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7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국·유럽·호주·한국, 금리 인상사이클 후반부의 편차

  • 입력 2023-05-08 11:07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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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 3일 미국 FOMC가 기준금리를 5.00~5.25%로 25bp 인상한 뒤 '추가 긴축' 시사 문구를 삭제하면서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시각이 한층 강해졌다.

인하 시점과 관련해선 논란이 적지 않지만, 일단 인상은 마무리된 것 아니냐는 인식도 강해졌다.

하지만 주말에 나온 예상을 크게 웃돈 미국 고용지표, ECB의 추가 인상 의지 등을 감안할 때 사이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주장들도 제기되고 있다.

■ 연준 '방향 제시자' 제임스 불라드, 더 올릴 수 있어

지난해 3월 미국의 거친 금리인상 사이클이 시작되기 전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이번 금리인상이 예상을 웃도는 강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그의 발언대로 미국 정책금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강도로 이어졌다.

연준은 이달 초까지 14개월간 기준금리를 500bp 인상했다.

하지만 올해 3월 미국에서 은행 위기가 발발한 뒤 상황은 변했으며, 이제 끝지점에 거의 다 왔다는 인식이 강화됐다.

다만 고용지표는 예상만큼 둔화되지 않았으며, 물가 지표 등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라드는 다시 시장에 경고장을 날렸다.

불라드 총재는 5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이코노믹클럽 행사에서 "인플레이션 진정을 위해 아마도 금리를 더 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6월 금리인상 지지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지표를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금리인상이 불필요함을 확신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이 상당한 수준 둔화세를 보이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고용지표 결과에 대해 "코로나 이전보다 구인 수준이 여전히 높다. 미국 노동시장은 여전히 매우 타이트하며 이를 완화시키려면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 놀라운 美 고용지표...CPI 확인 필요

미국 고용지표는 경기 침체에 대한 시각을 상당히 희석시켰다.

전체적으로 긴축정책에 따른 수요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기업체들은 하반기 경기 반등, 그리고 견조한 수요 지속 등을 감안해 고용 축소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미국의 4월 신규 비농업 고용자수는 25.3만명 늘어 3월(16.5만명) 수치와 시장 예상(18만명)을 크게 상회했다. 실업률은 3.4%로 예상(3.6%)을 밑돌았다.

시간당 임금증가율은 전월비 0.5%, 전년비 4.4% 증가해 상승압력을 확인시켜줬다.

연준이 금리인상 중단 시그널을 보냈지만 고용지표는 상당히 견조한 모습을 보여 최소 금리인하 기대는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고용지표 발표 뒤 미국채 2년물 금리가 3.9% 근처로 급등하기도 했다.

결국 연준의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이 퇴조한 데다 일부에선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는 쪽으로 전망의 지렛대를 이동했다.

이제 CPI가 관건이다.

연준이 금리인상 중단 시그널을 보냈지만, 오히려 고용지표는 인상 중단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CPI를 통해 다시금 '금리인상 중단' 기대가 정합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봐야 한다.

현지 시장 애널리스트들은 4월 CPI가 전년비 4.4%, 전월비 0.4% 올라 3월(5.1%, 0.1%) 대비 각각 하락,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근원 CPI는 각각 5.8%, 0.3%(3월 5.6%, 0.4%)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여전히 물가가 둔화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시각이지만, 지금부터는 그간 급격히 올린 금리인상의 파급 효과가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들도 적지 않다. 최근 유가가 상당폭 낮아진 가운데 높아진 지금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동안 보다 가시적인 물가 둔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이에따라 CME 페드와치 툴은 지금의 기준금리가 유지된 뒤 9월부터는 본격적인 인하 사이클이 전개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물가가 예상만큼 둔화되지 않는다면 연준이 금리를 좀더 올린 뒤 긴축 효과를 보려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 유럽은...'일단 금리 더 올린다'

유럽은 일단 미국과 달리 금리 추가인상이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지난주 FOMC 금리 인상 뒤 ECB도 주요 정책금리를 25bp 인상하고 7월 이후 자산매입프로그램(APP) 재투자 중단을 시사했다.

