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7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길어지는 금리 박스 국면...답답한 흐름 속 한은 유동성 관리도 불편

  • 입력 2023-05-12 11:2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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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1시15분 현재 국고채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1시15분 현재 국고채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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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올해 들어 시장금리는 1월 급락, 2월 급등, 3월 급락을 거친 뒤 4월부터는 레인지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4월엔 금리가 소폭 오르거나 제자리 수준을 나타냈으며, 5월에도 좁은 레인지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경기와 물가 상승률 둔화 등으로 시장 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뀌었으나 시장금리가 이미 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어 추가적인 진로를 모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2023년 시장, 퐁당퐁당 장세 뒤 4월부터는 견고한 박스권

최종호가수익률 기준으로 보면, 연초 국고3년 금리는 3.8% 수준에서 거래를 시작한 뒤 2월 3일엔 3.110%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2월 급반등해 3월 2일엔 3.878%까지 올라 연초 강세분을 모두 토해내야 했다.

이후 3월엔 미국 은행사태가 터진 뒤 3월 24일엔 3.160%까지 내려가면서 올해 월별 퐁당퐁당 장세를 이어갔다.

이후부터는 레인지 장세를 그렸다.

3년 금리는 3.2%선에서 추가 하락이 계속해서 막혔지만 3.3%대에선 저가매수 등으로 금리가 더 오르는 데도 한계를 나타냈다.

4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박스권에 갇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고3년, 5년 등의 금리는 3.2%대를 중심으로 등락을 이어갔으며 현재도 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A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국고채 만기별로 약간의 차이만 있을뿐 3.2~3.3%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거래도 안돼 손가락이 매끈해졌다"고 했다.

■ 뭔가 강력한 게 없다면 레인지 국면 유지

최근 국내외 경제지표 부진, 물가 상승률 둔화 등으로 금리는 레인지 하단으로 내려와 있다.

투자자들은 2달간의 관성대로 금리가 박스 하단에서 재차 오를지, 아니면 금리 하단을 뚫고 내려가 볼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강력한 재료가 동반될 경우 채권가격 레벨 변화가 일어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다시 박스권 내에서 오르내리는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B 증권사 딜러는 "2달 째 박스권이다. 가격은 다시 상단을 트라이하긴 하는데, 기술적으로 볼 때 만약 위쪽을 뚫어내면 최소 선물 300틱 이상은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러기 위해선 엄청난 재료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어중간한 재료라면 다시 박스권으로 회귀해서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부채한도 이슈 등이 있긴 하지만, 당장 강력한 재료가 부상하기 어렵다고 보고 정체구간이 좀더 이어질 것이란 견해들도 보인다.

C 증권사 딜러는 "금리가 박스 하단으로 왔으니 다시 오른다기 보다는 그냥 정체 국면 진입으로 본다"면서 "미국 상황 역시 우리와 비슷한 분위기가 난다"고 말했다.

■ 금리박스 하단에서도 잘 안 팔면 강해진다 vs 박스 하단이라면 악재에 더 민감

국내외 경기, 물가 둔화 흐름을 감안할 때 시장 환경은 롱을 지지하지만, 레벨 부담이 적지 않게 작용한다.

투자자들 사이엔 변화가 오기 위해선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단들도 많다.

D 증권사 딜러는 "개인적으로는 롱 뷰와 적극적인 저가매수에 변함이 없다"면서 "다만 지금은 박스권이라는 생각이 좀더 강한 편이고 현재의 재료로는 금리 하단을 돌파하기엔 역부족이란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레벨에선 일단 방어적인 스탠스를 유지한다. 다만 지금 레벨에선 사긴 뭐하지만 그렇다고 숏을 내기도 애매하다. 사긴 그렇지만 낮아진 레벨에서도 파는 게 애매하다면 장은 점점 세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금리가 레벨 하단으로 내려온 만큼 악재에 더 민감해질 수 있다는 견해도 보인다.

E 증권사 딜러는 "3년, 5년 3.2%이니 금리가 올라야 하는데, 일단 외국인이 선물매수를 통해 누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레벨에선 일단 강해지는 것은 제한적이라고 봐야 한다. 대신 작은 악재 하나만 있어도 금리는 위로 튈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 방향 못 잡는데 한은 유동성 관리 툴은 불편

새로운 변화가 오기 위해선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시장이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했지만 한국, 미국 등이 당분간 금리 동결을 이어가는 가운데 새로운 이슈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F 증권사 관계자는 "금리 박스는 새로운 이슈가 발생해야 깨질 것"이라며 "여름 휴가기간이 지나가야 어떤 방향이든 박스가 깨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2022년 CPI가 고점을 찍은 때가 5~7월로 기억하는데 베이스이펙트를 제외하고도 CPI가 잘 하락하는지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선 9월~10월 정도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투자자들 사이엔 금리가 방향을 못 잡는 가운데 통화당국의 편의적인 유동성 관리가 불편하다는 지적들도 나온다.

G 운용사 매니저는 "한은은 전날 통안채 28일물을 3.50%에서 낙찰시켰다. 총재의 3개월물 발언 이후 한은이 짧은 쪽을 3.50%로 관리하다보니 이쪽도 매수가 안 붙는다"고 지적했다.

이달 금통위 전 한은은 RP 금리를 3.2%대로 낮게 유지시키다가 총재가 '너무 낮은' 3개월 금리 등을 언급한 뒤엔 금리가 크게 올라왔다. 지준일 시즌엔 레포금리가 4%를 넘기도 하는 등 최근 관리가 빡빡하게 이뤄지고 있다.

D 딜러는 "한은이 요즘은 경직적으로 단기시장을 관리하다보니 현물이 점차 바보가 되고 선물과 스왑만 나홀로 강세를 보이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시장 유동성을 빠르게 줄이는 탓에 쎄한 느낌도 든다"고 했다.

그는 "총재가 낮은 단기금리를 몇 차례 언급한 뒤 한은이 인위적으로 자금을 흡수해 버리니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느낌도 든다. 억지로 단기금리들을 3.5%에 맞추는 느낌이 들어 짜증스럽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최근 인위적인 레포 금리 급등 조장은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을 통한 통화정책 영향력이 지준 관리보다 못하다는 것을 자인한 것 같기도 하다. 자기들이 1분기 위기 방지 차원에서 유동성을 풀어 느슨하게 관리하더니, 이를 다시 자기들이 문제 삼았고, 지금은 금통위원들이 직접 챙긴다는 소리도 들린다. 별 쓸모도 없는 28일물 같은 것을 만들어 금리는 3.5%에서 자르고 하는 게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경쟁 입찰이 말처럼 경쟁적이지 못하다"고 푸념했다.

시장 금리의 방향성은 없고 통화당국은 통안채 입찰 등에서 물량을 고무줄처럼 늘리거나 줄이면서 금리도 자위적으로 자르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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