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7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예상 부합한 美 CPI...'둔화 흐름'과 '여전한 괴리', 그리고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 입력 2023-05-11 10:53
  • 장태민 기자
댓글
0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예상 부합한 美 CPI...'둔화 흐름'과 '여전한 괴리', 그리고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CPI)는 전년대비 4.9% 올라 예상치이자 전월치인 5.0% 상승을 밑돌았다. 지난 2021년 4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전월비 4월 CPI는 0.4% 올랐다. 3월에는 0.1% 상승한 바 있다.

4월 근원 CPI는 전년대비 5.5%, 전월 대비 0.4% 각각 올라 예상과 일치했다. 전년비로는 전월(5.6%)에 비해 소폭 둔화된 것이며, 전월비는 전달과 동일했다.

일단 미국 물가 상승률은 둔화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따라서 연준 인사들이 시간이 갈수록 도비시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커졌다.

다만 근원CPI, 근원서비스물가 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연준 인사들이 조속히 스탠스를 전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연준이 긴축기조에서 벗어나 금리를 내리기엔 물가목표인 2%와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물가 오름세가 둔화되는 모습은 평가할 수 있지만, 최근 확인한 양호한 고용지표 등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지표를 더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 어차피 물가 '둔화 추세'라는 데 힘 싣는 시각

국내외 물가 상승률은 둔화되는 추세다. 이 흐름이 이어지면서 결국 하반기 금리 인하로 이어질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월간 기준으로 물가의 세부항목을 보면 휘발유(3.0%), 중고차(4.4%) 등은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식품(0.0%), 전기(-0.7%), 교통서비스(-0.2%) 등은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인플레 압력 증가의 주된 요인인 주거비는 0.4% 올랐지만 3월(0.6%)에 비해서는 둔화됐다.

CPI 상승세가 5% 아래로 내려온 가운데 서비스 항목 중에서도 상승세 둔화가 목격돼 디스인플레이션 흐름에 무게가 실린다.

디스인플레이션 시각과 함께 금리인하 기대감은 유지되고 있다.

페드와치툴은 연준이 7월까지 기준금리를 동결(5.00~5.25%)한 뒤 9월부터 인하를 시작해 내년 11월엔 기준금리를 2.75~3%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근원CPI는 6월부터 4%대에 진입하고 9~10월경 3%대에 진입할 것"이라며 "주거비용을 제외한 근원 서비스 및 Sticky 항목 인플레도 완화를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월간 근원 상품가격 상승률이 22년 5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이는 중고차에 의해 주도됐다"면서 "하지만 상품가격 반등은 일시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며 물가를 지속적으로 올릴 재료는 못 된다"고 했다.

그는 "헤드라인 인플레 4.9% 중 주거비 기여도가 2.8%P로 절반 이상인데, 이 주거비 상승 모멘텀은 올해 1분기를 정점으로 완화되고 있다"면서 하반기 중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물가 둔화 추세지만 물가목표와의 '괴리'에 힘 싣는 시각도 여전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근원물가 둔화 강도가 더디다는 점이나, 물가목표인 2%와의 괴리에 중점을 두는 사람들은 연준의 금리인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주거비 영향력이 지난 2월을 기점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는 데다 중고차 가격 상승도 지속성에 한계가 있지만, 연준의 물가 통제력에 한계가 드러난 상황이라는 평가도 보인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4월 CPI는 주거비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긍정적 요인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그 외 뚜렷한 물가 하방 압력이 부재했다"면서 "개인서비스 등 임금과 관련된 서비스 물가 상승세는 여전하고 5월까지는 근원 재화 물가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 CPI 수치는 연준에게 6월 기준금리 인상을 잠시 중단할 수 있는 여유를 준 것으로 보이지만 근원 물가가 계속 정체를 보이는 상황에서 올해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베팅하기 쉽지 않다"고 풀이했다.

물가 둔화 속도의 한계와 목표 물가와의 괴리 등을 감안할 때 결국 올 가을 금리 인하 시작과 같은 기대감은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물가 둔화 중이지만...중앙은행들은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것

최근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중앙은행들은 적극적으로 시장 기대감에 호응하고 있지 않다.

최근까지 한국은행 등은 물가 둔화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을 강조하면서 금융시장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기대 인플레 관리 등을 위해 커뮤니케이션에 세밀하게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측면도 크다.

4월 미국 물가의 경우 에너지와 중고차 등 변동성 높은 일부 품목이 상승폭을 확대됐으나 물가 추세를 결정할 주요 항목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디스인플레이션에 보다 힘을 실었다고 볼 수도 있다.

아울러 2분기 중 나타날 주거비 안정, 긴축 충격에 따른 핵심 상품 및 비주거 서비스 물가 안정, 은행사태의 여파 등으로 물가의 하향 안정세가 지속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큰 것을 바라는 것은 무리라는 진단들이 나온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물가 안정 진전에도 섣부른 통화완화 기대로 물가 불안이 재고조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이 3분기부터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있지만, 연준에 대해 너무 큰 기대를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리즈 영 소파이 투자전략부문 헤드는 "국채 금리가 내리고 테크 주식들이 랠리를 벌였다. CPI 상승률이 5%를 밑돌았다는 점은 우호적이고 근원 CPI 중 일부 서비스 부문 인플레이션도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 대부분이 서비스 인플레이션을 우려했던 만큼 서비스 물가가 둔화하는 것은 좋은 징조로 보이지만, CPI는 여전히 4.9% 수준이고 전년비 근원 CPI는 5.5%로 내려오지 않았다"고 했다.

시장이 환호할 수 있을 정도로 고물가의 숲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며, 따라서 연준이 태도를 빠르게 바꿀 가능성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