ECB 정책금리는 2022년 7월 이후 7차례 연속 인상돼 2008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수신금리 3.0% →3.25%, 리파이낸싱금리3.50% →3.75%, 한계대출금리3.75%→4.00%)으로 올라와 있다.

자산매입프로그램 포트폴리오(APP) 규모는 6월까지는 월평균 150억유로 규모로 감축하고 7월 이후에는 재투자 중단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선 여전히 50bp 인상 주장이 나오는 등 추가 인상에 대해 정책위원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아직까지 인플레이션이 2% 중기목표에 도달한다고 낙관할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20개국, 즉 유로존의 4월 CPI 상승률은 7% 수준으로 상당히 높다. 근원물가는 3월 역대 최고 상승률인 5.7%를 찍은 뒤 4월엔 5.6%를 나타내 별로 둔화되지 않았다.

ECB는 "인플레이션을 적절한 시기에 2% 중기목표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도록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을 취해야 한다. 필요한 만큼 오랫동안 제약적인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추가인상을 비교적 명확히 했다.

ECB는 인플레이션 타격을 피하기 위해 기업은 이익마진을 올리고 노동자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팃포탯'(Tit –for –Tat)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기도 했다.

특히 "연준의 금리인상 중단 여부와 관련없이 금리인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유로존은 6, 7월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UBS는 "ECB가 9월 회의에서 긴축사이클의 금리인상을 마무리할 것"이라며 "이후 장기간 고금리를 유지하는 스탠스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BofA는 "유럽 최종금리는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씨티는 "이번 속도조절을 최종금리 근접으로 보기 어렵다. 근원물가 하락은 올해 가을이 돼야 분명해질 것"이라며 "9월 회의의 4%가 정책금리 정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유로존도 금리인상폭을 줄인 데다 금리가 이미 '충분히' 긴축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인상 강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자금 조달 중 은행 대출 비중은 미국 대비 유로존이 약 4배(80%)에 달한다. 신용 창출 둔화에 따른 경기 하방 압력은 유로존에서 훨씬 강할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 리오프닝 수혜가 제한적인 가운데 미국 수요 둔화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분기 중 실물 지표 둔화가 부각될 것"이라며 "6월 25bp 인상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 각국의 인상사이클 후반부...나라마다 편차는 나타날 수밖에

한국의 경우 이미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평가가 많다.

한은 금통위 내 주류의견은 기준금리를 한번 더 '올릴 수 있는 룸은 있다'는 것이지만, 시장은 실제 그럴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다.

최근엔 호주가 예상과 달리 금리를 인상해 한은도 더 올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부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의 통화정책 여건은 긴축에 더욱 취약하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금통위에서 총재가 한국, 캐나다, 호주가 처한 환경이 비슷하다고 평가한 바 있고 시장도 한국은행의 깜짝 금리인상에 주목하기도 했다"면서 "실제로 한국, 캐나다, 호주는 가계부채 중 변동 금리 비중이 높고 가계자산의 부동산 집중도가 높다는 점이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은 추가 인상의 시급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는 -0.2%로 추가 인상 없이도 2분기 중 실질 기준금리 플러스 전환이 예상된다. 호주는 금번 깜짝 인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질 기준금리가 -3.2%에 불과하다"면서 "호주와 한국은 추가 금리인상에 따른 득실 차이가 커 호주의 추가 금리인상을 한국이 따라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채권시장 매매자들 사이에선 추가 금리인상이라는 '서프라이즈'보다 인하 시점이 관건이라는 의견들도 많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금리 추가 인상은 현실성이 낮고 결국 하반기 인하 시점이 관건"이라며 "현재 국고채 금리 3.2~3.4% 박스 하단이 열리기 위해선 하반기 빠른 시점에 연내 인하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국·유럽·호주·한국, 금리 인상사이클 후반부의 편차이미지 확대보기

출처: ECB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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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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