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7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국제유가의 2021년말 저점 돌파 트라이

  • 입력 2023-06-13 13:16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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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WTI, 브렌트유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WTI, 브렌트유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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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2일 전장보다 4.4% 하락한 배럴당 67.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3거래일 연속 하락해 박스권 하단을 뚫고 내려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8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3.9% 급락하며 71.84달러에 마감됐다.

국제유가는 이제 2021년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트라이하고 있다.

■ 유가, 수요·공급 측면 모두에서 하락 압력 주목

간밤 국제유가가 급락한 데엔 골드만삭스의 전망치 하향 조정 등이 영향을 미쳤다.

골드만삭스는 연말 브렌트유 전망치를 기존 배럴당 95달러에서 86달러로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6개월간 브렌트유 전망을 3번째 낮췄다.

서방의 제재를 받는 산유국들의 공급이 늘어난 가운데 높은 금리 속 경기침체 가능성 등이 주목 받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관계 개선이나 이란의 증산 가능성 등이 공급 측면에서 유가 하락 요인이 작용한다. 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가 이뤄지면 이란산 원유가 유가 전반의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보인다.

공급 확대 요인엔 이란만 있는 건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서방 제재를 받는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에서의 공급 증가가 전망치를 낮춘 핵심적인 원인"이라고 소개했다.

골드만은 "서방의 제재에도 러시아 생산은 거의 완전히 회복했다"고 했다.

수요 측면에선 중국의 경기 회복 강도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주목을 끌고 있다. 고금리 지속에 따른 경기 둔화 전망도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골드만은 "금리 인상이 물가 상승에 지속적인 역풍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경기침체 가능성도 물가를 누르고 있다"고 했다.

■ 바뀐 시장의 수급 분위기...사우디 추감 감산 경고에도 별로 긴장하지 않았던 시장

최근 유가 하락은 이달 초 사우디의 '공급 축소' 경고 뒤에 나타난 현상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지난주 OPEC+ 정례회의에서 사우디가 추가 감산을 거론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한 편이었다.

유가는 OPEC+ 직후 반등하는 듯했으나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OPEC+ 회의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그러더니 더 떨어지면서 70불(WTI)을 재차 하향돌파했다.

7월 이후 사우디의 원유생산량은 900만배럴 수준까지 감소할 예정이다. 사우디 최대 원유생산량이 1200만배럴을 고려할 때 꽤 낮다.

지난 4월 사우디가 50만 배럴 추가 감산을 발표할 때 원유생산량은 1050만배럴 수준이었다.

사우디는 OPEC+ 회의 전 원유 매도자들의 '투기적 매도 쏠림'을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란, 러시아 등의 공급 물량, 그리고 수요 측면에서 중국에 대한 우려 등이 사우디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 않았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사우디 감산에 국제원유 시장 반응이 미적지근했던 이유는 시장 참여자들이 OPEC+ 회원국들의 감산 결정을 선제적인 예방조치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IEA와 OPEC 등 국제에너지기구들은 2023년 하반기 원유수요가 원유공급을 초과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최근 원유시장의 베어마켓 진입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들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김 연구원은 "러시아의 해상원유 수출량은 서방의 러시아산 가격상한제 및 원유수출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중국 PMI는 48.8pt로 예상치를 하회했다. 이는 여전히 코로나19 영향을 받던 2022년 12월 이후 최저치였다. 중국의 5월 수출은 전년비 7.5% 감소해 1.8% 정도 줄어들 것이란 시장 전망보다 더 좋지 않았다.

중국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중국이 이미 원유를 꽤 확보하고 있는 측면도 봐야 한다.

김 연구원은 "중국의 전략비축유는 5월 2년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OPEC+ 감산 외에도 사우디의 아시아향 OSP 인상은 중국의 재고 소진을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 이 수준에선 더 빠지는 데 제동 걸릴까

최근까지 국제유가에 대해 상저하고 전망이 강했다.

OPEC+의 감산 속에 중국의 경기회복 등이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예상이 힘을 받았던 것이다.

아울러 산유국들의 대응 여지가 남아 있어서 박스권 하단을 돌파하려는 지금 수준에서 더 떨어진다고 자신하기도 쉽지는 않다.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로 떨어져 OPEC+의 대응 강도가 강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아울러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미국 셰일 생산 증가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유가는 이번 주 FOMC 결과 등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 원유 관련 기관들의 전망 보고서도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하반기엔 수급이 타이트해지고 수요는 늘 것이란 전망도 적지는 않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EIA는 23년 수요 증가 전망치를 유지했고 OPEC+ 감산으로 하반기 수급 여건이 다소 타이트할 것으로 봤다"면서 "OPEC과 IEA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을 경우 유가 하락 압력을 제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예상보다 낮아진 유가의 통화정책 영향은?

국제 유가 움직임은 한국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통화정책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까지 한국은행은 유가의 '상방' 압력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여왔다.

한은은 지난달 25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국제유가는 하반기 이후 중국 수요 회복, 글로벌 항공수요 확대 등으로 상승압력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은 지난 3월 이후 국제유가는 SVB사태, OPEC+ 감산 등에 따라 큰 폭으로 등락했지만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수요 확대, 하계 이동수요 증가, 해외여행 회복 등으로 수급 여건이 타이트해지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 압력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 지난달 하순 한은이 경제전망을 발표할 때 IEA, EIA, OPEC 등 주요 에너지 기구들도 하반기로 갈수록 원유 초과 수요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역시 이런 기관들의 전망치에 준해 경제전망을 위한 유가 수준을 전제했다.

한은은 성장 전망을 하면서 브렌트유가 작년 101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82달러를 기록한 뒤 하반기엔 85달러로 오를 것으로 봤다. 내년엔 연간 84달러로 올해(83달러)보다 약간 올라갈 것으로 봤다.

한은은 OPEC+ 추가 감산, 미국 전략비축유 매입 가능성, 일부 지역 공급차질 등을 상방리스크로, 선진국의 경기둔화 및 추가적인 금융불안 우려는 하방리스크로 봤다.

하지만 현재 브렌트유는 70달러대 초반까지 내려와 있다.

지금까지의 유가 흐름, 그리고 유가가 국내 물가와 통화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은의 스탠스가 향후 누그러질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RBA, BOC, ECB에 이어 BOE까지 가세한 인플레 경계 발언, 미국 CPI에 대한 경계감 등에도 불구하고 최근 유가 하락은 채권에 우군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의 한 직원은 "(한은) 경제전망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가가 단시간 내 빨리 떨어졌다"면서 "두바이유 기준으로 70불 중반이면 물가 3.3% 정도가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다른 측면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망 당시 중국 성장률을 하반기 4.7% 정도 봤는데, 중국이 거기까지는 안 간다고 보는 게 맞는 듯하다. 그러면 물가는 좀더 높을 수 있고 GDP에도 더 좋을 수 있으며, 전기세 인상에도 도움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더 꺾이면서 유가가 한층 더 내려간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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