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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이번엔 근원CPI까지 빠르게 둔화됐지만...한은의 변함없는 물가경계감

  • 입력 2023-07-04 11:07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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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둔화됐다.

아울러 한은이 중시하는 근원 인플레이션도 가시적인 둔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한은은 이번달까지 둔화되겠지만, 다시 높아질 것이라면서 금융시장이 큰 기대를 갖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

특히 한은 경제담당 부총재보는 당초 예상보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발언까지 내놓았다.

■ 2%대 진입한 CPI 상승률...근원물가도 가시적 둔화

4일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변동이 없었다.

소비자물가가 전년비 2%대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2021년 9월(2.4%) 이후 처음이다.

소비자물가의 전년비 상승률은 작년 7월 6.3%로 고점을 찍은 뒤 낮아졌다. 올해 들어선 2월에 4%대(4.8%)에 진입한 뒤 4월엔 3%대(3.7%)로 낮아졌다. 그런 뒤 이번엔 2%대로 내려온 것이다.

특히 이번엔 근원물가 둔화도 두드러졌다.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5% 상승했다.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의 전년비 상승률은 작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3.9~4.1%에 묶여 있었지만, 이번엔 3.5%로 크게 둔화됐다.

또 다른 근원 지표인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는 전년동월대비 4.1% 상승했다. 이는 5월에 비해 0.2%P 둔화된 것이다.

■ 한국의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물가 둔화

글로벌 주요 20개국(G20) 중 2%대 물가 상승률을 찍은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3개국에 불과하다.

OECD 38개국 중에선 7개 나라가 2%대 물가를 확인했다.

한국 물가 상승률 둔화에 유가 하향 안정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석유류가 전년비 25.4% 하락한 영향이 컸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0.2% 상승에 그쳤으며,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폭도 5.0%로 1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국제 원자재, 특히 원유 가격 안정이 국내 물가 둔화에 기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 한은은...물가 둔화 부화뇌동 방지 주력

하지만 통화당국은 물가 둔화에 대해 금융시장이 큰 기대를 갖는 것을 경계했다.

개장 전 CPI의 가시적 둔화가 발표됐지만, 한은은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한 뒤 '예상한 결과대로 나왔다'면서 다음달 결과부터는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김웅 부총재보는 우선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예상대로 2%대로 둔화됐다"면서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제외) 상승률도 완만한 집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개인서비스물가 오름폭 축소 등으로 예상대로 둔화폭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근원물가 4월 4.0% → 5월 3.9% → 6월 3.5%로 가시적인 둔화 흐름을 보였지만 한은 부총재보는 전망경로 '상회' 가능성을 거론했다.

김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번 달까지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으나 이후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이라며 "근원물가는 완만한 둔화 흐름을 나타내는 가운데 지난 전망경로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은은 향후 물가 경로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조정 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기재부는 물가 안정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알렸다.

기재부는 "국제 원자재 가격 안정 등으로 향후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원자재 변동성, 기후여건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해 정부는 주요 품목별 수급과 가격 동향을 면밀히 점검해 물가안정 흐름이 안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시장, 이 정도 물가에도 한은이 경계감 풀리길 원치 않으니...

금융시장에선 물가가 예상보다 더 둔화됐다면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은이 물가에 대한 경계 발언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하반기 구조적 요인을 감안할 때 안심하긴 이르다는 평가들도 보인다.

일단은 기저효과를 감안해야 한다. 지난해 물가 베이스를 감안하면 가을부터는 지금보다 더 높은 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보인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8월 물가까지는 2%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은 총재가 언급한 것처럼 기저효과가 감소하는 9월부터는 재차 3%대로 반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서비스 부문의 물가 기여도는 높기 때문"이라며 "소비자물가에서 30.78%의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서비스(외식 포함)의 물가 기여도는 1.54%p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전기∙가스∙수도 (물가 비중 3.44%)의 물가 기여도는 0.89%p에 달해 서비스와 전기∙가스∙수도만 고려해도 6월 물가 상승률의 대부분이 설명 가능하다고 했다.

향후 정책 요인의 '되돌림'은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예컨대 현재 휘발유 25%, 디젤은 37% 유류세 인하가 적용되고 있지만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정부 세수입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단계적 축소 등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연구원은 "상반기 인플레이션의 하락을 견인하고 있는 석유류 부문은 8월 말 이후 유류세 인하가 축소될 경우 물가 하락에 대한 기여도가 감소할 수 있다"면서 "지난 5월 중순 전기와 가스의 요금 인상이 이뤄진 만큼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낮겠지만 공공 요금 인상 압력도 한국의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둔화되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채권시장에선 한은의 물가 경계감을 수긍하는 입장과 좀 과도한 것 아닌가 하는 평가가 모두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오늘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약간 더 둔화된 듯한 모습이지만 한은은 근원물가 지난 전망 경로를 웃돌 수 있다면서 매파적으로 나왔다"면서 "한은 입장을 보면 연내 금리 인하는 어렵다고 인정해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딜러는 그러나 "이번엔 근원물가도 큰폭 둔화됐는데 한은 반응은 약간 의외"라며 "물가 우려를 다소 과장하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도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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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은행 물가 평가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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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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