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6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수급 부담과 한·미·일 채권시장의 약세 공조

  • 입력 2023-08-04 11:27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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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1시19분 현재 국채금리와 국채선물,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1시19분 현재 국채금리와 국채선물,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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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수급 부담에 4일 연속 오르면서 4.2%에 육박했다.

투자자들 사이에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 금리 상승세에 당혹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미국에선 입찰이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미국에선 오는 8일 3년물 420억달러, 9일 10년물 380억달러, 10일 30년물 230억달러 입찰이 예정돼 있다.

만기 840억달러 수준보다 20% 이상 많은 규모에 투자자들이 경계할 수 밖에 없었다.

■ 미국...결국 물량에 장사 없다

지난 5월에 발표한 미국 재무부의 3분기 차입 계획은 7,330억 달러였다.

하지만 차입이 늘어날 수 있다고 하자 시장은 8~9천억달러 규모의 차입을 예상했다.

이후 재무부의 7~9월 차입 계획이 1조 7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시장은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당초 계획이나 최근 추정치 등을 훌쩍 넘는 3분기 역대 최대규모의 차입이 발표되자 국채 장기물 시장 중심으로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6월 국가 부채한도를 높이고 정부의 채무 불이행을 방지하는 법안에 서명한 뒤 재무부는 1년 이하의 짧은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왔지만 이런 흐름을 계속 이어갈 수는 없었다.

결국 3분기 차입규모가 대폭 늘어나자 시장 금리는 최근 장기물 위주로 이를 빠르게 반영했다.

지난 28일 3.95% 수준이던 미국채10년물 금리는 4일 연속으로 올라 3일 현재 4.1771%로 올라왔다.

이 수준의 미국채 금리는 작년 11월 7일(4.2135%)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최근 4일간 미국채10년물 금리는 20bp 이상 오른 것이며, 3일엔 9.15bp 상승했다.

■ 한국...채권시장의 한·미·일 약세 공조

미국 일드 커브가 서자 한국 일드 커브도 서고 있다.

국내 시장의 금리 레벨이 높아졌지만 계속해서 대외 변수에 크게 휘둘리는 중이다.

미국의 수급 부담이 한국의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 가운데 일본 요인도 금리 상승을 자극했다.

최근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이 지원하는 채권 약세의 길을 한국이 따라가고 있다. 채권시장에 한·미·일 약세 공조가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 국채금리는 지난달 27일 0.4358% 수준이었으나 다음날 BOJ가 YCC 정책을 바꾸자 급등했다.

결국 금리가 0.65%에 도달하자 일본은행이 다시 개입해 금리가 너무 급하게 뛰는 것을 제어했다.

미국에선 재무부가 빚을 늘리면서 금리를 띄웠고, 일본 채권시장에선 가장 힘센 참여자인 BOJ가 일단 시장금리를 올려본 뒤 상승속도 조절을 위해 채권을 샀다.

■ 국내 투자자들 "美·日 요인에 일단 어쩔 수 없다"...다 온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시장금리가 상정했던 박스권 상단 이상으로 쭉쭉 올라가자 국내 투자자들은 당혹해 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도 내놓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미국 금리가 오를 때 3.6%, 3.8%, 4.0% 등을 상단이라며 저가매수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지만 어느 새 4.2% 근처로 와 있다"면서 "지나친 흐름으로 보이지만 그간 전망이 늘 틀려왔으니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미국 수급 이슈 등 외부 변수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있다. 일본은행도 변신했다"면서 "일본 금리가 계속 오르면 이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이 정도 레벨까지 올라왔으면, 거의 다 온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금리 레벨 메리트엔 공감하고 있으나 해외 변수를 여전히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아울러 지금은 고용지표 확인 심리도 강하다.

C 증권사 딜러는 "미국 금리가 많이 뛰었지만, 일단 미국 고용지표를 확인해야 방향이 나올 것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 숏커버를 채권 매도로 대응하는 창의적인 전략 같은 것도 후퇴해야 좀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최근 금리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손실이 커진 데다 외국인 선물 매매가 두려워 국내 채권 투자자들의 의욕이 많이 꺾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은 미국채 금리 급등에도 불구하고 일단 국내 채권가격은 밀리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D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외국인만 의욕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시장이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보이자 국내 플레이어들은 이를 핑계로 또 의욕이 꺾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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