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7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RBA·BOC의 예상밖 결정, 그리고 연준과 한은

  • 입력 2023-06-08 13:2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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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기준금리 인상 뒤 BOC가 발표한 성명문...출처: BOC

자료: 기준금리 인상 뒤 BOC가 발표한 성명문...출처: B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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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호주중앙은행(RBA)이 5월과 6월 예상과 달리 금리를 25bp씩 올린 가운데 캐나다중앙은행(BOC)도 7일 금리를 더 올리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올해 들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 일변도에서 벗어나 동결도 하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나, 아직 금리 인상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호주와 캐나다의 금리인상 '서프라이즈'는 당장 연준의 금리 결정에 대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A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호주, 캐나다와 같은 나라들이 예상과 다른 결정을 하고 있다"면서 "중앙은행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매파적이어서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캐나다까지 금리를 올리면서 미국 투자자들의 다수가 예상 밖 결정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 모두의 관심이 모아진 미국 FOMC...시장의 '혹시'하는 두려움

최근 6월 FOMC는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예상이 강했다.

미국 금리선물 시장도 일단은 동결 가능성을 70%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RBA, BOC가 시장 '소수 의견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경계감이 커졌다.

이들 중앙은행은 추가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시장을 압박했다.

RBA의 필립 로우 총재는 "만약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으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면서 추가 인상 가능성를 시사했다.

BOC 역시 "기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완고하게 높다. 통화정책은 수급 균형을 달성하고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출 정도로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다"면서 더 올릴 가능성을 내비쳤다.

주변국들의 금리인상은 미국 시장금리를 끌어올렸다. 미국 시장도 FOMC가 의외의 결정을 하지 않을까 대비하고 있다.

간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2.26bp 뛴 3.7952%, 국채30년물 수익률은 10.01bp 상승한 3.9472%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6.72bp 상승한 4.5627%, 국채5년물은 11.40bp 오른 3.9386%를 나타냈다.

■ 연준맨들이 입 닫은 사이 다른 나라 통화정책가들 매파적 발언

각국의 물가와 경기 사정이 다르지만 최근 적지 않게 매파적 발언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연준 관계자들이 FOMC 회의를 앞두고 블랙아웃 기간에 돌입했지만 주변국에서 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꽤 나오고 있다.

RBA, BOC가 금리인상 후 추가 인상을 시사한 가운데 ECB 쪽에서도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ECB의 슈나벨 이사는 7일 "노동력 부족 등으로 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에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일반적인 경우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통화정책이 충분히 강력하지 않다면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시장이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못 마땅하다는 언급을 하기도 한다.

네덜란드 중앙은행의 놋 총재는 "금융시장 내 인플레이션 전망이 과도하게 긍정적"이라며 "이는 좀 더 강력한 통화긴축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된다"고 했다.

그는 "심지어 내년 금리인하 가능성이 시장에 반영됐다"고 비판했다.

■ 추가 금리인상 열어둔 RBA·BOC, 한국은 다르다?

이런 가운데 최근까지 국내 투자자들 사이엔 한국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덜한 데다 경기 상황은 좋지 않아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의견이 많았다.

여전히 이런 입장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투자자들은 예컨대 호주같은 나라는 금리를 올려도 여전히 실질 기준금리가 마이너스인 반면 한국은 이미 물가상승률이 기준금리 수준을 하회하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런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나라 금리인상 등으로 국내 시장금리가 오르면 채권을 담아야 한다는 조언도 하고 있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한국의 경우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의견과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대략 8:2 정도로 이미 인상은 끝났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여전히 매파적인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의 스탠스를 감안할 때 한은도 금리를 더 올릴 수도 있으며, 적어도 연내 금리 인하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D 증권사 중개인은 "최근 금리인상이 끝났다고 확신하던 사람들의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금리 인상은 없다는 전망이 퇴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 한은의 인상 가능성 열어두기

이날 한국은행은 법정보고서인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공표한 뒤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대한 열려 있음을 거론했다.

이상형 통화정책담당 부총재보는 "여러가지 상황을 보면서 추가인상 필요성을 계속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총재보는 "근원물가 경직성, 고용 상황, 서비스 수요 등과 해외 쪽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물가전망에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여러가지 지표를 고려해 볼 때 현재 통화정책이 긴축 수준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면서 물가 경로를 예단할 수 없다고 했다.

한은이 '인상 필요성 점검'을 거론하고 있는 가운데 이 점검이 실제 인상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

당장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갈 수 있는 가운데 하반기에 재차 물가상승률이 크게 확대될 수 있을지 불확실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날 관훈클럽의 경제부총리 질의응답 이벤트에 나온 추경호 부총리는 "6월 물가는 2%대 후반으로 갈 가능성도 커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여전히 경기 보다 물가 안정에 초점을 둔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전했다.

부총리는 "거시정책은 당분간 물가안정 기조에 초점을 둬야한다. 경기의 지나친 침체에도 신경써야 하나 현재로선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는 게 맞다"고 했다.

E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나 한은이 여전히 물가 중점을 말하고 있지만 당장은 물가상승률이 둔화될 수밖에 없어 한국이 금리를 더 올려야 하는 시급성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만약 연준의 남아 있는 금리인상 횟수가 2회 이상이라면 한은도 한번 정도는 더 올릴 수 있다고 본다. 그게 아니면 당분간 물가 경계 발언을 이어가는 수준에서 정책금리가 실제 더 인상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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