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7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신뢰성 의심받는 Fitch...주가 조정은 저가매수 기회일까

  • 입력 2023-08-03 13:27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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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신용평가사 피치가 현지시간 1일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후 옐런 재무장관 등 미국 당국자들과 금융시장의 상당수 참여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라고 평가했다.

논리가 부족한(?) 피치의 미국 등급 강등 조치 이후 시장 관계자 등은 강등의 여파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과 한국 모두 적극적인 투자자들은 이번 등급 강등에 따른 주가 하락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조언하고 있다.

■ 美재무장관, 다이먼 등 시장 유명인사들 비난 동참...정치적 이용 관련 의심도

국내시간으로 전일 새벽 신평사 Fitch는 미국의 장기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1단계 하향하고 5월에 부여한 신용전망을 '부정적 관찰대상'에서 '안정적'으로 교체했다.

이번 등급하향은 지난 5월의 '부정적 관찰대상' 여파다. 부정적 관찰대상은 특정 이벤트 등으로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이 높아졌을 때 부여하고 6개월 이내 등급 리뷰 의무가 있다.

피치는 5월 하순 미국 부채한도 협상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과 X-Date(지급여력 소진일) 임박 외에도 미국의 가버넌스가 AAA 등급에 걸맞지 않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등급을 내릴 수 있음을 위협한 바 있다.

하지만 피치의 결정 이후 미국 재무장관은 발끈했다.

옐런은 "이번 강등은 피치의 구식 데이터에 기반한 독단적인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금융시장에서도 당황스러운 결정이란 평가가 많았다.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이상한 결정"이라며 "이 발표는 미국 경제와 시장에 지속적으로 파괴적인 영향을 끼치기 보다는 주목을 못 받는 식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폄하했다.

그는 대부분 시장관계자들이 등급 강등의 '시기와 이유'를 놓고 황당해 할 것이라고 했다.

신평사 피치의 결정에 크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 없다는 판단에 JP모간 CEO도 동참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CEO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터무니 없는 것"이라며 "별로 안 중요한 결정"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는 차입관련 재무비용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이지, 신용평가사들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미국이 아닌 미국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신용등급 AAA인 게 터무니가 없는 일이라며 신평사의 평가툴을 문제삼기도 했다.

신평사의 등급 인하가 뭔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지난 5월 피치가 등급 하향을 경고하자 백악관은 '의회의 초당적 협력 필요성이 높아졌다'면서 야당을 압박한 바 있다. 이번엔 강등 조치와 관련해 내년 대선을 감안해 미국의 부채증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불거졌다.

아무튼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한 상황이고 부채 상환에 문제가 없는 초강대국의 등급하향을 많은 사람들은 납득하기 어려워했다.

■ 미국채, 여전히 세계 최고의 안전자산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피치의 결정이 발표된 뒤 "장기적으로 일부 우려되는 상황도 있긴 하지만, 미국의 부채상환 능력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빚을 안 갚을리도 만무한 상황인 데다 경기 상황도 나쁘지 않은 이 시기를 굳이 등급 강등 시기로 잡은 이유가 의문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미국 국채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안전자산이어서 등급 강등에 따른 신용 리스크를 고려하는 일은 바보같은 일이란 지적도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미국경제는 매우 강력한 상태"라며 "미국 국채가 세계 최고의 안전자산이란 사실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미국 국채 매도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국채를 다른 이유 때문에 팔 수 있지만, 이번 피치의 등급 강등이 계기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물론 미국의 부채가 늘어 국채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 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미국 일드 커브가 스팁된 이유다.

반면 미국이 안정된 경제를 바탕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게 되면 우려는 축소될 수 있다.

거대운용사 블랙락은 "단기적으로 미국 부채부담이 커지는 게 문제가 될 수 있으나 중기적으론 이런 우려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 주식, 이 일로 단기 조정 깊다면 싸게 살 기회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주가 조정은 기회라는 평가가 많다.

우선 미국 등급 강등 조치는 당연히 주가 하락 압력이다. 초기에 위험자산 축소가 나타는 것은 자연스럽다.

관심은 이 문제가 장기화되느냐, 아니면 단기적 조정으로 마무리 돼 싸진 주식을 살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느냐다.

그런 측면에서 2011년의 경험이 주목받는다. 당시 S&P가 미국 등급을 내렸을 때 세계 주식시장은 40거래일간 11~12% 내렸다. S&P500은 8% 남짓 떨어졌고 국내 코스피지수는 15% 하락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와 양상이 다르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11년 8월 당시 세계 주식시장과 한국 주식시장 EPS는 하락 추세였다. 그 때 세계는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면서 "지금은 세계 기업이익이 바닥 통과 신호를 보이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2011년 당시엔 남유럽 국가 재정위기까지 얽히며 안전자산 선호가 번졌다. 유럽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미국등급 하락이라는 문제까지 생기니 파장이 상당했던 것이다.

또 당시엔 미국과 미 국채에서 발생한 신용위기(?)였음에도 투자자 자금은 오히려 미 국채 매수 확대로 이어졌다.

그 때 국내 주식은 유동성 위험에서 가장 취약한 자산 중 하나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 등을 거치면서 각국은 각종 유동성 보완장치를 마련했다.

아울러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란 사태를 이미 2011년 겪어봤기 때문에 이 부분이 금융시장을 압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고려된다.

따라서 미국 등급 이슈에 따라 주가가 과하게 빠지면 이는 저가매수 기회일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될 수 밖에 없다.

노 연구원은 "미국 신용등급 하향은 위험자산에 부정적이었지만 결국은 장기화하지 않고 반등했다는 경험칙도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밝혔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2011년 등급 강등 때와는 사뭇 다른 환경이며 금융시장 지표가 악화될 가능성도 제한적"이라며 "피치발 주가 변동성 확대는 주식 비중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 달렸던 주식의 조정 빌미 가능성은 유의...피치 신뢰성도 도마 위로

전날 국내 금융시장은 피치의 미국 등급 하향 조정이 나오자 한국물 가격 급락을 우려했다.

주가 급락, 채권금리 상승, 원화 가치 급락 등을 우려했고 전날 가격 변수는 일단 그 방향으로 움직였다.

다만 이 이슈 자체가 길게 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경제와 금융환경이 2011년보다 낫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려우며, 늘 얘기하는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가 새롭게 돌출된 것도 아니었다.

미국시장 등에선 피치의 '에러'를 지적하면서 신평사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한다.

피치는 작년 5월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하면서 '부정적 관찰 대상'에 넣었으며, 부채비율 급증과 거시경제 악화, 가버넌스 악화 시 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미국경제가 예상보다 양호하고 어찌됐든 부채한도 문제를 풀어낸 지금 시점에 등급을 내린 것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더 유명한 신평사인 S&P나 무디스 쪽에선 미국 등급을 내리기 전에 거쳐야 하는 부정적 관찰 대상이나 등급 전망 하향과 같은 조치조차 취할 기미를 안 보인다.

따라서 피치의 등급 하향을 심각하게 평가하긴 곤란하다는 시각들도 대두된다.

다만 그간 랠리를 벌여 조정이 필요했던 주식시장이 피치의 등급 강등을 '핑계삼아' 조정을 합리화하는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주식을 제외하면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에 따른 금융시장 반응은

크지 않았다"면서 "과거 신용등급 강등 때와 비교할 때, 이번 조치 영향은 달라진 미국 펀더멘털로 인해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그간 과열됐던 주식시장의 조정을 촉발할 가능성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료: 신한투자증권

자료: 신한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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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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