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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2600선 뚫고 기술적 강세장 진입한 KOSPI...남아있는 통화정책 부담 덜어내기

  • 입력 2023-06-07 11:24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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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DB금융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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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코스피지수가 이달 들어 2,600선을 뚫어내면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는 전날까지 17% 상승했다.

지난 해 기록한 저점과 비교한 20% 이상 올랐다.

코스피지수가 작년 3분기 마지막 거래일 2,155.49까지 밀리자 2천선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전망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당시 기록한 저점에 비해 20% 이상 주가지수가 오른 상태다.

■ 주가 상승 이끈 주체는 외국인...반도체, 2차전지의 공로와 꺾인 환율 상승세

지난 4월 하순 코스피지수가 2,400대로 다시 밀린 뒤 이 분위기를 돌린 주체는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5월 들어 코스피지수를 2,500선 위로 재차 끌어올린 뒤 5월 하순엔 2,500대 후반까지 이끌면서 2,600선 재돌파 시도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코스피시장에선 4조 1,925억원을 순매수했다.

주가지수가 재차 오르는 국면에서 삼성전자 등 반도체 관련주, 2차전지 등이 돋보였다.

대형주와 성장주가 중소형주나 가치주에 비해 아웃퍼폼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최근 주가가 지속적으로 올랐던 이유엔 거시정책 변수가 크게 작용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고 경기 둔화 우려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인상 부담이 낮아지자 주가가 힘을 낸 것이다.

달러/원 환율 상승 흐름 둔화도 맞물리면서 국내 주가에 힘이 실렸다.

달러/원은 5월 2일 1,342.1원(종가)을 기록한 뒤 하락 압력을 받으면서 이달 2일엔 1,305.7원까지 하락했다. 현재는 1,200원대 진입과 안착을 시도하는 중이다.

김승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위험선호 심리가 시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만큼 주식시장의 외국인 순유입 가능성은 고무적"이라며 "이는 원화 매수로 이어지며 환율 하락 재료"라고 밝혔다.

그는 "나아가 월초 상단 대기 네고물량과 헤지물량이 유입될 경우 환율 낙폭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호주의 예상 밖 금리인상...FOMC, 위험선호 무드에 타격 입힐 가능성은

다만 미국 통화당국이 조만간 금리를 더 인상하는 등 예상보다 매파적으로 나온다면 주가 상승 흐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보인다.

호주 중앙은행이 두 달 연속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연준이 시장 기대감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걱정도 엿볼 수 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6일 기준금리를 4.10%로 25bp 인상했다. 기준금리는 2012년 4월 이후 최고치다.

호주 내 애널리스트 3명 중 2명이 동결을 예상했으나, RBA는 5월 물가 상승률이 6.8%로 시장 예상치(6.4%)와 전월치(6.3%)을 상회하자 5월에 이어 금리를 또 올렸다.

RBA는 지난 4월 금리를 동결하면서 '인상 사이클 마무리'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예상과 달리 두 번 연속 금리를 올리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에 대한 기대감을 낮췄다.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필립 로우 RBA 총재는 7일 "통화정책상 추가 긴축이 필요할 수도 있다"면서 "금리 조정을 하면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한 부분은 인정하지만 불균형 발생이 금리정책을 사용하는 일을 피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RBA에서 당장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일부 가계는 모기지금리가 오르지 않음에 따라 금융 압박을 좀 덜 받을 수는 있지만 단기적인 이익이 이후 중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 발생을 야기한다. 통화정책을 충분히 긴축적으로 운영하지 않으면 이후 더욱 오랜 기간에 걸쳐서 생활비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호주가 금리인상 속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자 시장에선 주식, 채권 모두 FOMC 경계감을 더욱 키우기도 했다.

특히 연준 관계자들이 블랙아웃 기간을 맞아 묵언에 들어간 가운데 지난해 초까지 연준 부의장을 지냈던 리처드 클라리다가 이런 우려를 키웠다.

클라리다는 "연준이 금리를 다시 올릴 가능성이 크다. 금리 인하는 내년에나 가능한 일"이라며 "연준은 이번 긴축기조에서 기준금리를 한두 차례 더 인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올해 금리를 낮추기엔 장애물이 너무 많다고 평가했다. 만약 금리 인하가 있다면, 그것은 내년 이후의 얘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 부채한도 협상 타결과 경기연착륙 기대

최근 미국 부채한도 협상이 상하원을 통과하면서 이 문제가 일단락된 뒤, 경기 상황이 예상보다는 양호한 흐름이라는 진단이 적지 않다.

