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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 물가 둔화 이후 금융시장이 구상하는 낙관 회로

  • 입력 2023-07-17 13:36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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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 주 미국 CPI가 발표된 뒤 금융시장 일각에선 낙관적인 기대회로를 돌리고 있다.

미국 연준의 스탠스를 감안할 때 당장 7월엔 금리를 더 올리겠지만 추가 인상은 쉽지 않은 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은 것이다.

일부에선 미국 물가지표 둔화에 용기를 얻어 주식·채권 가격이 모두 오를 수 있는 증시 동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 美 물가 둔화 확인한 뒤...주식시장이 그리는 낙관 회로

주식시장 일각에선 최근 한국, 미국 등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를 근거로 시장이 강세 흐름을 재차 강화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었다.

작년 가을 이후 주식시장이 강세장을 구가하고 있는 가운데 통화당국의 긴축이 끝지점을 향하고 향후 금리를 내릴 수 밖에 없다는 점 등을 거론하면서 주가 추가 상승 흐름을 그려보고 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CPI 발표 이후 '인플레 안정→소비 회복→기업실적 개선'이라는 간단하고도 강력한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의 주식시장은 가속 페달에 발을 대려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미 2%대라는 수치를 보여준 가운데 미국이 2%대에 진입한다는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진단했다.

미국 인플레가 전년비 3%를 밑돌게 되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 연구원은 △ 올해 말 또는 내년 상반기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 △ 인플레 안정을 기반으로 한 기업실적 개선 여지 △ 미국 긴축 의지 약화에 따른 중국의 경기 부양책 기대 등이 주식시장의 상승을 이끌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풀이했다.

국내 코스피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주식시장의 낙관론이 미국 6월 CPI 서프라이즈에서 시작됐다면서 한국 내부 상황도 이를 뒷받침하는 중이라는 긍정론도 보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기선행지수 턴어라운드, 수출 개선, 무역수지 흑자전환, 12개월 선행 EPS, PBS 상승 등 한국이 우위를 보이는 펀더멘털 동력에 중국의 우호적인 변화가 가세하면서 KOSPI 추가 상승에 힘이 실릴 것"이라며 7, 8월 중 코스피지수가 2,800선을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6월 CPI는 전년대비 3.0% 상승에 그쳐 예상치(3.1%)를 하회했다. 이 수치는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이자 2021년 4월 이후 처음 4% 하회한 것이다. 근원 CPI도 전년대비 4.8% 상승하며 예상치(5%)를 하회했다.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 美 물가 둔화 확인한 뒤...채권시장이 그리는 낙관 회로

미국 물가 둔화 확인 후 채권시장에서도 낙관적인 회로를 돌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미국이 당장 7월에 금리를 더 올릴 수 있겠지만 이후엔 인상이 쉽지 않다고 보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채권가격을 밀어올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까지 미국의 물가 안정화의 궤적은 지그재그 형태이겠지만 7월 보험용 금리인상이 마지막 인상이 될 것"이라며 지금은 물가 하락을 에너지 가격 역기저 효과로만 폄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미국 물가지표에선 주거비가 3개월 연속 하락해 추세 전환 신호가 확인된 데다 주거비 제외 근원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9개월 연속 하락했으며, 중고차 가격이 반락해 인플레 하향 안정에 힘을 실어준다고 풀이했다.특히 한국 내부 사정을 감안할 때 미국이 2번 더 금리를 올리더라도 한국은 추가인상이 쉽지 않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한미 금리차보다 연준의 인상 종료 기대감이 더 무게감 있는 재료로 작동 중이며, 한국의 인상사이클은 이미 끝났다"면서 "작년 10월 이후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은 175bp(7월 연준 인상시)로 확대되지만 이기간 달러/원 환율은 1,440원에서 1,260원대로 급락한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연준의 7월 금리인상이 대기하고 있지만 최근 달러/원 환율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1,200원대 중반을 저울질하는 상황이다. 시장은 이미 한미 금리차 확대에 따른 한은의 기계적 대응 가능성은 낮게 봐 왔다. 다만 향후 미국이 2번 올리게 되면 한국도 1번 정도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관점은 강한 상황이었다.

임제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CPI 발표에선 기저효과가 크지 않았던 근원물가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으며 근원서비스에서 집세를 제외한 Super Core도 전월대비 0% 상승에 그쳤다"면서 "연준이 6월 SEP에서 제시한 전망치 중 물가 경로가 예상을 하회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9월 FOMC에선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한국은 내부 요인 때문에 금리를 더 올리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7월 금통위가 추가적인 물가 안정을 강조했지만 예상보다 금융불안에 대한 경계심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또 시장 일각에선 미국이 앞으로 복수로 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은 데다 한국의 금융·경기 불안을 감안해 연말 정도엔 금리 인하도 가능할 것이란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 글로벌 달러 약세 밑천으로 한국물 추가 강세 구가할 수 있을까

한국물이 계속해서 강세를 구가하기 위해선 달러/원 추가 강세 흐름이 유리하다.

우선 글로벌 달러 흐름을 가늠하는 차원에서 달러인덱스 움직임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9월 말 114p를 고점으로 하락세를 지속하다 올해 들어 103~105p에서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7월 12일을 기점으로 박스권을 벗어나 99.58p까지 급락하며 1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CPI, PPI가 연달아 예상을 밑돌면서 달러 가격이 하락 압력을 받은 것이다.

달러인덱스가 더욱 힘을 받기 위해선 연준의 긴축 종료, 미국과 유로존 등의 금리차 축소,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의 경기 반등 등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주 미국채 금리 급락으로 유로존과의 금리차가 축소되면서 유러/달러는 속등했다. 일본이 향후 초완화 정책에 약간 손을 댈 수 있다는 점도 달러 약세에 힘을 보태줄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달러/원은 일단 위험선호에 따른 외국인 순매수 등으로 1200원대 중후반으로 내려온 상태다.

다만 최근 달러 약세가 가팔랐다는 점에서 지금은 기술적 반등 여지 등도 고려되고 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들어 전개된 가파른 원화 강세는 대외 긴축 압력 완화 기대에 따른 약달러가 주효했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달러화가 반등할 경우 이에 연동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경기회복 강도도 달러/원 향방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김 연구원은 "중국 2분기 GDP와 6월 동행지표는 미진한 중국 경기 여건을 감안하면 부진할 수 있다"며 "이는 중국경제와 밀접한 한국경제 회복 기대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아 대내요인에 따른 차별적 원화 강세 가능성은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경기 회복을 낙관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달러/원 강세 지속을 자신하기 쉽지 않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달러가 강한 하락세를 보이기 위해서는 통화정책 외에도 미국 외 국가의 경기 모멘텀, 특히 중국 경기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경기는 대차대조표 불황에 빠져 연말까지 강한 내수경기 모멘텀을 발생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연말까지 미국과 미국 외 국가 경기간 모멘텀 차이가 더욱 확대되는 구간이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미국 CPI 둔화 이후 금융시장에서 나름대로 낙관 회로를 돌리는 모습을 나타났지만, 연준 스탠스에 대한 경계감도 여전히 만만치는 않다.

지난 주 후반 연준의 월러 이사는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까지 낮추기 위해서 올해 남은 회의 4차례 가운데 2차례 회의에서 각각 25bp씩 추가 인상을 예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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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대신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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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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