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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작년보다 40조 덜 걷힌 상반기 국세...채권시장 "정부·여당 말 바꾸면 안될텐데..."

  • 입력 2023-08-01 11:26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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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작년보다 40조 덜 걷힌 상반기 국세...채권시장 "정부·여당 말 바꾸면 안될텐데..."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장태민 기자] 올해 1~6월 국세 수입이 178.5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상반기에 비해 39.7조원 줄어든 것이며 역대 최대폭 감소에 해당한다.

연간 목표와 비교해 실제 걷힌 비율을 의미하는 국세수입 진도율은 44.6%에 그쳤다. 이는 작년보다 10.5%p 느린 것으로 2000년 이후 최저다.

법인세가 16.8조원, 소득세가 11.6조원, 부가세가 4.5조원 줄었다.

경기와 부동산 거래 부진으로 세금이 예상보다 크게 덜 걷힌 셈이다.

■ 상반기 국세 작년보다 40조원 적어...다시 피어난 의심

전날 정부가 상반기 국세수입 규모를 발표한 뒤 채권시장에선 '혹시' 여당이나 정부에서 추경 카드를 갑자기 꺼내지 않을까 의심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상반기에 국세가 40조원이나 덜 걷힌 상황에서 하반기 세수 형편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결국 추경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보였다.

A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나 여당이 계속 추경 안 한다고 했는데, 세금 데이터를 보니 정말 안 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올해 세금이 걷히는 정도를 감안해 일찌감치 추경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올해 1분기 국세수입은 87조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24조원이 덜 걷혔다. 이러자 채권시장에선 정부가 추경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다가도 여름 정도엔 어쩔 수 없는 척 하면서 추경을 띄우지 않겠느냐는 얘기들을 많이 했다.

2분기 세수는 1분기보다 덜 걷힌 폭이 줄긴 했다. 하지만 상반기 누적 감소폭은 40조원으로 커졌으며, 앞으로도 세수 상황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하반기 세금이 대폭 걷힐 가능성도 없고 정부가 무슨 핑계를 대면서 추경을 하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 상반기 국세 데이터와 계속되는 정부·여당의 '건정재정' 강조

전날 22년 상반기보다 40조원이 적게 걷힌 국세 데이타가 발표됐지만 정부와 여당은 계속해서 건전재정과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살림살이 후유증'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점을 거론하는 중이다.

강대식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31일 "정권이 바뀌었지만 전 정부가 남긴 빚은 고스란히 내일을 살아갈 우리와 미래세대의 몫이 됐다"면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더 이상 미래세대에 부담을 주는 선심성 포퓰리즘을 막아내고 국가 재정건전성 확보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은 "2016년 630조 규모였던 국가채무가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1년 1천조원에 육박할 만큼 급증했다. 이로 인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역시 36%에서 47%로 급격히 증가했다"면서 "이재명 대표는 추경부터 요구할 것이 아니라 지난 정부에서 재정 파탄을 유발한 것에 대한 사과부터 하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그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다시 35조원 추경으로 여론몰이에 나섰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고갈됐다며 추경을 주장하는데, 오늘날 대한민국의 경제를 망가트린 정당의 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 하니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

최근 수해 피해가 크게 발생했지만 추경호 부총리도 추경 없이 예비비 등 가용재원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 시간 흐르면서 '추경 없다'는 말 믿기 시작한 채권시장, 혹시라도 태도 바꾸면...

올해 연초부터 세금이 예상보다 크게 덜 걷히자 채권시장은 추경 불가피성에 대해 공감했다.

하지만 추경호 부총리나 여당 인사들이 '추경 없다'는 식의 말을 반복하면서 잘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없을 수 있다'는 쪽으로 마음이 흔들렸다.

지금은 시장에 추경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느냐는 말도 나온다.

B 딜러는 "원래는 추경을 당연히 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당국에서 하도 없다고 하니 이젠 없다고 보는 쪽이 좀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이 이렇게까지 (없다고) 말했는데 만약에 한다면 뭐가 되느냐. 혹시 하게 되면 일드커브는 급하게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잘 납득은 안 됐지만 정부와 여당이 없다고 했으니 이젠 이 말들을 신뢰하는 사람들도 늘어난 상태다.

C 증권사 딜러는 "추경 없이 세수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당국이 추경은 없다고 이 정도까지 강조를 했으니 없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혹시라도 정부와 여당이 지금의 태도를 바꾸면 시장이 큰 충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D 증권사 채권중개인은 "정부와 여당의 말 때문에 지금은 시장 사람들이 추경 없다는 쪽을 더 믿고 있는 것 같다"면서 "실은 시장도 추경 없다고 믿고 싶었는데, 정부가 저렇게 나오니 믿은 것"이라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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