지난 주말 미국 고용지표가 보여준 양호한 취업자수 증가세, 그리고 임금 상승 압력 둔화 움직임은 골디락스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경기가 빠르게 식지 않는 가운데 금리인상도 거의 끝이 났다고 보면서 위험선호 무드가 지속될 것으로 보기도 했다.

세계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지난 1월 전망 때보다 0.4%p 높인 2.1%로 제시했다. 다만 내년 성장률 전망은 1월의 2.7%에서 2.4%로 낮췄다.

그간 가파르게 인상한 금리 효과로 인해 성장 둔화를 예상하고 있지만, 일단 세계경제 전체 상황은 연초 전망 때보다 낫다고 본 것이다.

은행 스트레스와 같은 금융안정 문제가 성장률을 더 제약할 수 있다는 예상들도 여전하지만 경기 전망이 급하게 악화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이 향후 1년 이내에 경기침체를 겪을 확률을 35%에서 25%로 낮췄다.

이런 정도의 분위기라면 통화당국이 금리를 조금 더 긴축을 이어가면서 위험자산에 부담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보인다. 특히 금융시장이 금리인하 기대감을 반영해왔다는 점에서 이를 경계하기도 한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지금은 올해 안에 미국이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오히려 추가 인상을 걱정하고 있어 글로벌 주가가 타격을 받을 여지도 있다"고 평가했다.

■ 금리 인상 한계 있고 위험자산 여건은 계속 좋다?

호주의 예상밖 금리 인상으로 다른 중앙은행 스탠스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나라별 인플레 환경이 차이가 적지 않아 국면이어서 크게 긴장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 총재가 RBA의 사례를 언급했던 만큼 RBA의 결정으로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호주와 달리 연준과 한은이 추가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번 금리인상에서 중요한 것은 실질기준금리가 플러스로 전환되는 것이라고 언급한 가운데 한국의 헤드라인 물가지표는 기준금리를 하회하고 있다. 미국도 대부분의 물가 지표가 기준금리를 하회하기 때문에 호주 상황을 다른 나라에 대입하긴 어렵다고 풀이했다.

당분간 금융시장의 기대감이 연준 긴축 중단과 재개 사이를 오갈 수 있으나 큰 그림에서 긴축은 거의 끝난 만큼 위험자산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들도 보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호주와 달리 미국 인플레는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접어들었다"면서 "이달 초 ISM 제조업 PMI 상 가격지수가 급락한 데 이어 5일 나온 ISM 서비스업에서 가격지수도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 선행지표들이 둔화되고 있어 물가는 안정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클리블랜드 연은의 인플레이션 나우는 5월 CPI 전망치 4.1%, 7월 전망치 3.1%로 제시하고 있다. 연준의 긴축 중단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연준 정책 등을 여전히 두려워하는 분위기는 남아 있지만, 작년 4분기부터 시작된 강세장 여건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평가도 보인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작년 9월말 이후 코스피 12MF EPS와 12MF PE 추이를 보면 이익 전망치 변화는 오히려 주가에 마이너스 기여도를 나타냈다"면서 "최근엔 인플레 압력 완화에 따른 연준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 기대, 경기 둔화 우려 완화 등으로 인한 밸류에이션 팽창이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연준이 매파성을 버리지 않으면 주식시장이 재차 긴장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익 전망치 개선 등에 기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현재 수준의 이익 전망치가 유지된다면 연초 대비 9%, 현수준에서 10% 정도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더라도 연초 대비로는 12MF EPS가 21% 가량 상승하게 돼 안전마진을 꽤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지금은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지 꽤 시간이 흐른 만큼 이에 맞춘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코스피의 강세장 전환 후 이미 8개월이 흘렀다.

설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시장 반등 국면에선 각종 기대감으로 밸류에이션이 먼저 팽창하고 이후 이익 전망치가 상승한다. 과거 강세장 진입 이후 시차를 두고 이익 전망치 반등이 나타났으며, 6개월 이후엔 이익 전망치가 반등했다. 초기엔 성장, 소형 등이 강하게 반등한다면 시차를 두고 대형, 가치 등이 벌어진 수익률 격차를 빠르게 따라간다"면서 투자자들은 이제 가치 스타일에 보다 무게를 둘 때라고 조언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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