고 했다.

■ 고용 둔화 맞긴 한데...관점 따라 조금씩 다른 해석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페이롤을 보면 취업자수는 최근 들어 구인건수가 늘고 있는 몇 개 업종(도매, 정부, 교육, 건설)을 제외하고는 고용증가폭이 줄거나(레저/여가) 감소(IT)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시직/일용직 고용이 6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 눈에 띈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노동시장 다운턴의 선행지표였으며 기업들의 적극적 고용 의지가 후퇴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고 했다.

시간당 임금상승률이 4.3~4.4%를 유지하는 것은 과거 저임금 일변도의 취업자수 증가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금융시장은 시간당 임금에 주당 근로시간과 취업자수를 곱한 총노동소득 proxy를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를 기준으로 보면 6월 대비 명백히 상승세가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 고용 둔화 추세에도 대체로 상황이 나쁘지 않는 데다 연준이 고금리를 유지할 명분을 크게 낮췄다고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대두된다.

작년부터 이어진 고강도 긴축 정책과 리오프닝에 따른 이연수요 약화 영향에 고용 둔화 추세가 확인됐지만, 이런 변화에 얼마나 비중을 둬야 할지, 또 이 변화가 통화 완화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관점이 다르다.

임환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용시장 선행지표로 알려진 주당 근로시간이 34.3시간으로 감소하면서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다. 헬스케어 등 일부 업종에서 나타난 고용 호조는 병원 및 외래 진료 등 진료 서비스가 늘어난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미국에서 인프라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건설 고용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전체 고용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로 작다.

임 연구원은 그러나 고용 증가세 둔화에도 장기 평균(+15만명)을 상회하고 있어 타이트한 노동 수급 환경은 지속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핵심 연령층(25~54세) 경제활동참가율은 83.4%로 코로나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노령층 이탈로 인해 노동 공급 부족이 초래된 만큼 단기간 공급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결국 노동 수요가 평균 이하로 떨어져야 수급 불균형 완화에 따른 임금 안정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7월에도 고용 둔화 흐름이 나타나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낮은 실업률이 이어지고 있고 일부 섹터에서 고용 호조와 임금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연준은 현재의 고금리 기조를 연말까지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 연준도 물가 둔화 긍정...고용-금리정책 관련 시각차 이어져

연준 내 비둘기파로 자리매김한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은 총재는 고용지표가 나온 뒤 "추가적인 금리인상은 필요없다"고 주장했다.

보스틱은 "미국경기가 상당히 안정적인 속도로 둔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7월 비농업 고용도 이러한 안정된 둔화세를 이어갔다. 이런 흐름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은 현재 제약적인 기조에 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함에 따라 인플레와 금리간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제약도가 더욱 강해져 미국 경제를 충분히 제약할 수 있고 경기 둔화세는 지속될 것이다. 다만 이러한 흐름은 2~3개월 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연준은 2024년까지 제약적인 영역에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치 2%로 향하는 궤도에 있으며 기준금리를 장기간 현 수준에서 유지한다면 2%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추가적인 금리 인상은 필요 없다고 보지만, 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할 때 물가가 목표수준에 근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속한 금리인하와도 선을 긋고 있는 셈이다.

연준 내 금리 추가 인상 목소리도 여전하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5일 캔자스뱅커스협회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을 FOMC의 목표 수준인 2%로 낮춰가기 위해서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듯 하다"고 말했다.

물가 오름세가 둔화하고는 있지만 디스인플레이션 관련한 더욱 많은 증거를 보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인플레이션이 2% 목표 수준까지 의미있는 수준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지속된 증거를 원한다. 또한 소비자 지출이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와 노동시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 등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아무튼 미국이 금리를 적극적으로 올려야 할 유인은 줄어들었다.

미국 통화당국자들 사이엔 안정적인 인플레 둔화를 위해 '고금리 유지 기간'에 초점을 둬야한다는 평가도 보였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정책 담당자들은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과정에서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연준이 리세션을 야기하지 않으면서 2% 목표 수준까지 인플레이션이 낮출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은 조만간 금리를 언제부터 동결하고, 또한 얼마나 오랜 기간 동결 기조를 유지할 지를 생각하는 것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금리 고점에 대한 논의나 몇 차례 더 금리를 높여야 하는가라는 논의를 하기보다는 현재 올라온 금리 수준을 언제까지 유지할 지를 생각하기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세를 보이는 가운데 기준금리를 5.25%, 5.5% 혹은 5%대에서 유지하면 이는 제약적인 환경에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즉 동결 기조를 유지하는 일 자체가 제약성을 높여가는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편 최근 지속된 물가 둔화 흐름에도 불구하고 그간 인플레가 정책당국의 기대만큼 약화되지 않았다는 평가는 아직 상존하고 있다. 따라서 미래를 예측하는 데 보다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입장도 보인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미국의 연착륙 가능성이 커졌지만 인플레이션이 재가속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없다"고 했다.

한편 이번주엔 물가지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고용이 안겨준 긴축종료 기대감...시장에서도, 연준에서도 관점차이는 지속이미지 확대보기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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