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20 (월)

[김형호의 채권산책] 회사채 투자자의 소원을 들어준 CJ CGV

  • 입력 2023-06-26 09:44
  • 김형호 CFA(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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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호 CFA(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 2023.6.20일 CJ CGV가 약1조원의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2023년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대신증권 분석보고서(2022.12)가 나왔을 때만 해도 회사의 신용위험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했다. 작년3분기말 기준 부채비율은 829%로 상당히높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J CGV 회사채를 매입했다면 대주주인 CJ의 지원가능성을 높게 봤을것으로 생각된다. “자기자본 약17조원인 CJ가 공모로 발행된 자회사(CGV)회사채를 부도내고 한국에서 영업을할 수 있을까?” 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주주의 3가지 권리(배당을 받을 권리, 경영에참여할 권리, 출자지분만 책임질 권리) 중에서 출자지분만책임질 권리(회사사정이 나빠지면 도망갈 권리)가 인정되지않은 경우가 여럿 있었다. 특히, 재벌그룹의 경우에는 대주주사재출연이라는 방법으로 세번째 권리를 무력화시켰다.

작년5월 CJ CGV32CB(후)의등급전망이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변경돼 회사채 가격이 8,000원대로 하락했다. 이후 1년동안 8,000원 초반에서 거래됐고 매매수익률(YTC, yield to call)은 세후 연10% 수준이었다.

작년12월 대신증권 분석보고서가 나온 후 채권가격이 100~200원 상승했고, 금년 6월 한신평, 나신평이등급전망을 부정적(negative)에서 안정적(stable)으로변경한 이후에는 100원 더 상승해서 8,300원대 수준에서거래가 이뤄졌다. 영업실적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에 등급전망을 상향한다는 것이 등급평정 논리다. (금년5월 한기평이 신규평정에서 BBB+(stable)을부여했다.)

CJ CGV32CB(후)의 콜옵션일은 2026.6.8일이고, Call Price가 110.7456%(액면 10,000원당11,074.56원 상환)이기 때문에 8,300원에 매입하면 세후 연11% 수준이다.

주주(대주주, 경영자)가 이채권을 매입한 투자자에게 “한 개의 소원을 들어줄 테니 말해보라”고하면 그 답변은 무엇일까?

유상증자 해주세요”일 것이다.

회사의 영업실적이 회복되는 데는 여러 변수가 있다. 영업실적 회복을 목표로 삼았다고 해서 반드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유상증자는 주주가 결정하면 실행할 수 있고, 증자규모만큼 회사채의 안전성이 높아진다.

2023년1분기말 CJ CGV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912%이다. 영화관 등의 Lease자산과 Lease부채를장부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의 부채비율과는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영업손익과 당기손익이 흑자전환 된다고 하더라도 부채규모가 3.2조원으로 크기 때문에 부채비율(leverage)이낮아지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유상증자는 잔액인수방식이기 때문에, 증권신고서 효력발생과 동시에 증자대금이 납입됐다고 봐야 한다. 유상증자 후에는 부채비율이 918%에서 240%로 낮아져서 재무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6.20일 퇴근하면서 유상증자 공시내용을 알게 됐고 다음날 채권가격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밤에 살짝 잠을 설쳤다. 부채비율200%대의 회사채라면 대주주인 CJ의 “도망갈 권리(출자지분을 포기할 권리)”를고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회사채 투자자에게는 큰 호재이어서 채권가격이 너무 높게 형성될까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다행히 목표한 가격 수준에서 CJ CGV32CB(후)를 매입했고, 예상과는 달리 채권가격 상승 폭이 크지 않은 것은 의외였다.

이번 CJ CGV 유상증자 공시로 신용평가회사의 미공시정보(유상증자) 취득을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한기평은 신규평정이라서예외라고 하더라도, 한신평과 나신평이 등급전망을 상향조정하는 데는 유상증자가 결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1분기 영업적자 폭이 축소되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적자이고, 부채비율은 912%로 매우 높기 때문에 영업실적 개선만으로 등급전망을상향조정했을 것 같지는 않다.

회사는 증자계획을 신용평가회사에 설명했을 것이고, 신용평가회사는 이를 정기평정에 반영했다고 판단된다.

신용평가회사는 공시정보, 미공시정보를 활용해서 등급평정을 한다. 평가보고서(full report, rating summary)에 미공시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한 불법이 아니다.

Fundamental에 큰 변화가 없는데도 등급변동이 있다면, “미공시정보가 반영되었을 거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야 하는 것은투자자의 몫이다.

김형호 CFA(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 strategy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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